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이란 숫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기저기 찾아본다.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논어·위정편』에 나오는 ‘삼십이립三十而立’일 것이다. 나이 서른이 되었으니 학문이나 주관이 뚜렷하여 흔들리지 않고 확고하게 서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평균 수명을 8~90세로 이야기하는데,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60세’를 일컫는 회갑回甲은 우리 전통 의례 중에서도 중요한 하나였다. 그만큼 60은 의미하는 바가 특별한 숫자였다. 60을 목적지로 볼 때, 그 전환점이 되는 곳은 30이다. 내가 무엇을 하며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 갈 길의 방향과 속도는 올바르고 적절한지 점검해봐야 하는 지점이다.
“민속박물관은 어떻게 걸어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1946년 국립민족박물관구 시정기념관 건물으로 개관한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민속관1966년, 경복궁 수정전, 한국민속박물관1975년, 경복궁 건청궁 터 구 현대미술관을 거쳐, 1993년 2월 17일 경복궁 내 선원전 구역인 구 국립중앙박물관 건물에 이전·개관하였다. 늘 남의 건물만 물려받아 새집처럼 여기고 살았다. ‘그때 그 시절’ 자식 많던 집안에서 동생은 늘 형과 누나가 입던 옷을 물려받아 입던 식이다. 옷이야 어떻든, 입을 수만 있다면 공부 잘하고 할 일 잘하면 그만이었다. 일 얘기가 나왔으니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했는지 1993년과 2023년 현재 수치를 비교해본다.(아래 도표 참조) 수치상으로 볼 때 상당한 발전과 성과 축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30년간 전통 민속문화의 조사연구, 전시와 교육을 통한 보존과 보급, 활용과 선양을 위해 해온 역할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평범하고 보편적인 우리의 삶과 일상을 문화의 차원으로 승화시켜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최초 개관 이후 10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까? 그래서 국립민속박물관은 현 위치 이전 개관 3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문화를 이끌어온 30년, 세계문화를 이끌어갈 30년Past 30 Years Leading Korean Culture, Next 30 Years to Lead the World Culture>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를 비롯하여 문화예술계, 민속학계, 박물관계, 그간 국립민속박물관에 근무했던 전·현직 직원들이 모두 모인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가야 할 길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21년부터 박물관 전 직원은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해왔다. 관련 전문가배기동 전 국립중앙박물관장를 모시고 미래전략이 왜 필요하고 어떠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들었다. TF를 만들어 비전, 핵심 가치, 중장기 전략의 밑그림을 그렸고, 전 직원이 참여하는 슬로건 공모 사업도 추진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직원 공감대를 형성하였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새 비전 “민속에 상상력을 더하는 K-Culture 박물관”에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전 직원의 바람을 담았다.
2023년 2월 17일 오후 3시 30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되는 기념행사가 자못 기다려진다. 특히 국립민속박물관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선후배님이 참석하시면 더 말할 바 없이 좋겠다. 신구新舊와 내외內外가 서로 함께 격려하고 단합해서 국립민속박물관의 위상을 드높이고, 그것이 국민의 행복과 세계인의 공감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글 | 김종대_국립민속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