2016년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은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에게 신비한 동물에 대한 환상을 갖게 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영화나 소설 같은 콘텐츠에서도 상상 속의 동물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환상동물이 문화 콘텐츠에 등장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서양적인 신비의 동물이 주로 등장했으나 점차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동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문제는 동양적인 신비한 동물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외형만 본떠서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점이다. 이러한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우리 문화 속 환상동물을 소개하는 책이 발간됐다. 김용덕 선임연구원(한국전통예술연구소)의 저서 『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은 우리 문화재와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환상동물들을 통해 조상들의 창조적 상상력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문화 안내서다. 이 책은 가릉빈가와 공명조, 기린, 뇌공신, 봉황과 주작, 선학, 인어, 화상어, 천마 등 실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 동물들을 소개하며, 각종 유물과 옛 문헌에 등장하는 여러 환상동물들의 설화와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아름답고 경이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다. 또한 독자들로 하여금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150여 장에 이르는 풍부한 사진 자료를 함께 곁들여 보여줌으로써 환상동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첫 번째 갈래인 가릉빈가와 공명조에서는 불교문화재에 자주 등장하는 가릉빈가와 공명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해박한 불교 미술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불교 경전 속에 등장하는 가릉빈가와 공명조에 대해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인면조신(人面鳥身)인 가릉빈가는 묘음을 통해 한없이 부드러운 부처님의 음성을 빗대어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고, 공명조는 인간의 욕심과 어리석음을 깨닫게 할 때 자주 인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문화 속에 등장하는 가릉빈가와 공명조를 유물 사진과 함께 소개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갈래에서는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성스러운 동물 기린이 등장한다.
우리 문화에 등장하는 환상동물 기린과 아프리카 대평원에 서식하는 기린이 다른 동물이라는 설명과 함께 우리 문화재에 등장하는 신령스러운 동물 기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외에 동양판 천둥의 신 토르라고 할 수 있는 뇌공신, 거북 몸통에 스님 얼굴을 가진 화상어, 신선의 친구인 선학, 하늘을 내달리는 날개 달린 말 천마 등에 기묘한 무늬가 새겨진 용마 등 우리의 창조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우리 문화재에 숨겨진 환상동물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문화재 속 환상동물이 상징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이상세계, 즉 현실 속에 존재할 수 없는 환상의 세계인 유토피아를 표현한다. 환상동물들이 뛰노는 장소야말로 동양적 유토피아인 극락정토, 태평성대, 무릉도원인 셈이며, 우리 선조들은 환상동물을 통해 유토피아를 표현하고자 했다. 두 번째로 환상동물의 등장 이유로 교훈을 들었다. 불교 경전인 「경률이상」에는 ‘백두어’라는 물고기가 등장한다. 이름 그대로 100개의 동물 머리가 달린 괴기한 생명체다. 그렇다면 백두어는 어쩌다 흉측한 몰골을 지니게 되었을까? 전생에 인간이었던 시절, 자신과 뜻이 다른 이에게 온갖 동물에 비유한 욕설과 험담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떠올리게 되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이다. 저자는 환상동물이 이솝우화에 등장하여 삶의 교훈을 전하는 여러 동물처럼 우리에게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교훈을 전하기 위해 탄생한 존재라고 했다.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전달하는 우리 문화재 속 환상동물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선조들의 창조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융복합 문화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전달하는 우리 문화 속 환상동물은 과거 인간의 상상력에서 탄생한 문화의 산물이자 역사의 매개체이다. 유물 속에 등장하는 환상동물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당시의 정치와 경제, 문화와 생활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상동물들이 표현된 문화재란 신비한 동물이 모여 있는 집합체, 즉 동양판 ‘신비한 동물 사전’이라 표현해도 손색이 없다.
박물관을 찾는 관객들은 유물을 만날 때 일반적으로 그 문화재의 용도나 모양에 대해 관심 깊게 살펴본다. 하지만 그 문화재에 표현된 여러 문양이나 숨은 이야기는 간과하기 쉽다. 문화재 뒤에 숨겨진 상징의 의미와 이야기를 확실히 알게 된다면 역사 속으로 빠져들어 우리 조상들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조상들의 창조적 상상력으로 탄생한 환상동물들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역사의 매개체로 다가온다. 김용덕 선임연구원의 저서 『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은 박물관 관람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도구이며 안내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