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PDF 박물관 바로가기

현장일지

면발의 힘, 국수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에서 면을 이용한 국수는 밥만큼이나 사랑받는 음식이다. 면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면요리가 대단히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아, 제례나 혼례 등의 큰 행사 때 특별한 음식으로 주로 먹었다. 이처럼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던 면요리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그 위상이 달라진다. 미국에서 원조 받은 밀가루로 만든 국수와 라면을 통해 주식 아닌 주식이 된 것이다.

 

2018년 3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약 2년간 진행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근현대 생활문화-한국의 국수 조사’에서는 근현대의 한국 음식생활사를 국수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 다양한 음식문화의 발달로 인해, 국수 또한 미식味食의 한 분야로 여러 조사가 진행되어 자료들이 연구되고 있지만, 결과물이 맛집 소개 등에 그치고 있고, 역사와 전래를 통한 음식 생활사 변화 분석은 그 비중이 매우 미미하다. 따라서 ‘한국의 국수 조사’에서는 이런 기존 조사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조사를 시작했다.

 

 

전국 단위 국수 조사를 통해 근현대 음식문화의 변화상을 이해하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다양한 국수의 탄생과 발달, 역사적 전승을 조사한다. 또한 국수를 통한 서민 식생활의 변화를 파악하고, 근현대 국수 식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다양한 제보자를 통해 고찰해본다. 마지막으로 추후 전시 연계를 위한 물질자료와 아카이브 자료를 수집한다.

 

조사 대상과 내용은 근현대 시기 도시화, 산업화로 등장한 지역별 국수와 국수가게, 그리고 국수 관련 종사자와 민가民家에서 국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줄 제보자다. 부산의 밀면, 강원도의 막국수, 제주도의 고기국수 등과 같이 지역별로 특징을 가지는 전국의 국수와 국수가게, 제물국수, 건진국수 등 여러 종류의 국수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사하고 기록한다.

 

지역적 특징 뿐 아니라 밀가루, 메밀가루, 녹말가루 등 다양한 면의 재료에 따라 국수를 분류하고 그와 관련된 내용도 조사한다. 기존의 국수 맛집 소개, 단순한 지역 국수의 종류를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가게, 식당, 가정), 시간(근현대), 사람(먹는 사람, 만드는 사람)이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접근하여 국수의 역사, 식생활의 변화 및 국수의 위상변화 그리고 국수를 통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와 음식 문화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조선요리제법』(1942),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향토음식편』(1972) 등의 문헌자료와 음식관련 신문자료의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현지조사를 진행하여 참여관찰과 심층면접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수와 관련된 생활문화를 조사한다.

 

 

2018년 6월 8일 현재, 한국의 국수조사는 4차까지 진행되었다. 지역별 동선에 따라 부산 밀면, 안동 건진국수, 강원도 메밀국수와 막국수, 그리고 여러 곳의 국수공장을 조사했다. 앞으로의 일정은 6월말 전라도 지역(팥칼국수, 설탕국수 등)을 시작으로 제주도(고기국수, 보말국수 등), 충청도(어죽국수 등), 경기도(바지락 칼국수 등) 지역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국수 조사는 단순한 국수의 변화 양상과 현황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현대 생활문화에서 국수가 가지는 다양한 의미를 찾는 데 있다. 국수는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으로 먹던 것(잔치국수 등)에서 이제 주식처럼 자리 잡을 만큼 우리의 주변에 가까이 다가온 친숙한 음식(라면 등)이 되었다. 국수가 이렇게 우리의 식생활에 가깝게 자리 잡기까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혼분식 장려운동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있었고, 그런 영향이 국수가 우리의 식생활에 가까이 자리 잡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런 사실 관계를 다양한 조사 방법론을 통해 접근하여 확인하고, 무엇보다 국수의 역사와 변화 자체보다 국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 국수에 대한 추억, 그리고 생애사 등 다각적인 내용을 조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조사지역 및 대표국수

지역(가게/공장)  조사대상
밀가루 메밀가루  녹말가루 기타
서울 칼국수
(혜화동, 명륜동)
함흥냉면
(오장동)
라면
(전국)
경기도 인천
동산국수공장(인천)

바지락칼국수
(안산 대부도)

짜장면
(인천)

황해도냉면
(양평)

평양냉면
(의정부)

쫄면
(인천)

강원도
별표국수공장(동해)

막국수
(춘천, 고성)

콧등치기국수(정선)

함흥냉면
(속초)

올챙이국수
(정선)

경상도
구포국수공장(부산)
제일국수공장(포항)
풍국면공장(대구)
 밀면
(부산)모리국수
(포항)
 소바
(의령)

진주냉면
(진주)

건진국수
(안동)

전라도
백양국수공장(임실)

팥칼국수
(전주,군산)

설탕국수
(장흥,고흥)

충청도
버들국수공장(예산)
은산국수공장(부여)

생선국수
(옥천)

어죽국수
(예산,금산)

꿩냉면
(충주)

제주도
한성국수공장(제주)
 고기국수
(제주)

꿩칼국수
(서귀포)

※ 이번 조사에서 진행할 주요 조사지역과 대표 국수는 다음과 같다. 조사 내용과 일정은 조사를 진행하면서 변동이 있을 수 있다.

 

 

글_손정수|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학예연구원

 

더 알아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