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항공박물관은 2020년에 문을 연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 전문 국립박물관으로, 192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한인비행학교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설립했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과 같은 테마를 공유하지만, 전시의 방향성은 사뭇 다르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 주로 군용기 중심의 전시를 통해 항공의 군사적 면모와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반면, 국립항공박물관은 보다 넓고 깊은 의미의 ‘항공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기술을 넘어, 항공이 만든 문화를 담은 박물관
사전에서 정의하는 ‘항공航空’은 단순히 ‘비행기로 공중을 나는 것’에 그친다. 그러나 국립항공박물관은 그 범주를 확장해 비행의 기술적 발전이 인간 사회와 사고 방식, 그리고 문화적 가치관에 미친 영향까지 조망한다. 항공기의 발전은 단지 기계적 진보에 그치지 않았고, 그것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며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리하여 국립항공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항공’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과 사회가 만들어 온 역사적, 기술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다각도로 살필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독특한 건축 양식을 바탕으로 항공역사1층와, 항공산업2층, 항공생활3층을 전시하며, 하늘을 나는 항공기 속에 숨겨진 인간의 꿈과 도전,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 낸 시대적 변화상을 소개한다.
항공의 역동성과 자유로움을 담은 공간
국립항공박물관은 전시와 건축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항공의 역사와 미래, 항공기의 자유로움과 역동성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특히 국립항공박물관의 건축 설계에서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에어 터빈air turbine 형태의 독특한 건축 양식이다. 이 디자인은 항공기의 추진 동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항공 기술의 발전과 역동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러한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비아이엠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법이 활용되었다고 한다. BIM은 3D 모델을 통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구축할 수 있는 기술로, 국립항공박물관의 정밀한 설계와 시공 검증을 가능하게 했다. 에어 터빈을 눕힌 듯한 건축 형태와 나선형의 투명 유리창은 내부에서 바라볼 때, 원형 천장이 마치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과 상승하는 느낌을 주어 전시 공간에 더욱 생동감을 부여했다.
그리고 실물 항공기를 전시한 항공갤러리는 약 20m 높이의 초대형 공간에 항공기의 역동성을 입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곳은 ‘에어쇼’라는 전시 개념을 바탕으로 설계되어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천장에 매달려 있는 항공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초승달 형태로 설계된 이 공간은 자연 채광을 적극 활용해 항공기가 하늘을 나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조도 변화와 그림자 이동을 이용해 공간의 역동성을 더욱 강조했고, 그 자체로 항공기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실감 나게 전달했다.
이와 연결되는 에어워크는 항공갤러리의 1층과 2층을 잇는 주요 관람 동선으로, 하늘로 상승하는 느낌을 주는 경사로다. 에어워크는 전시된 항공기를 다각도로 볼 수 있게 하며, 에어워크를 따라 걷다 보면 일제 강점기의 항공기부터 오늘날의 항공기까지 대한민국 항공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항공갤러리와 에어워크는 공간적으로 이어지며, 항공기는 가만히 매달려 있지만 관람객이 이동함에 따라 마치 눈앞에서 에어쇼를 관람하는 듯한 전시 공간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하늘을 향한 도전과 염원을 담은 전시
항공역사관1층은 인류가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겪어온 수많은 도전과 성공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항공의 시작과 발전을 통해 항공 기술의 역사를 추적하며, 하늘을 향한 인류의 꿈이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16세기 임진왜란 당시 정평구鄭平九, 1566~1624가 만든 하늘을 나는 수레 ‘비거飛車’와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 ‘플라이어Flyer’호 등이 전시되어 있어, 시대와 문화권에 따른 항공의 꿈과 도전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대한민국 항공의 태동과 발전, 그리고 항공 독립운동의 이야기도 전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비행장교 1호인 이용근과 박희성의 비행사 면허증, 안창남의 비행기 ‘금강호’, 국민 성금으로 구입해 한국전쟁에 투입된 ‘T-6건국기’ 등의 전시물을 통해 항공이 국가의 독립과 안보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항공역사관은 대한민국의 항공 역사를 ‘구국救國’, ‘호국護國’, ‘부국富國’, ‘강국强國’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소개하며, 항공의 발전이 기술적 진보를 넘어 민족의 역사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2층으로 올라가면, ‘신비로운 비행기의 섬으로 떠나는 꿈의 여정’이라는 주제의 실감영상관이 펼쳐진다. 프로펠러 비행기와 스탠더드 J-1 비행기 등 과거의 항공기들이 동화처럼 펼쳐지는 하늘 세계 속에 등장해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자유로움을 경험하게 한다. 약 9분 길이의 영상과 3~6분간의 체험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대형 곡면 스크린과 입체 음향을 통해 관람객에게 실감 나는 항공 콘텐츠를 선사하며, 실제 하늘을 나는 듯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다음으로 펼쳐지는 항공산업관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항공 운송 산업, 스마트 공항, 항공기 제조 및 개발, 항공기의 정비와 개조까지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며 항공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제시한다. 특히, 공항을 이용할 때 접하는 다양한 절차세관 심사, 출입국 관리, 검역, 면세점, 수하물 처리 시스템 등를 실시간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마치 실제 공항에 온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3층에 위치한 항공생활관은 항공 기술이 우리의 일상과 미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도심항공교통UAM, 스마트 무인기, 자율비행 시스템 등 최신 항공 기술들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TR-100 스마트 무인기와 자율비행이 가능한 OPPAV개인 이동 항공기 등의 실물 모형이 전시되어 있어 미래의 항공 이동 수단을 선행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드론의 다양한 활용을 소개하는 전시도 돋보이는데 드론이 단순한 촬영 도구를 넘어서 농업, 소방, 해양 구조 등 여러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실물과 영상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항공생활관은 항공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하늘을 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으로 다가오는 현실임을 깨닫게 한다.
산업과 문화의 만남: 국립항공박물관 전시의 의의
국립항공박물관과 같이 특정 산업과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박물관은 전통적인 문화 전시의 범위를 넘어, 해당 분야가 사회와 문화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고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록 항공의 역사는 짧지만 국립항공박물관은 그 속에 담긴 문화적 깊이를 담아내며 항공이 인간의 삶에 미친 변화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 공간적 측면에서 풍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전시 공간으로 그 설계와 전시 방식에서 많은 배울 점이 있다. 우리 박물관도 이전 건립을 앞두고 민속문화를 활용한 혁신적인 설계와 다채로운 전시 방식을 수용해 관람객들에게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 조윤수_민속연구과 학예연구원
『민속소식』 2024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