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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 코로나19시대와 배달 문화

넥스트 노멀의 배달 문화

‘언택트Un-contact’화 된 다양한 활동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라는 신종 전염병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겪으며 갑작스러운 일상의 변화를 삶에 적용하고 또한 적응해나가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학자들은 코로나19 창궐 이후의 시대를 ‘넥스트 노멀Next normal’ 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등 다양한 용어로 명명하며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넥스트 노멀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영위하는 다양한 활동들의 ‘언택트Un-contact’화 일 것이다. 이로 인해 접촉이 주류를 이루었던 산업은 위축되고 비접촉, 비대면이 기본이 되는 서비스 산업들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산업은 인간의 의식주 가운데 식 영역을 주로 담당해온 배달 산업의 성장이라 하겠다. 사실 배달 산업은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고령 인구 증가 등 사회 구조의 변화와 함께 달라진 소비 성향,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일상화로 인해 이미 폭발적인 성장 가도에 놓여있었다.

특히 IT 기술이 발달하고 국민의 9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아파트와 같은 인구가 밀집된 주거 환경, 인구 대비 외식 업소가 많다는 한국 시장의 특성은 애플리케이션 기반 배달 서비스가 주요 외식 서비스 형태로서 자리 잡게 된 주요한 배경이라 할 수 있겠다. 배달 주문 방식 또한 기존의 전화 주문 방식보다는 온라인 기반 서비스 이용자 비율이 압도적이다.

오픈서베이의 2020년 4월 통계 자료에 따르면 배달 서비스 이용자 60% 이상이 배달 전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고 응답했으며 전화 주문은 27%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배달 전문 업체와 온라인 주문 플랫폼은 식당의 음식 뿐만 아니라 식료품, 간편식 등 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식품과 생필품 등의 배달 서비스를 겸하며 배달 상품의 범주를 다각도로 확장하는 추세다.

2020년 6월 온라인쇼핑동향
2020년 6월 온라인쇼핑동향

이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이용 중인 소비자는 익숙한 플랫폼에서의 구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특성이 있으며 코로나 사태는 오프라인 매장을 주로 이용했던 소비층까지 온라인으로 새롭게 유입시키며 시장 규모를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은 3년 새 6배 이상 성장했으며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발표한 6월 자료에서 온라인 서비스 거래액 중 배달음식, 온라인몰 음식 구매 등 음식 서비스의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61.5%4,770억원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가 배달 서비스를 외식업의 주류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배달 업종의 성장과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며 이에 따른 외식 공급자 측면에서의 변화도 눈에 띈다.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매장은 배달 서비스를 도입, 병행하여 매출을 다각화하여 돌파구를 찾고 아예 배달 전문 매장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상당수다. 또한 배달 시스템이 기반이 된 공유 주방 산업의 성장도 자연스레 뒤따르고 있다.

최근 외식 비즈니스 모델의 핫이슈인 ‘공유 주방’은 주방 설비와 기기를 갖춘 주방 공간을 외식 사업자들이 일정 기간 임대하고 배달 플랫폼과 연계하여 매출을 창출하는 구조의 외식 서비스로 초기 설비 투자, 입지 조건,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적고 실패 시의 업종 전환도 용이하여 리스크 또한 적기 때문에 배달업의 성장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과 소비풍토 변화로 지속 성장을 거듭해오던 배달 산업은 코로나19라는 커다란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여 비대면, 비접촉을 유지하면서도 우리 개인과 사회, 공동체, 그리고 산업과 산업 사이를 이어주며 단절이 아닌 새로운 일상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중추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배달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다?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그 이전의 삶은 빨리 잊혀지기 마련이다. 스마트폰과 배달앱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지만 분명 우리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그리고 배달 어플이 없던 시절에도 큰 어려움 없이 배달의 도움을 받아왔다. 지금은 전화 주문 자체가 번거로운 일로 여겨지지만 20여 년 전 통신사 광고 속, 마라도에서도 휴대폰으로 짜장면을 시키는 첨단 기술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 했다.

과거를 거슬러 오르다 보면 문득 새로운 궁금증이 머릿속에 피어난다. 과연 전화도 없던 먼 옛날에도 ‘배달’은 존재했을까? 기록으로 확인 가능한 가장 오랜 우리 배달의 역사는 조선시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시절 배달 문화를 처음 꽃피운 음식은 ‘냉면’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황윤석이 열 살부터 예순세 살까지의 일상과 당시 인류 생활에 이용되는 실사實事를 총망라하여 기록한 <이재난고頤齋亂藁>는 18세기 조선 후기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일기이자 문집으로서, 이 기록에 따르면 1768년 7월의 어느 날 과거시험을 본 다음날 점심, 일행과 함께 냉면을 시켜 먹었다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시기와 음식의 궁합을 떠올려보면 무더운 여름 갈증을 해소하고 땀을 식힐 냉국수 한 그릇의 절실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듯하다. 본디 궁중에서 즐기던 귀한 음식이던 냉면은 양반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점차 서민의 식문화로도 전파되었다.

냉면 배달의 시작 역시 양반들이 먼저 이 음식을 즐기게 되면서 이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의 개념으로 시작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1920년 이후에는 음식 배달 문화가 더욱 널리 퍼지면서 냉면은 서민들 사이에서도 일상적으로 즐기는 대표적인 배달음식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당시 냉면 배달부를 따로 지칭하는 ‘중머리’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였다.

‘효종갱曉鐘羹’은 술을 마신 뒤 속풀이를 위해 먹던 해장국으로 ‘새벽에 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1800년대 조선의 대표적인 배달 음식이라 하겠다. 이 음식은 당시 통행금지가 해제되던 새벽 4시 무렵이 되면 밤새 술을 마신 사대부 양반들의 집으로 배달되었다고 전해진다.

1925년 최영년崔永年이 쓴 <해동죽지海東竹枝>에 따르면 효종갱을 유난히 맛있게 끓이는 것으로 이름난 경기도 광주시의 갱촌에서부터 한양까지 국이 식지 않도록 솜으로 싸서 배달시켜 먹었다고 전해진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당시의 유통 구조 속에서 자본과 권력의 힘으로 이루어진 원조 ‘새벽 배송’ 시스템이라 하겠다. 이처럼 ‘배달 문화’는 인간의 ‘편리함’에 대한 욕망이 존재하는 한, 시대를 불문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의 생활 한 켠에 자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새로운 소비 풍토가 가져온 배달업의 넥스트
기술의 발달과 유통구조의 혁신, 선도 업체의 활약으로 이렇게 우리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성향에 따라 세세하게 일상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현시대의 소비자들은 일시적 소유를 통해 공급받은 상품에 의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기를 선호하며 비용보다는 시간에 대한 가치를 더욱 중요시한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영향으로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는 소비자에 공급되는 상품을 구독, 렌탈하거나 입맛에 맞게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이 서비스들은 소비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최대한 ‘간편’할 것을 전제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의 타깃은 스마트 기술의 사용이 능수능란하고 경제 저성장에 익숙해 목돈을 들여 소유하기보다 당장 저비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20~30대가 주축이다. 그리고 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구독 서비스의 대부분은 발달된 배달, 배송 플랫폼이 엔진 역할을 담당하며 단지 음식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관장하는 서비스로 자리하게 되었다.

구독 서비스 품목은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반찬, 김치, 이유식, 커피, 국·탕류 등 식료품에서부터 전통주, 과자, 과일, 꽃, 전문가가 엄선한 랜덤박스 패키지 등 취미나 취향의 영역까지 광범위하다. 자주 구입하는 물품의 자동 배송을 통한 일상의 편의성을 높이고 개인의 여가까지 책임지며 이미 일상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넥스트 노멀의 주류가 된 온라인 커머스와 배달, 배송 산업의 성장은 고객과 판매자의 물리적 거리를 무의미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우리는 새로운 온라인이라는 세상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관계로서 연결되어 있으며 이 사회적 연결고리 역할에 있어 일상을 영위하는 일에 배달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 또한 시장이 형성되고 플랫폼이 자리를 갖추자 일반인도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 킥보드, 자차 배달 등 원하는 시간과 형태로 배달에 참여시키는 직업이 생겨나는 등 새로운 노동 환경에 이르기까지 배달의 가지가 뻗어나가고 있다.

다음은 무엇일까? 이제는 사람과 사람간의 배달을 넘어 첨단 기술을 활용한 ‘로봇 배달’, ‘언택트 배달’에 대한 시도와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빠른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완전한 언택트 배달을 기다리기는 시장의 니즈가 더욱 조급해 졌기 때문이다.
오랜 배달의 역사를 지나 우리는 이제 ‘무인 배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참고자료
·통계청: 2020년 6월 및 2분기 온라인 쇼핑동향
·오픈서베이: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0
·조선시대 <이재난고(頤齋亂藁)>, <해동죽지(海東竹枝)>
·ebs: 역사채널e 배달의 역사


글 | 김성화_「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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