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한국 기후는 계절적 특징을 가진 생활상의 바탕이 되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자연이 생장하는 여름, 오곡백과의 풍요가 깃든 가을, 이듬해를 준비하는 겨울이 한 해에 다채롭게 펼쳐져 이를 영위하는 사람들의 순환적 생활문화가 생겨났을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상설전시관 1 ‘한국인의 하루’는 계절에 따라 바뀌는 소소한 일상을 담아 관람객에게 보여주는데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요즘에는 ‘선조들의 여름 일상생활’이 전시되고 있다.
우리의 여름 속에서 만나는 선조들의 여름
상설전시관 1은 올해부터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전통 생활상을 실제 계절에 맞추어 보여주고 있는데, 3월부터 운영되고 있던 ‘봄의 일상생활’을 지난 7월 8일부터 ‘여름의 일상생활’로 교체하여 관련 유물을 변경하였다. ‘부채’, ‘죽부인’, ‘등거리’, ‘자리’ 등 여름철 피서 용품을 비롯하여 ‘극젱이’, ‘소입망’ 등의 여름철 밭농사 도구 및 ‘도롱이’, ‘삿갓’, ‘농기農旗’ 등의 여름철 김매기 관련 자료 등 총 79점의 유물이 새롭게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다양한 구성원의 다채로운 일상
무더운 기후 속에서 일과 쉼이 교차하는 여름철의 하루 일상이 펼쳐진 전시관에서는 이와 관련된 다채로운 유물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먼저 전시장 입구의 누마루에서는 여름철 부채를 들고 장기를 두는 두 노인의 모습을 그린 운보 김기창의 「장기도將棋圖」를 비롯해 발, 등거리, 토시, 죽부인 등 다양한 여름나기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전시장 안쪽에서는 계곡에 들어가 ‘가리’나 ‘통발’로 물고기도 잡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름철 더위를 피하던 조상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농가 생활과 농사 준비를 보여주는 전시 코너에서는 밭을 갈 때 소가 끄는 극젱이와 막 자란 콩잎을 먹지 못하게 소 입에 씌우는 소입망(주둥망) 등 여름철의 독특한 밭농사 모습을 보여주는 도구부터 여성의 주요 생업이었던 모시 짜기와 관련한 도구인 모시칼, 전짓다리, 날틀, 베매기솔 등을 전시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여름철에 생업에 종사하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한편 마을 사람들의 협동조직인 ‘두레’를 중심으로 한 여름철 김매기의 풍경을 잘 보여주는 ‘도롱이’, ‘삿갓’, ‘농기’, ‘술병’ 등의 자료를 전시하였다. 이를 통해 힘든 노동, 술과 노래, 공동체 의례가 함께 어우러지던 공간인 여름철 농촌의 하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여름철 음식으로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해주는 민어매운탕과 수분을 공급해주는 시원한 오이냉국을 영상으로 체험하며, 생활공간에서 더위를 잊게 해주는 화문석과 죽부인을 체험할 수 있게 하였다.
‘옛’과 ‘오늘’의 상관관계
사람이 영위하는 특징적인 생활상은 대부분 그것이 생겨나게 된 기반과 맥락을 가지고 있다. 요즈음에는 에어컨디셔너와 선풍기가 흔해져 손쉽게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내고, 기발하고 다양한 피서용품도 많이 판매된다. 그러나 간혹 평상에 누워 즐기는 풍광과 바람, 이열치열 삼아 즐기는 여름 보양식, 다소 덥지만 짙은 푸르름이 주는 청량감이 왠지 모르게 당긴다면 조상님들이 남겨준 DNA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시장에 펼쳐진 선조들의 여름 일상 속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글_김창호 | 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