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5

숨겨진 전국 민속을 찾아 떠나는 여행
‘권역별 자유주제 민속조사 보고서’

글 박형준(민속연구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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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자유주제 민속조사 보고서 발간 지도

한국은 넓은 나라가 아니다. 약 10만㎢의 면적으로 보면 세계 여러 국가 가운데 중간 규모에 해당하며 오랜 기간 문화를 교류한 이웃 일본과 비교해도 1/3이 채 되지 않는다. 한국의 면적은 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넓다고 할 수 없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을 만큼 전국 곳곳마다 다양하고 고유한 전통 생활문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또한 생업과 생활양식에서 공동체 의례, 춤과 연희, 음악과 놀이에 이르기까지 민속문화는 전국 각지에서 다양하게 형성되고 전승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도 지역마다, 마을마다 고유한 문화유산이 전승되거나 재창조되고 있다.

권역별 자유주제 민속조사 사업이란
‘권역별 자유주제 민속조사 사업’은 지역마다 마을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서로 다른 전통과 다양한 민속문화를 조사하여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사업이다. 2022년부터 진행된 이 사업은 공모를 통해 주제와 연구자를 선정하고, 연구자가 선정된 주제를 1년 동안 면밀히 탐구해 조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해당 분야 전문가 심사를 거쳐 책으로 펴내는 절차로 진행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연구비와 출판을 지원하여 연구 토대를 만들고, 연구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민속 생활문화를 발굴하여 글과 사진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2025년까지 모두 17개 주제 17권의 책이 발간되었고, 올해 『남해안 지역의 최영 장군 신앙』과 『화순 동복삼베 길쌈의 문화적 가치와 현재적 의의』 등 2권의 책(조사보고서)이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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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자유주제 민속조사 보고서’ 전체 사진(19권)

지역 연구자가 소개하는 그 지역만의 고유한 민속문화와 생활양식
‘권역별 자유주제 민속조사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에 거주하는 연구자가 그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그 지역만의 고유한 민속문화와 생활양식을 직접 탐구하여 보고서의 형식으로 소개한다는 점에 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의 주제를 포함하여 19개 주제의 권역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경기권의 민속문화와 생활양식이 3개, 강원권과 충청권이 각 1개, 경상권 3개, 전라권 4개, 제주권 2개, 전국을 대상으로 하거나 여러 권역과 세부 지역을 아우르는 주제 5개 등 전국 각 지역의 다양한 민속문화와 생활양식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생업, 전통 의례, 무속, 건축, 음악 등 다양한 민속문화를 연구 주제로 선정했다. 이 사업의 목적 중 하나가 ‘지역 민속 발굴’과 ‘지역 민속 연구자의 연구 역량 강화’인 것처럼 공모에 선정된 연구자들도 그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유한 민속과 그 지역의 역사,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하기에 연구자들은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주제를 열정적으로 탐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역 민속문화의 전승과 보존에 대한 책임감
이번에 발간된 『남해안 지역의 최영 장군 신앙』과 『화순 동복삼베 길쌈의 문화적 가치와 현재적 의의』 역시 연구자가 자신이 사는 지역 고유의 민속문화를 선택하여 조사했다. 『남해안 지역의 최영 장군 신앙』은 대학에서 오랫동안 한국문학을 가르치며 지역 무형유산을 연구하던 저자가 지역 마을신앙 조사를 위해 제의 현장을 다니며 제의의 유래를 찾다가, 최영 장군 신앙이 남해안 지역 동서로 분포되며 해신신앙이자 마을신앙으로 변화되는 양상에 관심을 가지고 역사적 배경에 대해 탐구하면서 시작되었다. 『화순 동복삼베 길쌈의 문화적 가치와 현재적 의의』 역시 화순 동복면에서 자랐지만 동복삼베 전통 직조 기술의 전승이 끊겨 지역 삼베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저자가, 성인이 되어 의생활문화를 전공하면서 동복삼베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 뒤 지역의 생업이자 생활문화로서 동복삼베의 역사적 배경과 상징성을 연구하고자 했던 것이 출발점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모두 지역 민속학자로서 지역 전통문화를 연구, 기록하고자 했던 학문적 목표와 함께 이의 전승과 보존에 대한 책임감이 이를 연구 주제로 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영 장군이 마을신이 된 까닭은?
이렇게 지역 연구자의 눈으로 살핀 지역 민속문화는 보다 흥미롭다. 『남해안 지역의 최영 장군 신앙』은 어로 활동을 생업으로 삼았던 남해안 지역에서 바다 조업의 안전과 풍어를 바라는 민속신앙으로서 최영 장군 신앙의 형성과 정착 과정을 검토하고, 공동체 안녕을 기원하는 최영 장군 제의와 제당을 분석한 책이다. 최영 장군은 억울한 죽음 이후 무속에서 장군신이 되었다. 그런데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남해안 지역에서는 무속신이자 바다에서의 안녕과 마을 공동체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확장되어 갔다. 또한 마을 공동체 조직이 제의를 주관하며 최영 장군 제의 방식도 무속 굿에서 유교식 의례로 전환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특징은 마을의 정체성과 사회적 질서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남해안과 맞닿은 부산과 경상남도 통영, 전라남도 여수와 제주 추자면 지역의 최영 장군 제당의 모습과 제의의 유래, 변천으로부터 제의의 형식과 내용, 제당과 신체의 특징까지 직접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최영이라는 역사적 인물이 지역의 자연환경과 마을의 생업과 윤리 질서에 따라 어떻게 인식되고 상징화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산 남구 감만동 무민사 최영 장군 제의와 제의 후 주민들과 음식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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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동복면 한천리 삼베 길쌈 벽화

촘촘히 짜내려간 화순 동복삼베에 대한 기억
『화순 동복삼베 길쌈의 문화적 가치와 현재적 의의』는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일대에서 생산되었던 동복삼베의 가치를 조명하고 지금은 사라져 버린 지역 삼베 문화를 돌아본 글이다. 삼베는 여름철 옷감이나 상복과 수의의 재료가 되는 등 생활 속에서 중요한 직물이었다. 동복삼베는 동복면 주민들의 생업이자 생활문화로 자리했으나, 의생활의 변화와 제작자의 고령화로 인해 수십 년 전부터 직조 기술의 전승이 중단된 상태다. 저자는 동복삼베를 생산했던 이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직접 다니며 이들의 경험과 기술을 기록하고 생활문화사적 가치를 밝히고자 했다. 특히 이 책은 지금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전통 삼베 길쌈 절차와 도구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동복삼베와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삼베를 비교·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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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복삼베(김정금 소장)

전국 민속문화 가이드북
우리 마을, 우리 지역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것들이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아 다른 곳에서는 쉽게 알기 어려운 그 지역만의 고유한 민속문화가 있다. 오랜기간 이어져 온 전통문화이지만 여러 이유로 지금은 단절되어 옛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는 생활문화도 있다. 기록되지 않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또한 지역 민속문화에는 우리가 몰랐던 공동체 사회의 경험과 가치관이 담겨 있어 흥미롭다. 국립민속박물관의 ‘권역별 자유주제 민속조사 보고서’는 이렇게 전국 곳곳에 숨겨져 있거나 사라져가는 흥미로운 민속문화를 찾고 설명해 주는 가이드북이다. 이 보고서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 ‘발간자료 검색’에서 누구나 내려받아 볼 수 있다. 가을이 되면 이 책과 함께 우리가 몰랐던 민속문화를 찾아 전국 곳곳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민속소식 제317호  (2026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