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활 속에서 발생시키는 쓰레기들이 분해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양파망은 600년, 유리병은 100만 년, 스티로폼은 분해가 아예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매일 적든 많든 쓰레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쓰레기는 현대사회 구성원들이 풀어야 할 공통과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쓰레기 문제의 대안은 있을까? 쓰레기는 전혀 가치 없는 물건에 불과할까? 쓰레기특별전 <쓰레기x사용설명서> 전시를 기획한 김창호 학예연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창호 학예연구사이하 김창호_ 이번 전시는 프랑스 국립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MuCEM;Musée des civilisations et de la Méditerranée과 ‘쓰레기’라는 공동주제로 여는 특별전입니다. 전시에서는 거름통, 넝마바구니, 지승병, 재활용 등잔, 포탄피 재떨이 등 쓰레기 수집과 활용 관련 유물‧사진 자료, 쓰레기로 사라질 뻔했던 문화재 하피첩과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 미인도 등 300여 점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김창호_ 생활문화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쓰레기에 대한 탐구는 우리 자신에 대한 접근입니다. 쉽게 얻고 버리는 현대소비풍조 속에서 쓰레기 문제를 통해 자신을 살펴보고, 우리 이웃이 실천하는 대안을 공유함으로써 관람객 스스로 해법을 생각해보는 자리입니다. 전시에서는 1인 가구, 4인 가구가 일주일 동안 얼마나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소비하고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을 실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김창호_ 쓰레기로 어떻게 전시를 하지?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웃음) 쓰레기야말로 현대인들의 생활 문화를 잘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어떻게든 쓰레기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발굴된 쓰레기 분석을 통해 생활사를 복원하는 쓰레기 고고학Garbage Archaeology이라는 학문 분야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쓰레기 자체를 전시 대상으로 삼는다기 보다는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 즉 우리 자신의 생활문화를 전시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미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된 쓰레기의 대안을 우리 이웃에서 찾아 공유하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김창호_ 쓰레기를 주울 때 사용했던 넝마바구니와 집게, 폐지 손수레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폐지손수레는 재활용수집소에서 사용하던 것을 대여해 와서 훈증처리를 통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넝마바구니는 1950년대에, 폐지 손수레는 최근까지 사용되던 물품으로 시대가 다른 두 개의 유물을 비교해 봐도 좋을 듯합니다. 또한 MAEZM의 ‘RE_LOVE-CLOTHES’는 낡은 가구와 옷가지 등 실제 사용했던 물건들을 다시 사랑하려는re-love 시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낡은 의자는 점차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지만, 주인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다른 새로운 물건보다도 더 큰 가치를 갖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서울 행당동에서 출토된 일제강점기 시대의 생활 쓰레기 유물, 재활용 등기구, 고무신 수선 도구 등 다양한 전시품들이 있습니다.
김창호_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두 아들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은 서첩으로, 부인 홍씨가 강진 유배지로 부친 ‘빛바랜 혼례복’을 활용해서 만들어졌습니다. 2004년 경기도 수원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의 수레에서 폐지로 사라질 뻔했지만, 이를 발견한 사람이 유물 감정프로그램에 의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2010년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하피첩’과 같이 영조대왕 대실 석난간 조배의궤英祖大王胎室石欄干造排儀軌와 미인도윤용 尹愹, 1708~1740의 작품으로 추정 역시 쓰레기로 버려질 뻔한 것을 그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즉, 생활 속에서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지만 작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쓰레기 속에서도 가치 있는 것을 건지거나, 때로는 문화재를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김창호_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개인과 단체, 기업들의 대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장난감 재활용 사회적 기업 ‘금자동이’, 버려지는 청바지로 가방을 만드는 마을기업 ‘리폼맘스’, 양복을 기증받아 면접을 준비하는 구직 청년 등에게 값싸게 대여하는 ‘열린옷장’, 제주 바다의 쓰레기를 수집하여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재주도좋아’, 다양한 물건을 기증·판매하고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가게’ 등 버림받는 물건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개인과 단체, 기업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으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대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창호_ 전시에서도 우리 이웃들이 오래 사용한 물건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물건이 지닌 가치’로서 쓰레기 문제에 대한 대안이기도 합니다. 여행 중 골동품상에서 사들여 술 마실 때마다 들고 다니는 ‘백자 사발’, 네 자녀 모두 물려 입힌 ‘아동복’, 어머니의 ‘경대’, 시어머니가 피난 때 들고 온 ‘손재봉틀’ 등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안동 골동품상에서 사들인 백자사발을 막걸리를 마시러 갈 때마다 사용한다는 이기진 씨는 인터뷰에서 “어떻게 보면 버려야 하는 물건이지만, 제가 가지고 있다면 살아있는 물건이에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김창호_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재활용 놀이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플라스틱병, 캔 등을 분리수거하는 게임도 있어서 재미있게 재활용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싫증난 장난감과 친환경 가방을 교환하는 코너도 운영되고, 7월 22일부터 8월 12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우산수리와 새활용업사이클 공예 제작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
김창호_ 인류의 공통 과제인 쓰레기가 개인과 공동체, 미래를 위해 풀어야 할 화두가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 분들이 우리 생활을 돌아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특별전 <쓰레기x사용설명서>는 2017년 7월 19일(수)부터 2017년 10월 31일(화)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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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다시보게 되었습니다
재활용하면 멋있게 아름답게 탈바꿈하고
쓰레기가 줄어들어 환경 오염도 줄이고,
쓰레기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주는 전시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