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웬만한 집 TV 위나 책상 앞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장식용 고무인형 ‘못난이 삼형제’. 예쁘게 장식한다고 뜨개질한 받침을 깔고 그 위에 올려두기도 했다. 못난이 삼형제는 없는 곳이 없었다. 이렇게 흔하디 흔한, 예쁘지는 않지만 밉지 않은 못난이 삼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유물을 통해 기억해보고자 한다.
1971년 당시 나왔던 초기 작품 ‘못난이 삼형제’ 인형이다. 높이 10.5cm, 너비 5.5cm 정도의 이 인형은 무릎에 양손을 올려놓고 앉아있는 모습으로 웃는 아이, 우는 아이, 화난 아이의 표정과 옷차림이 다른 3개의 인형으로 구성되었다. 주근깨 투성이 얼굴에 송송 박힌 머리카락, 360도로 회전되는 목을 가졌다. 바닥면에 ‘IWAI INDUSTRIAL CO. LTD 1971, MADE IN KOREA’가 음각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IWAI 회사에서 우리나라에 하청을 줬던 그 당시의 제품임을 알 수 있다.
못난이 인형 바닥면
1971년 경 이 인형은 일본의 IWAI라는 완구 업체의 하청을 받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1973년쯤 IWAI사와의 계약 만료 및 생산 중단으로 업체 측이 두고 간 금형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이 못난이 삼형제다. 또한 1974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킹 완구에서는 해외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해외 수출을 하면서 외형에 약간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꽤나 오랫동안 만들어지고 여러 제조사가 만든 만큼 그 종류가 크기에서 색상, 헤어스타일, 제조사까지 엄청 다양해졌다. 못난이 인형이 당시 한국 완구시장에 거의 처음으로 등장한 플라스틱 인형이었고, 특이한 표정과 당시 기준으로 가격도 싸서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현재까지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주 쓰인다.
…얼마 전 가계부를 들여다보며 좀 더 지출을 줄일 수는 없을까 궁리 끝에 식구들의 이발을 내가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시내에 나가 이발세트를 사 가지고 와서는 첫 실습대상으로 제일 만만한 6학년짜리 막내 놈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이 엄마 솜씨가 믿어지지 않는지 꽁무니를 빼려는 것을 살살 구슬려 깎아보았더니 첫 솜씨치고는 괜찮았다. 그래서 중 3짜리 큰놈머리도 깎아보고 조카머리에도 손을 대보았다. …(중략)그러나 왼쪽을 자르면 오른쪽이, 오른쪽을 자르면 이번엔 왼쪽이 균형이 맞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앞머리는 또 터무니없이 짧아지고, 모기소리만 하게 “다 됐어요.” 하는 내말에 목을 쓱쓱 문지르고는 일어서서 거울을 쳐다보는 아빠의 표정. 아빠의 머리모영은 꼭 「못난이 삼형제」 인형 중에서 그중 하나가 방금 뛰쳐나온 듯 했다. 어머님을 비롯해서 온 식구가 며칠을 두고 웃어대는 속에 주인공인 아빠는 화를 내다 웃다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그 뒤 오늘까지 아빠는 운동모를 쓰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지만 내 어찌 단념하랴. 그날 이후 나는 거리에서나 버스 속에서나 남자들의 헤어스타일을 유심히 관찰하며 다닌다. 다음번엔 반드시 아빠의 머리를 멋지게 깎아내리라 다짐하면서.
「이발연습」, 동아일보, 1979년 11월 8일 기사 중
위의 글은 1979년 동아일보에 실린 글이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가족의 이발을 직접 해보기로 결심한 주부가 아빠의 헤어스타일을 망치고는 그 머리를 못난이 삼형제에 비유해서 표현하였다. 과거에 이 못난이 삼형제가 사람들 의식 속에 어떤 이미지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글이다.
이미지 출처 :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2015년 11월부터 방영했던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속에서는 5개의 못난이 인형이 스쳐가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했다. 당시의 흔한 풍경들을 연출한 장면들 가운데 인형의 위치와 방향 등으로 변화를 주면서 제작진의 의도를 복선으로 깔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근래에는 못난이 삼형제가 아닌 오형제를 판매하는 곳도 있다.
못난이 삼형제는 하나 하나 떼어 놓고 보면 별 느낌이 없다. 역시 못난이 삼형제는 같이 있어야 예쁘다. 요즘 생산되는 피규어처럼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모양새는 아니지만, 잠시 성공적으로 우리나라를 정복했던 작은 인형으로 이젠 지난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 못난이 삼형제. 못난이 삼형제 인형은 웃고, 울고, 힘들었던 그 추억의 한 페이지를, 1970~80년대 사람들의 감정들을 세 가지로 함축시켜 놓은 듯하다.
참고자료
박진석, 「응답하라 1988」 신 스틸러, 못난이 인형을 향한 추억, 국내학술기사특허뉴스, 통권129호, 2016
동아일보
IWAI www.hello-iwai.com
글_김혜경│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