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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뱀띠 해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매년 새해를 맞이해 띠 전시를 개최해 십이지 동물과 관련된 국내 민속을 소개해 왔다. 올해는 2025년 을사년 뱀띠 해를 맞아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을 개최하며 십이지 동물 중 하나인 뱀의 모습과 더불어 뱀과 함께 살아온 인간의 삶과 문화를 담고자 했다.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뱀
뱀은 두려움의 대상이자 동시에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 생김새와 일부 뱀의 독성, 공격성은 인간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지만, 동시에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땅속과 땅 위를 오가는 모습은 신비로움과 생명력의 상징이 되었다. 이런 뱀의 상반된 이미지는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에 맞게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며, 그로 인해 뱀은 언제나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문화적 상징으로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

전시실 전경
만사형통

두 번째 뱀띠 전시, 세계의 뱀 관련 문화 소개
뱀띠 해 전시는 2013년 계사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다. 12년 전 전시와의 차별화를 위해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민속으로 범위를 확장해 뱀과 관련된 문화와 상징을 소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세계민속에 대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자료를 수집해왔다. 관람객은 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 등 세계 여러 지역의 뱀 관련 민속 유물을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생활용품부터 의례용품까지 뱀은 어디든 있다
1부 <총명한 뱀>에서는 십이지신 중 하나인 뱀이 갖는 문화적 의미를 소개한다. 뱀의 모습이 담긴 그림, 우표, 공예품에서 지혜를 상징했던 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십이지 개념은 민간에 퍼지며 시간과 방위를 나타내는 일상용품에 활용되었다. 남남동쪽을 가리키며 오전 9~11시를 가리켰던 뱀은 해시계, 나침반, 생활용품에 나타났다.

1부 전시공간

2부 <두려운 뱀>에서는 뱀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뱀을 피하고자 했던 인간의 지혜를 조명한다. 뱀은 주로 어리석은 인간을 경고하거나 벌을 주는 존재였다. ‘시왕도十王圖’에서는 뱀에게 심판받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향으로 뱀을 쫓았던 옛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향갑 노리개’, 불을 붙여 뱀을 쫓았던 ‘미심’ 등의 생활용품에서는 뱀을 피하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2부 전시공간

3부 <신성한 뱀>에서는 뱀을 신성한 존재로 숭배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땅속과 땅 위를 오가는 뱀의 모습을 보며 인간은 뱀이 이승과 저승의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오가는 신비로운 존재라 생각했다. 샤먼이 의례에 사용했던 숟가락, 북 손잡이, 지팡이 등에는 뱀이 조각되어 있다. 또한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알을 낳는 뱀은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상징했다.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에 사용됐던 가면, 공예품 등에서 신비로운 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3부 전시공간

전시장에서 만사형통의 기운 받아가세요
이번 전시의 제목은 《만사형통》이다. 새해를 맞이해 열리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에게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제목을 지어보고자 했다. 또한, 한자 ‘뱀 사’와 만사형통의 ‘사’가 같은 음이어서 가운데 한자를 바꾸어 ‘만개의 뱀’의 의미를 부여해 뱀의 다양한 모습을 다루는 전시의 주제와 연결해 보았다. 영문 제목인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뱀The Snake with a Thousand Faces’과도 의미가 통한다고 생각했다.

운세 체험 키오스크

전시 말미에는 운세 체험 키오스크를 운영해, 을사년 뱀띠 해의 운세를 점칠 수 있다. 체험 후 관람객들은 운세 결과가 담긴 뱀띠 해 부적을 가져갈 수 있다. 배포용 부적에는 전시장 내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뱀 관련 유물을 활용한 일러스트와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문구가 담긴다.

전시 제목처럼 뱀에게 천 개의 모습을 만들어준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넘어서서 전시장을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의 만사형통한 한 해를 기원한다.

전시명 《만사형통萬巳亨通》 | 전시장소: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 | 전시기간: 2024. 12. 18.(수)~2025. 3. 3.(월)

글 | 염희재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민속소식』 202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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