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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 호랑이띠 해 특별전

우리 민속 곳곳에 살아 숨 쉬는 호랑이

국립민속박물관은 임인년 호랑이띠 해를 맞이해 2021년 12월 22일(수)부터 2022년 3월 1일(화)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호랑이 나라》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오랫동안 우리의 삶과 함께하며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 동물로 자리매김한 호랑이에 얽힌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그 많던 호랑이는 다 어디에?
약 120년 전에 출간된 여행기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rs』(1897)에서 저자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은 “조선 사람들은 반년 동안 호랑이 사냥을 하고, 나머지 반년 동안은 호랑이가 조선 사람을 사냥한다”고 하며, 조선에는 많은 수의 호랑이가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호랑이와 관련해 『한국구비문학대계』에서는 1,000건 이상의 설화를,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서는 700건 이상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는데, 구술과 기록으로 대표되는 두 문헌에 나타난 방대한 호랑이 흔적은 오랫동안 호랑이가 우리의 삶과 함께했다는 증거이다. 서식지의 소멸과 더불어 조선의 착호갑사捉虎甲士 운영, 일제강점기 해수구제害獸驅除 정책 등으로 호랑이는 이 땅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고,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되었지만, 여전히 호랑이는 우리 민속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범이야 호랑이야?
요즘에는 ‘범’보다 ‘호랑이’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많이 쓴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시작해 20세기 중반 우여곡절 끝에 편찬을 마친 한글학회의 『큰 사전』을 보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뜻풀이 글자 수만 보더라도 ‘범’이 월등하다. 게다가 상세한 설명, 일러스트 등 ‘범’에 관한 동물 사전 수준의 내용을 감안할 때, 예전에는 ‘호랑이’보다 ‘범’이란 표현이 대표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호랑이 상징과 문화상
호랑이는 우리 민속의 민간신앙民間信仰이나 구비문학口碑文學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산신山神으로 좌정坐定해 마을을 지켜주고, 그림이나 부적에 그려져 집안의 액을 막아준다. 또 상장례喪葬禮에서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며 망자亡者를 저세상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무덤을 지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설화나 전래동화 속의 호랑이는 영물靈物로 인식되며 효를 실천하거나 은혜를 갚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때로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곤경에 처하기도 하는 존재로 이야기되며 삶의 교훈을 전하기도 한다.

 

경쟁에서 패하고도 산신山神으로 좌정坐定한 호랑이
익히 잘 알려진 단군신화에서 환웅의 배필 자리를 놓고 호랑이와 곰이 경쟁을 벌여 곰이 승자가 되었지만, 우리 민속에서 호랑이는 곰보다 월등하게 많이 등장한다. 호랑이를 신으로 삼고 제사를 지낸 『삼국지 위서 동이전三國志 魏書 東夷傳』의 기록, 호랑이를 산군山君이라 부르며 무당이 진산鎭山에 도당제를 올린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의 기록 등 호랑이는 우리 땅에서 산신山神, 산군, 산신령山神靈 등으로 불리며 신으로 섬겨져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은산별신제恩山別神祭에서 썼던 산신도山神圖’를 비롯해 초창기 민속학자 석남 송석하宋錫夏, 1904~1948가 일제강점기에 수집한 ‘산신도와 산신당山神堂 흑백 사진’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산신으로 섬겨온 호랑이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동물
예로부터 호랑이는 그림이나 부적 등에 새겨져 나쁜 기운, 즉 액을 막는 벽사의 수단으로 쓰여졌다. 새해 첫 날 호랑이 그림을 그려 붙이는 세화歲畫, 단오에 쑥으로 호랑이 형상을 만드는 애호艾虎 등은 모두 호랑이의 용맹함에 기대어 액을 물리치고자 했던 조상들의 풍속이었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서 세화와 애호의 풍속을 확인할 수 있고, 더불어 삼재를 막기 위해 만든 ‘삼재부적판三災符籍板’, ‘작호도鵲虎圖’ 등을 통해 호랑이의 용맹함에 기대어 액을 막고자 했던 조상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 범을 잡아야 될거라야 그놈 참 머 험하기도 험하다”: 호환虎患의 두려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영화를 보던 시절, “호환마마보다 무서운…”이라는 경고성 내레이션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예로부터 호환은 마마와 더불어 매우 두려운 대상이었다. 호환을 당해 죽은 사람은 창귀倀鬼가 되어, 죽어서도 호랑이의 부림을 받는 딱한 처지가 된다는 속신俗信은 호환의 무서움을 잘 나타낸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호환을 방지하기 위해 ‘범굿’을 지냈는데, 대표적으로 포항의 ‘강사리 범굿’을 들 수 있다. “이 범을 잡아야 될거라야 그놈 참 머 험하기도 험하다”1)라는 무가巫歌로 시작해 “옛날에 모두 옛조상들데 논 이 호랑이굿을 이래 불러 주고 위해줍니다.”2)라는 무가로 범굿을 마치는데, 이를 통해 호환의 두려움과 오래 전부터 범굿이 전승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굿’ 시리즈로 유명한 사진작가 김수남金秀男, 1949~2006이 1981년에 촬영한 강사리 범굿의 사진을 슬라이드 쇼 형태로 소개한다.

역시 우리는 호랑이! 호랑이의 나라!
88서울올림픽, 평창동계올림픽 등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국제적 스포츠 행사에서 호랑이는 대회 마스코트로 활용되었고,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리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유니폼에는 호랑이가 엠블럼 형태로 부착되어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있다.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모두 이번 전시에 선보이며, ‘2002년 한일 월드컵 기념 축구공’, ‘남아공 월드컵 기념 티셔츠’ 등을 통해 여전히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로 위상을 떨치는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주)넥슨코리아와 협업해 현대 게임 산업에서도 호랑이가 활용되는 사례를 소개하는 동시에 모바일 게임 ‘바람의나라: 연’에서는 ‘은혜 갚은 호랑이’ 설화의 줄거리를 차용해 만든 인게임 이벤트를 진행하고, 전시실 내에서는 ‘호건’ 등 전시 유물을 활용해 만든 강력한 게임 아이템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호랑이 기운을 듬뿍 받는 임인년 새해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무엇보다도 임인년 새해에는 호랑이 기운을 듬뿍 받아온 국민이 코로나19를 모두 극복하고, 가내 평안함을 가득 누릴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특별전이 호랑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1) 호랑이의 포악함을 표현한 무가 내용
2) 오래전부터 조상들이 범굿을 지냈다는 내용을 알리는 무가 내용


글 | 김형주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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