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9만 8천여 명 이상이 본 것인데 한국에는 없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문화상자 이야기다. 한국문화상자는 해외에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만든 전시 및 체험 콘텐츠로, 1년에 서너 개 밖에 제작하지 않는 한정판이다. 소장가치가 높은 터라 한국문화상자를 원하는 재외 한국문화원과 해외 박물관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아르헨티나, 태국 등 총 9개국으로 보급된 한국문화상자는 매년 해외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소임을 다하고 있다. 한국문화상자는 365일 세계 곳곳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움직이는 민속박물관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만나기 어려워진 한국문화상자. 이제는 방구석 1열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신新 한류 콘텐츠, 한국문화상자
한국문화상자는 신한류 흐름 속 박물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그동안 조사·연구 및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K-POP으로 알려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전통문화로 확대하여 신한류 창출에 기여하고자 한국문화상자를 기획하였다. 2017년 미국 시카고어린이박물관에 보급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러시아, 태국, 아르헨티나, 카자흐스탄 등 9개국의 주요한 행사에서 한국문화상자는 신한류 콘텐츠로 활용되었다.
2018년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한국문화 페스티벌’에 한국문화상자가 함께했다. 축제장에서 K-POP이 울려 퍼지고, 참가자들은 일제히 노래에 맞춰 한국 아이돌의 칼군무를 뽐내었다. 당시 K-POP을 즐기기 위해 행사장에 모였던 현지 관람객들은 주헝가리 한국문화원 운영 요원의 안내에 따라 ‘한국의 역사와 지리·한복입기·한글놀이·사랑방과 안방의 생활공간’ 등 한국문화 전시 관람과 체험활동을 하며, 한국문화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POP과 한류의 열기 속에서 한국문화상자는 신한류 콘텐츠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움직이는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문화상자
한국문화상자는 전시 및 체험을 통해서 한국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움직이는 박물관이다. 사랑방, 안방, 한복, 안녕 등 4가지 상자로 구성되어있다. 사랑방과 안방 상자는 선비문화와 규방문화를 각각 보여주는 격조있는 전시상자이다. 사랑방 상자 속의 책가도 병풍, 서안과 문방사우, 선비들의 시모임을 그린 유숙의 ‘수계도권’ 등의 실물자료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생활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안방 상자에는 여성들의 바느질 도구와 아름다운 자수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한복 상자는 다양한 한복과 쓰개류를 직접 입어볼 수 있는 체험 상자이다. 안녕 상자에서는 한국의 역사와 지리는 물론, 영상을 통해 한국의 현대 모습을 보기도 하고, 놀이하듯이 한글을 익힐 수도 있다. 4가지 상자에는 시청각 자료와 실물자료로 전시 및 체험 콘텐츠가 구성되어있어 실감나게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한국문화상자 책자, 자료정보카드, USB, 리플릿, 기념품 등이 담긴 학습자료 세트를 통해 입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학습자료는 선물보자기로 포장하여, 예부터 손님에게 귀한 것을 보자기에 싸서 드렸던 한국의 풍습을 담았다.
방구석1열에서, 한국문화상자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문화·예술 행사들이 취소되는 가운데 한류의 흐름이 일시정지상태가 되었다. 해외 9개국에서 조명을 밝히며 한국문화를 알렸던 한국문화상자도 해외 문화예술기관의 휴관방침에 따라 당분간은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문화상자를 즐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4월부터 한국문화상자의 콘텐츠를 10개 국어 홈페이지로 구축하여 공개서비스 중이다.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방구석 1열에서 한국문화상자를 만날 수 있다. 올해 일본, 터키, 프랑스 한국문화원에 한국문화상자를 보급할 예정인데 3개 언어가 더 추가될 것이다. 메인화면에서 간략하게 한국문화상자를 홍보영상을 보고, 한국문화상자의 사랑방, 안방, 한복, 안녕 4가지 주제를 클릭하면 한국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한옥 일러스트와 한옥영상을 통해 사랑방과 안방의 모습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한국문화상자 속 한복을 입은 옛사람들의 모습을 서화작품으로 만나보고, 한글을 놀이처럼 체험해 볼 수 있다. 한국문화상자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인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인들이 어떻게 생활해왔고, 지금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한 눈에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Thomas Friedman은 인류 역사를 코로나19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이후인 ACAfter Corona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인류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바뀐 요즘, 방구석 1열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문화상자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해당국의 언어로 제작·보급되는 한국문화상자는 그동안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한정판인 탓에 보급된 기관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최근 온라인과 모바일로 활동범위를 확장시키면서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한국문화상자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문화상자의 새로운 변화를 계기로 K-POP 등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거나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 또 한국문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까지 즐길 수 있는 신한류 콘텐츠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 임한슬_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