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영인산靈仁山’은 영험한 기운을 가졌다 하여 이름 붙여졌습니다. 높지는 않지만 가파른 산 위에는 자연휴양림이 있어 사람들을 반기는데요. 휴양림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가야 영인산산림박물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인산산림박물관은 산속의 박물관답게 산림과 임업에 관련된 자료를 기반으로 체험형이 더해진 전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6일부터 영인산산림박물관의 기획전시실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과의 공동기획전 <목가구, 나무의 이치를 담다>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역박물관과 함께 하는 K-museums의 2016년 첫 번째 전시입니다.
굽이굽이 영인산을 차로 올라가다 보니 주차장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20분 정도를 더 걸어 박물관에 도착했는데요. 꽃이 핀 영인산을 등산하며 왜 이곳에서 木가구에 관한 전시가 열리고 있는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목가구, 나무의 이치를 담다>展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산림박물관답게 나무 표본을 현미경으로 보거나 무게를 비교할 수 있는 코너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긴 발들로 나무 모형을 형상화한 장식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왼편으로 들어가면 전시가 시작됩니다.
To Learn the Qualities of Trees
목가구는 재료마다 성질이 다릅니다. 1부 ‘나무의 성질을 알다’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나무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나무들은 자주 사용하고 들기 편해야 하는 밥상으로 만들어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또 내구성이 강한 나무는 갓 등 물품 보관함을 만들거나 장이나 농의 받침으로 덧대어 이용했습니다. 결이 좋고 아름다운 나무들은 오래 두고 보아야 하는 가구로 만들었죠. 약재를 담아두는 약장은 충해와 습기에서 보호할 수 있는 나무를 소재로 했고, 물과 불을 쓰는 부엌 가구인 뒤주는 단단한 나무를 써서 내용물을 보호했습니다.
1부 전시장 한 편에는 나무 조각들이 놓여 있어 직접 들어 보고 무게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To Add the Wisdom of Men
나무는 온도와 습도에 따라 수축·팽창하면서 휘거나 뒤틀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상들은 이런 변형을 막기 위해 나무의 성질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목재를 잇고 맞췄지요. 못 같은 도구를 쓰지 않아도 견고한 가구를 만들 수 있는 까닭도 이런 독특한 짜임과 이음의 방식 덕분입니다. 견고함과 더불어 미적 아름다움도 놓칠 수 없습니다. 가구마다 다양한 문양을 새기거나 투각해 장식성은 물론이고 상징성과 기능성을 더했습니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처럼 아름다움을 살펴 찾으려는 ‘심미’를 가구에도 적용했죠. 단순해 보이는 목침에도 섬세한 조각을 새겨 더운 여름에 베고 누우면 잠이 솔솔 올 것만 같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가구를 오래 사용하면 표면에 때가 묻거나 흠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기름칠이나 옻칠을 하여 표면을 보호합니다. 어떤 칠을 몇 번 하느냐에 따라 그 색도 다르기 때문에 몇 가지 나무색에 다양한 빛을 더할 수 있습니다.
To Infuse into Our Lives
과거에는 집부터 가구까지, 나무를 주재료로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생활양식이 변하면서 목가구의 형태도 점점 달라지고 있는데요. 3부에서는 현대식 가구를 과거의 목가구와 비교하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방처럼 표현된 전시장에 기둥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전통 양식을 따라, 오른쪽은 현대식으로 재현된 목가구가 놓여 있습니다. 일례로 가장 왼쪽에 있는 사방탁자는 층마다 책이나 화병 등을 올리는 대표적인 사랑방 가구입니다. 현대에서는 이를 재해석해 가운데를 막고 은은한 빛을 비추는 조명으로 표현했죠.
3부를 마지막으로 전시는 끝납니다. 나가는 길에 한 문장의 글귀가 적혀 있는데요.
猶匠之用木 목수가 나무를 고르는데
大小長短 各當其材 크기와 길이를 각각 그 재목에 맞게 쓰는 것과 같습니다.
『성종실록成宗實錄』 성종 13년 4월 15일 사헌부의 상소문 중
나라의 임금과 목수를 비교한 이 말은 목수가 나무를 고르고 활용하는 것처럼 지도자도 사람을 잘 고르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지금처럼 뭐든 쉽게 쓰고 버릴 수 없었던 과거에는 어떤 가구를 만드는지에 따라 고심해서 나무를 선정하고 과정마다 정성을 다해 활용도는 물론 아름다움도 높였죠. 이런 비유를 왕에게 올린 것도 그만큼 생활 곳곳에 목가구가 있어 누구나 쉽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산속에서 이런 전시를 만나니 자연에서 오는 즐거움은 물론이고 감사함까지 더할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영인산산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는 <목가구, 나무의 이치를 담다>는 2016년 6월 6일까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