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은 2024년 5월 3일부터 8월 18일까지 기획전시실 1에서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간을 홀리고 지구 정복을 꿈꾸는 요물, 고양이가 사람과 맺어온 관계와 고양이와 관련된 민속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획되었다. 물론 매력 넘치는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고양이를 다루었나
이번 전시에 대해 박물관, 그것도 민속박물관에서 왜 고양이를 주제로 특별전을 열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대한 대답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현재 시점에서 고양이는 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람이 반려하는 동물이며, 통계로 볼 때도 반려묘의 숫자는 2006년 약 47만 마리에서 2022년에는 약 250만 마리로 400%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 이렇게 우리와 가까운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고양이를 주제로 한 전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미술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경우들은 더러 있었지만, 국립박물관에서 고양이라는 대상 자체를 주제로 한 경우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특히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매해 연말에 다가오는 해의 십이지 동물을 주제로 ‘띠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십이지에 속하지 않다 보니 다룰 기회가 없었다. 마지막 이유로는 현재 전시운영과의 부서장 및 전시기획 담당자 모두 고양이를 반려하는 반려인으로서, 현대인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 중 하나인 반려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적합한 대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치명적인 귀여움으로 우리의 거실을 점령한 침입자
고양이 자체는 분명 매력적인 주제이지만, 그것을 특별전으로 풀어낸다고 생각할 때는 걱정이 앞섰다. 기획 총괄을 맡은 필자는 과거부터 고양이를 한결같이 좋아해 왔고 현재도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다. 삶에서 고양이에 대한 비중을 높이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전시 기획에 있어 객관성을 잃어버리거나 보편적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기획을 함께 맡은 다른 두 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은 고양이를 반려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랜선 집사이고,
다른 한 명은 동물을 크게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으로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세 기획자가 모여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또한 필자가 고양이 특별전 기획을 맡기 이전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인 『거실의 사자-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2016도 기획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애비게일 터커Abigail Tucker가 지은 이 책은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 ‘아무것도 안 하는 반려 고양이에게 헌신하는 인간의 모습’을 과학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본다. 그런데 그 고양이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인간 중 하나가 바로 저자이며, 이 책은 저자의 반려 고양이 ‘치토스’와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자가 보는 고양이는 다른 가축과 달리 인간에게 그다지 유용한 생물이 아니며, 인간과 야생의 경계에서 곧장 인간의 거실로 걸어 들어온 침입자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치명적인 귀여움으로 인간을 홀렸고 여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고양이는 오스트리아 생태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z가 아기 해발인baby releaser이라고 하는 특징, 즉 동그란 얼굴, 통통한 볼, 넓은 이마, 큰 눈, 작은 코 등을 모두 갖춘 아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평균 3.6킬로그램인 몸집도 갓난아기의 체구와 일치하여 인간은 ‘양육 본능의 오발’이라고 일컬어지는 끌림을 느낀다. 또한 고양이는 그 사냥본능 때문에 많은 야생 동물을 멸종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해, 과학자들은 고양이에게 ‘인간에게원조 받는 포식자’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그래서 본능에 충실한 고양이와 집 안에 함께 사는 반려인들이 겪는 여러 문제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양이와 함께하고 있으며, 저자는 고양이를 비롯한 다른 생명체에 대해 인간 또한 경솔하게 행동한다는 점을 인정하자고 말한다.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는 소유보다는 도움과 방조의 관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과 더불어 동물을 인간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생태계 속에서 인간과 동등한 권리와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최근의 연구들 또한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동물을 동물이 아닌 ‘비인간’으로 지칭하고 ‘동물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나, 우리가 인터넷에서 쉽게 동물, 특히 고양이를 대상화하며 파편적으로 소비하는 모습 등 사회·문화적으로도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낮은 편이라고 느끼고 있었기에, 현재 시점에서 깊은 이야기까지 담아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지금과 같이 고양이를 그나마 긍정적으로 바라본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길고양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문제 중 하나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양이 특별전이라 했을 때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고양이를 그린 옛 그림들만 소개’한다거나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만을 내세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고양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고양이에 대한 기본적인 특성을 전달하면서도, 고양이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잘 몰랐을 만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야생과 인간의 ‘경계’에 서 있는 고양이가 과거부터 현대 사회까지 어떻게 인간과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최대한 골고루 이야기하고자 했다. 또한 그렇기에 전시 패널과 레이블의 글이나 ‘고양이 언어능력시험’ 체험 콘텐츠 등은 모두 쉽고 편안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했다. 어린이를 주요 대상으로 한 전시가 아니더라도 편안하고 재미있게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고 무언가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격식을 차리고 국보나 보물, 잘 모르지만 심오해 보이는 예술 작품을 보는 경험이 전부가 아님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전시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1부에서는 고양이의 생태적인 특징과 옛 자료들에서 나타난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고양이의 신체적인 특징, 고양이를 부르는 각 지역의 방언, 고양이라는 말의 어원과 다양한 이異명칭, 옛 문헌과 그림 속에서 나타나는 고양이를 아꼈던 사람들과 고양이를 주술이나 약재 등으로 이용했던 사례 등이다. 전시의 2부는 화자를 고양이로 바꾸어 고양이가 인간들을 홀려 지구를 정복하려는 계획을 꿈꾸고 있다는 테마로, 반려동물로서의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고양이 캐릭터·문학·음악 등을 연표로 제시하고, 현대 사회에서 고양이를 주인으로 모시는 ‘집사의 삶’을 웹툰과 영상 등으로 표현했다.
고양이 탐정, 고양이 출판사 대표, 고양이 웹툰 작가 등 고양이와 관련된 직업인들의 인터뷰도 볼 수 있다. 2부의 마지막은 인간보다 평균 수명이 짧기에 더 쉽게 마주하게 되는 죽음과 이별, 펫로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3부에서는 앞으로 우리가 생태계의 한 일원인 고양이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자료들로 구성했다. 고양이가 제 수명까지 살다가 모두 늙어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캠페인 사진 작품, 도시 재개발 지역 고양이들의 이주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등이 그것이다. 전시를 마무리하는 문구는 앞서 언급한 애비게일 터커의 책에서 따왔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고양이를 반려동물이나 우리에게 의지하는 존재로만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가 고양이에게 점점 더 집착하면서도 충분한 존경심도 보내지 않고, 이해하지도 않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고양이 특별전 뒷이야기
마지막으로, 보고 들은 몇몇 관람 후기 및 궁금해하는 사항들에 대해 전시의 뒷이야기를 들려드리며 전시 소개를 마무리하려 한다.
첫째, 관람객들이 기획자는 ‘고잘알고양이를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고 추측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사실이다. ‘집사가 매일 해야 하는 일’과 같은 부분은 참고 자료도 그다지 필요 없이 내 삶의 모습을 그대로 적기만 하면 되었다.
둘째, 재치 있는 한글 및 영문 제목 ‘CAT-ch me if you can’에 대한 칭찬과 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의견들이 있었다. 한글 제목의 ‘요물’은 사전적으로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을 홀릴 만큼 큰 매력을 가지고 있는 뜻에서 애정을 담아 표현한 것이다. 영어 제목은 전시운영과장님이 언어유희를 이용해 보면 어떻겠냐고 하며 제안한 문구를 그대로 반영했다.
셋째, 포스터와 배너 등 홍보물이 감각적이라는 칭찬이 많았다. 특히 글씨체에 대한 칭찬도 많았는데, 알파벳을 활용하여 한글처럼 보이게 한 것은 맞지만 ‘요물’로 보이는 ‘OMDJS’에 무슨 숨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넷째, 2부에 있는 두 마리의 큰 고양이 인형은 사실 처음에는 풍선으로 제작하려고 했었다. 전시장 내부 또는 아예 정문 앞이나 오촌댁 마당에 가져다 놓아 시선을 사로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관리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실행하지는 못하고 현재와 같이 털 달린 인형 고양이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관람객들의 너무 과격한 사랑(?)으로 이틀 만에 고양이들의 수염이 거의 모두 뽑히고, 흰색 고양이는 앞다리가 망가져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물론 지금은 수염도 다시 심고 튼튼한 고양이가 되어 퇴원했다.
글 | 이주홍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