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사람들

전시 관람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들
《내 친구 도깨비》,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전시 디자인팀 인터뷰

글 편집팀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완성된 공간과 전시물이다. 하지만 하나의 전시가 관람객을 만나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시의 주제와 이야기를 구성하는 전시기획자부터 공간의 동선과 구조를 설계하는 공간디자이너, 전시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시각디자이너, 영상으로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하는 영상디자이너까지.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며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간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내 친구 도깨비》와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역시 그렇게 완성됐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두 전시의 디자인을 담당한 구성원들을 만나 전시가 관람객을 만나기까지 어떤 고민과 노력이 있었는지,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어떻게 협업했는지를 들어봤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완성된 전시 뒤에 숨은 ‘사람과 협업의 과정’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상상하고 놀며, 도깨비와 친구가 되는 시간

《내 친구 도깨비》 전시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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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도깨비》 전시 디자인팀 (왼쪽부터 유민지 학예연구사, 강민승 연구원, 조민화 연구원)

어린이박물관 신규 상설 전시 《내 친구 도깨비》에서 맡으신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유민지(디자인 총괄) 전시 디자인을 총괄했습니다. 전시 공간의 콘셉트와 동선, 캐릭터 디자인, 그래픽, 색채, 체험 요소, 홍보물과 이야기책까지 전반적인 디자인 방향을 조율하며, 전시의 분위기와 관람객의 경험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조민화(공간디자인)  유민지 학예연구사와 함께 전시의 공간 콘셉트를 구체화하고, 어린이들이 실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경험할지를 고민하며 공간을 디자인했습니다.
강민승(시각디자인)  이번 전시에서 캐릭터 개발과 일러스트레이션을 비롯해 홍보물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내 친구 도깨비’라는 주제는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전시를 만들고자 하셨나요?
유민지 처음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2024년 겨울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어린이박물관에서 전시 기획과 디자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다음 전시 주제를 고민하던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게 됐습니다. 당시 일곱 살이었던 제 아이가 요괴나 귀신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는데, 문득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왜 우리 귀신을 주제로 한 전시를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과 물건을 지키는 가신이나 도깨비처럼 우리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상상 속 존재들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풀어낸다면 흥미로운 전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어린이박물관 전시팀에서 오랜 스터디를 거쳐 아이디어를 발전시켰고, 지금의 《내 친구 도깨비》가 만들어졌습니다.

세 분은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의 의견을 반영하며 전시를 완성해 나가셨나요?
유민지 저희 세 사람은 그동안 어린이박물관의 여러 전시를 함께 만들어 오며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고,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함께 겪으며 신뢰도 쌓아왔습니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과 신뢰가 이번 전시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부분만큼은 꼭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조민화 무엇보다 아이들이 도깨비를 쉽고 친근하게 느꼈으면 했습니다. 도깨비를 무서워하지 않고,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재미있게 놀고, ‘도깨비는 친근한 존재구나’라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번 전시의 중요한 목표를 이룬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민지 학예연구사님은 대학에서 디자인 강의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전시를 디자인하는 데 어떤 강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유민지 전시 현장에서 기획과 디자인을 함께 고민해 온 경험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디자인의 역할을 고민해 온 경험이 서로 연결되어, 전시를 조금 더 입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것 같습니다. 저는 전시 디자인을 ‘공간 속에 이야기를 흐르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글보다 공간을 먼저 읽고, 체험합니다. 따라서 어린이 전시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감각과 신체, 정서와 상상력이 함께 작동하는 경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빛과 색채, 그래픽, 오브제, 관람 동선, 공간의 분위기 등 전시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하나의 전시물이자 체험물이 되는 셈입니다.

이번 전시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무엇이었나요?
유민지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도깨비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였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뿔 달린 괴물이나 일본의 오니처럼 정형화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이번 전시의 방향과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전형적인 도깨비를 만들기보다 다양한 모습의 도깨비를 등장시키고, 오늘날 아이들이 어디선가 마주칠 법한 친근한 친구의 모습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동시대성’이었습니다. 이야기의 바탕은 옛이야기에서 가져왔지만 그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오늘날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전시장을 나간 뒤에도 “우리 주변에 도깨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감투를 비니처럼 표현하거나, 도롱이를 입은 도깨비에게 장화를 신기고, 도깨비방망이를 아이돌 응원봉처럼 디자인하는 등 전통적인 요소에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시대적 감각을 더해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도깨비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공간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공간 콘셉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조민화 이번 전시에는 창작동화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이 있습니다. 도깨비를 좋아하는 아이가 도깨비 그림을 그리다가 잠에서 깨어나 도깨비 세계로 들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세계관을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고민이었습니다. 특히 도입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도깨비 세계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시장 구조 자체가 천장이 높고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슬로프 형태여서, 이를 활용해 꿈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신비롭고 장난기 많은 도깨비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셨나요?
조민화 도깨비를 조사해 보면 물건 사이에 숨어 있거나 물건에 깃든 도깨비, 자연물에 숨어 있는 도깨비 등 다양한 모습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물과 자연물,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가 상징하는 공간을 연결해 구성했습니다. 자연물이나 집에 눈을 달거나, 사물과 공간을 크게 과장해 영화적인 장면처럼 보이도록 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신비롭고 판타지적인 세계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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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관람객을 생각해 공간 소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들었습니다. 전시 공간에 어떤 소재들을 사용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조민화 어린이들이 공간을 보다 편안하고 포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부드러운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특히 체험물에 쿠션 소재를 적용해 이전 전시보다 촉각적인 경험을 강화했습니다. 단순히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기대고, 누워보며 몸으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번 전시의 시각 디자인 콘셉트는 어떻게 정해졌나요? 캐릭터와 홍보물에는 어떤 이미지를 담고자 했나요?
강민승 이번 전시의 시각 디자인은 캐릭터 개발에서 출발했습니다. 캐릭터 개발을 함께한 시뮬라쇼 작가와 처음 만났을 때 가장 강조했던 것은 전형적인 도깨비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뿔이 달린 무섭고 기괴한 모습이나 지나치게 옛스러운 이미지보다는, 오늘날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동시대적인 도깨비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또비와 도깨비불 푸르미를 중심으로 각각의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면서도, 한데 모였을 때 하나의 도깨비 세계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방향을 포스터와 리플릿, 온라인 콘텐츠에도 일관되게 적용해, 관람객이 전시를 만나기 전부터 ‘이 도깨비들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관람객이 《내 친구 도깨비》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꼭 주목했으면 하는 공간이나 체험, 콘텐츠를 추천해 주세요.
조민화 동화의 마지막 장면이자, 도깨비방망이를 찾는 체험 공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이야기 속에 참여하고, 숨겨진 도깨비방망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재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강민승 씨름 도깨비 트니의 공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메밀꽃을 모티프로 한 꽃동산 구조물이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트니 캐릭터 조형물과 함께 몸을 움직이며 씨름하는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시각적인 즐거움과 신체적인 활동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마지막으로 《내 친구 도깨비》를 찾은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유민지 도깨비는 무섭고 신기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웃고 놀 수 있는 우리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도깨비와 마음껏 놀고 상상하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처음에는 설명을 따라가기보다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온몸으로 경험해 보고, 두 번째 방문에서는 활동지나 전시 연계 교육에 참여해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도깨비를 발견하고, 전시장을 나선 뒤에도 일상 어딘가에 도깨비가 숨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셨으면 합니다.

디자이너 추천 공간

조민화 연구원이 추천하는 ‘도깨비방망이를 찾는 체험 공간’

강민승 연구원이 추천하는 ‘씨름 도깨비 트니의 공간’

《내 친구 도깨비》
전시 기간: 2026. 6. 30.~2028. 5. 14.
전시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상설전시관 1

비우고, 잇고, 함께 채운 북한 지역의 풍경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전시 디자인팀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전시 디자인팀 (왼쪽부터 최민하 연구원, 문예솔 연구원, 최미옥 학예연구사, 김추수 연구원, 서혜민 연구원)

이번 특별전에서 맡으신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최미옥(디자인 총괄) 공간 큐레이팅과 디자인 총괄을 담당했습니다. 우선 전시 기획에서부터 공간 연출, 부대행사까지 관통하는 중심 키워드가 된 ‘공’이라는 콘셉트를 추출했고 전시 공간 연출의 기본 방향을 구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간, 영상, 시각 등 각 파트의 세부 디자인 작업들이 일관된 콘셉트를 유지하며 완성될 수 있도록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최민하(공간디자인) 전시 공간 구성과 동선, 그래픽 및 전반적인 공간 연출을 담당했습니다.
김추수(공간디자인) 공간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콘셉트에 따라 전시실 내부의 유물 배치와 동선, 색채, 구조물들을 디자인했습니다.
서혜민(시각디자인) 관람객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홍보물과 전반적인 그래픽 디자인 등을 담당했습니다.
문예솔(영상디자인) 전시 공간에 맞게 영상의 화면 구성과 연출을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이후 영상이 전시의 흐름 속에서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과정까지 함께했습니다.

특별전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은 어떤 취지와 목표로 기획된 전시인가요?
최민하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북한 지역의 민속 유물을 소개하고, 다양한 유물을 통해 북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북한을 낯설게 느끼는 분들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유물을 하나씩 살펴보며 북한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미옥 추가 설명을 하자면 국립민속박물관이 북한 지역의 민속 유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고 북한 지역 민속에 대한 연구조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성과들을 모아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개방형 수장고를 북한 콘텐츠로 특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이 전시는 일종의 테스트베드Testbed* 전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수장 타워를 차용한 공간 연출도 그런 파주관과의 공간적 연계를 위해서였습니다.
* 테스트 베드(Testbed): 시험무대라는 뜻으로, 원활히 작동하는지 테스트 하는 시스템

북한의 민속문화를 전시로 풀어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무엇이었나요?
최미옥 전시의 핵심 문장은 “형태가 바뀌는 순간을 관통하고 있다”였습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마주했던 북한과 지금의 세대가 바라보는 북한 그리고 앞으로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의 순간을 관통하면서 민속이라는 관점에서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의 동질성과 연결성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미래 남북을 이어줄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테니까요.

기획 단계부터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나누며 전시를 완성해 갔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최민하 먼저 전시기획팀에서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북한 유물을 조사했고, 디자인팀은 기획팀이 작성한 유물 목록을 바탕으로 북한의 행정구역과 유물의 성격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최미옥 이번 전시를 시작하면서 북한 지도를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본 것 같습니다. 남한의 행정구역은 익숙하지만 북한의 행정구역은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유물들이 종류별로 다량 나오는데 평양 반닫이, 해주 소반, 해주 항아리, 봉산 탈춤 이런 식으로 지역명이 고유명사처럼 붙어있었습니다. 그래서 행정구역별로 구획화하고 같은 유물들을 군집하여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수장고형 전시의 맥락이 적용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민속’이라는 다소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관람객이 쉽고 흥미롭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최민하 관람객들이 어렵지 않게 전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설명만 전달하기보다는 그래픽과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내용을 쉽게 풀어내고, 자연스럽게 전시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유물이나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최미옥 하나의 유물만 꼽기 어려울 정도로 반닫이, 소반, 항아리, 탈 등 모든 유물이 무척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특정 유물 하나보다 더 크게 마음에 남았던 것은 ‘이 유물들이 분단의 시간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전승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물이나 분단 이전부터 전승되어 온 유물들이 분단 이후에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지, 지금은 우리가 쉽게 갈 수 없는 북한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아련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 바람입니다만 은퇴 전에 북한의 박물관과 공동기획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언어학, 공간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전공을 갖고 계시고 박물관 외에도 전시 분야에서 오랜 실무와 다양한 대외활동을 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전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물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관람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최미옥 전시를 찾는 관람객은 내국인과 외국인, 학생과 직장인, 연구자와 예술가 등 매우 다양합니다. 모두 똑같은 정보를 얻어 가는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경험과 관심에 따라 자신만의 의미를 가져갈 수 있는 전시가 ’좋은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 전시마다 단순히 유물을 잘 보여주는 것보다 관람 경험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합니다. 같은 유물과 정보라도 어떤 방식으로 만나는지에 따라 감동과 영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생활과 문화를 공간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김추수 유물들이 수장 타워에 배치되어 있고, 각각의 타워가 공간에 흩어져 있는 자유 동선 형태이다 보니, 관람객들이 유물이 어느 지역의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동여지도와 같은 요소를 추가해 관람객들이 지역적인 정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보완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공간에 자연스럽게 적용하면서 디자인을 완성하는 과정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번 특별전의 홍보 디자인 콘셉트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서혜민 이번 홍보 디자인의 콘셉트는 크게 ‘흑백’과 ‘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유물이나 문화에 대해 우리가 생각보다 잘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북한과 닮아 있는 모습들이 있다는 점을 먼저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전시 제목 자체가 ‘제로’인 만큼, 아무것도 잘 모르는 ‘0’에서 시작해 전시를 통해 하나씩 알아가고, 흑백에서 시작해 점차 깨달음을 얻으며 색으로 채워지는 이미지를 디자인 콘셉트로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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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글과 유물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영상으로 어떻게 풀어내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문예솔 전시에서 영상은 글이나 유물을 단순히 보완해서 설명하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물 자체로는 보여주기 어려운 움직임이나 시간의 흐름,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 등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관람객이 유물과 전시의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영상 제작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이나 연출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문예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는 전시장에 배치된 6개의 수장 타워를 활용한 연출입니다. 각 수장 타워에는 북한의 지역별 대표 유물이 담겨 있습니다. 기둥의 앞뒷면에 미러 글라스를 활용해 영상을 투사하고, 영상이 끝나는 순간 수장 타워 안에 조명이 들어오도록 연출했습니다. 화면 속에서 보던 유물이 실제 전시장 안에서 드러나면서 영상과 유물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최미옥 암전 속에 콘셉트 영상이 나오고 일제히 수장고가 점등되면서 유물들을 반짝반짝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이번 전시 공간을 구상할 때 가장 핵심 연출이었습니다. 그 구현을 위해 조명 자문도 따로 받았고 내부 디자인팀, 영상팀, 공사팀 모두가 정말 고민하고 수고하셨습니다.

관람객들이 이번 북한민속 특별전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관람 포인트를 추천해 주세요.
최민하 전시장 앞뒤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전시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곳에서는 전시를 상징하는 타워들이 한눈에 들어와 전체적인 공간 구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상과 구조물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전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콘셉트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관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서혜민 각각의 입구 앞에 있는 파사드와 양쪽에 마련된 엽서 공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도면으로 봤을 때나 디지털 이미지로 확인했을 때는 실제 느낌이 잘 와닿지 않았는데, 시각적인 요소가 공간에 직접 적용되고 나니 인상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관람객 입장에서도 보다 웅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 추천 공간

최민하 연구원이 추천하는 ‘벤치에서 바라본 전시실 전경’

서혜민 연구원이 추천하는 ‘사진 엽서 전시 공간’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전시 기간: 2026. 8. 12.~2027. 2. 14.
전시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

민속소식 제317호  (2026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