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과 매디슨어린이박물관
2024년 ACMAssociation of Children’s Museum, 미국어린이 박물관협회 총회 개최지였던 매디슨어린이박물관을 소개하고 싶다. 미국 중서부 위스콘신주의 주청사가 있는 매디슨에 위치한 매디슨어린이박물관은 1980년 설립하여 2010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 이 건물은 원래 1929년에 백화점으로 지어진 건물이었으나 2010년 지역 건축가와 협업을 통해 재활용 재료를 활용한 친환경 어린이박물관으로 재탄생하였다. 위스콘신주의 주도州都인 매디슨은 위스콘신주에서 밀워키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2020년 기준으로 약 26만 명이 살고 있다. 도시의 주위로 5개의 호수가 둘러싸고 있는 풍광이 아름답고 공기가 깨끗한 친환경 도시이며, 야간에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치안이 안전한 곳이다.
매디슨은 주청사 건물을 중심으로 방사형 도로망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주청사를 중심으로 길이 뚫려있고 길을 따라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다보니 건물들의 입구는 좁고 뒤로 갈수록 넓어지는 부채꼴형의 건물들이 많다. 매디슨어린이박물관도 마찬가지로 입구는 주청사를 향한 좁은 형태이고 뒤쪽으로 점차 넓어지는 구조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외양을 가지고 있다. 박물관 운영시간은 수요일에서 일요일은 9시~16시이고 목요일은 20시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일이다.
야외 옥상과 사무 공간을 포함하는 5층으로 구성된 건물은 약 2,220평으로, 2014년 위스콘신주 박물관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친환경 건축LEED, Leadership in Energy & Environmental Design 골드 인증을 획득하였다. 친환경, 생태중심 박물관으로서 박물관의 건축 및 디자인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재료, 재생 재료, 재활용 재료, 천연 재료, 유기농 재료, 기부 재료를 사용하였다. 옥상 정원은 화초와 나무로 꾸며져 있으며 온실을 갖추고 있고, 매년 1,400개의 달걀과 300종의 채소 및 허브를 생산한다고 한다.
친환경 녹색경영, 매디슨어린이박물관
어린이와 지속가능한 미래에 초점을 맞춘 매디슨어린이박물관은 친환경 녹색 경영을 모토로 하고 있다. 모든 의사 결정에 있어서 관람객, 지역사회,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전시 디자인부터 교육 프로그램, 리더십 심지어 청소 도구에 이르기까지 균형 있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천하고 있다.
관람객은 매년 약 20만 명 정도이며, 300개의 학교 단체가 방문하고 있다. 그중 학교 및 지역사회 행사, 새해 행사 등 아웃리치구호지원활동 프로그램의 참여자 수는 연간 약 5만 명에 달한다. 박물관의 여러 프로젝트는 건축가, 디자이너, 기술자, 예술가, 제작업체 등 현지 인재와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박물관의 1년 예산은 약 300만 달러인데 대부분 개인, 지역사회, 기업의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게다가 별도의 기부협력팀이 있어 운영에 있어서 지역사회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매디슨 내 많은 기업 및 자산가와 상호협력하며 기부금을 포함해 체험 도구 및 교구재, 음식(런치박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의 대표President & CEO는 학예직이 아닌 펀딩을 전담하는 행정직이고 이사회의 승인을 통해 임명된다. 정규 직원은 65명이고 523명의 자원봉사자와 인턴이 박물관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팀은 정규 직원이 3명이고 파트타임 직원 3~4명, 자원봉사자대학생, 성인, 시니어 등로 이루어졌다. 자원봉사의 경우 매디슨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 후 참가할 수 있으며, 본인이 근무 장소를 선택할 수도 있다.
관람객 편의 시설로는 ‘런치박스 카페’가 있다. ‘런치박스 카페’는 박물관 로비에 있어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은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런치박스 내의 모든 음식에는 권장 가격이 없으며, 가능한 만큼만 지불하는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음식값은 개인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많이 내어도 되고 적게 내어도 된다. 심지어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 이유는 모든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배우며 건강에 좋고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는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양한 친환경 주제가 담긴 특별한 전시
박물관 안은 다양한 주제의 친환경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2021년 미국박물관협회AAM, American Alliance of Museums의 지속가능성 우수상 전시 부분 외 다수 수상 실적도 있다. ‘와일더네스트Wildernest’는 자연을 주제로 지속가능한 재료를 통해 빛, 질감, 색상, 물 등을 탐색할 수 있는 영유아5세 이하 어린이 전용공간이다. 위스콘신의 상징적인 아이스 에이지 트레일Ice Age Trail에서 이름을 따온 ‘나이스 에이지 트레일Nice Age Trail’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친절함을 가르치기 위해 고안된 대화형 전시로, 아이들은 이곳을 여행하며 벌처럼 윙윙거리고, 학처럼 춤추고, 비버처럼 짓고, 곰처럼 껴안으며 4개의 서식지에서 위스콘신의 사계절과 그곳에 사는 동물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전시는 실제 비버가 씹은 가지와 통나무를 사용하는 등 지역적이고 자연적인 요소를 사용해 탄소발자국을 줄였으며, 천연 소재를 사용해 아이들이 유해 화학물질이나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였다. 몇 년 후 전시가 종료되면 거의 모든 요소가 생분해되어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전시를 실현하고 있다. 전시실 곳곳에는 A부터 Z까지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공감, 마음 챙김, 연결 등과 같은 26개의 단어와 개념이 제공되는데, 각 단어에는 어린이를 위한 활동과 성인을 위한 상황별 정보가 함께 제공된다.
이 ‘친절의 ABCABCs of Kindness’는 2024년 ACM 학술대회 기조강연자 중 한 명이었던 리처드 데이비슨Richard Davidson 박사가 개발한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또한, 의도적으로 리사이클 및 업사이클 재료를 사용하는 ‘아트 스튜디오Art Studio’에서는 휴지심, 시리얼 상자, 계란판 등과 같이 주변에 있는 가장 평범하고도 새로운 미술 재료를 사용하여 어린이들이 지속가능성의 길에서 열린 방식으로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림, 조각, 직조 등을 포함해 인터랙티브 유리창에서는 물감을 사용해 끊임없는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바닥재를 포함해 구조물의 90%가 리사이클 및 업사이클 재료로 제작된 ‘가능한-도시Possible-opolis’는 실내에서 아이들의 신체 발달 및 놀이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거대한 퍼즐형 전시물로, 다양한 인터랙티브 게임과 탐험 요소로 가득 차 있다.
매디슨 시내 중심부를 조망할 수 있는 ‘옥상 정원’에서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연못과 동식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또 한 편에 설치된 ‘클럽하우스’에서는 온실 체험 및 화석 발굴체험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건물 주차장이었던 공간을 사계절 야외놀이터로 업사이클링한 ‘원더그라운드Wonderground’는 매디슨 지역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지역 천연 재료와 버려진 재료, 물건, 공예품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다양한 요소와 난이도를 반영하여 아이들이 새로운 모험과 상상 놀이를 즐기며 여러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매디슨 지역이 속한 데인 카운티 폐기물 및 재생에너지부와 협력하여 트레일러를 이용해서 찾아가는 ‘쓰레기 연구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쓰레기를 덜 만들고 폐기물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도록 교육하기 위해 고안된 찾아가는 박물관 교육이다. 매립지가 폐기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쓰레기가 귀중한 자원으로 변하는 중요한 장소로서 재설계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매년 800개 이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 없이 무료로 현장 참여가 가능한 일일 프로그램으로 음악, 정원 연계 프로그램 등이 있으며, 사전 예약이 필요한 특별 프로그램으로는 도자기, 환경 연계 워크숍 등이 있다. 매디슨어린이박물관의 전시와 교육은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놀이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발견 학습과 창의적인 놀이를 통해 어린이를 가족과 지역사회 그리고 그 너머의 세계와 연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우리 어린이박물관의 전시·교육 방향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글 | 이성곤_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사·조은지_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