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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관장 취임사

반갑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이 정성껏 가꾸어 온 박물관에서 함께 일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제게 큰 행운이기는 하지만 실은 분에 넘치는 일이어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설립 이래 한국 민속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밝히고, 이러한 성과를 대중들과 공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유물 수집과 관리, 조사와 연구, 전시와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박물관계에 크게 기여한 것은 바로 이러한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축적한 생활문화 콘텐츠는 박물관 전시실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 현장에서 우리 공동체의 유지와 계승, 발전을 위한 자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립민속박물관이 제공하는 다양한 민속 콘텐츠는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굳건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에 부응하여 제작하고 보급한 ‘한국문화상자’가 22개국 24곳의 한국문화원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처럼 탄탄한 콘텐츠 축적의 힘 덕분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04년부터 20여 년에 걸친 노력으로 8개 주제에 걸쳐 총 36권으로 구성된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을 펴냄으로써, 한국인들의 삶을 다각도로 또한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 사전이 담은 콘텐츠에 대한 국내외의 반응은 뜨거운 것이어서, 온라인 조회수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개방과 공유, 그리고 활용을 핵심 가치로 설정하여 경기도 파주에 건립한 개방형 수장고는 기존 박물관 수장고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선도적인 사업입니다. 경기 북부권 유일의 국립 문화시설로도 큰 몫을 하고 있는 파주 수장고는 ‘열린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 등 고객 지향의 혁신적인 기획으로 국내외 박물관계 전문가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소장품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다종다양한 아카이브 자료의 축적과 온라인 이용 편의 제고를 위한 사업에서도 뜻깊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20만여 점을 대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올해 106만여 점까지 확대되었고, 이 과정에서 고도화된 우리 박물관의 자료관리프로그램은 이제 한국 박물관계의 아카이빙 사업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빛나는 성과를 계속 이어가면서, 저희들은 이제 또 한 걸음 나아가려고 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31년을 목표로 세종특별자치시에 신관을 지어 이전하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중추 문화 국가로 우뚝 설 대한민국의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전혀 새로운 문화 향유의 장을 여는 일입니다. 이러한 새 문화공간은 중남부권 지역의 핵심 국립 문화시설이 되어, 이 지역 주민들의 문화 접근 기회 확대는 물론 지역문화 발전에 분명히 기여할 것입니다.

이 박물관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 보편문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이해를 드러내는, 세계로 열린 창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 박물관을 찾을 외국인들이 그들의 문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에 또한 호응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로써 세종시에 새로 만들 박물관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찾아 인류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처럼 국립민속박물관이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에 필요한 준비를 하나하나 해가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국립민속박물관의 성원들이 각자의 일을 좋아하고 그 일을 보람으로 여길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그래서 박물관을 직장으로 삼은 성원들이 세계사적인 지향을 가지고 박물관에서 이루고자 하는 꿈과 희망에 한 걸음 한 걸음 더 다가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국립민속박물관의 여러 과제들을 완수하고, 궁극적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의 ‘사회적 기여와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박물관이라는 곳이 나와 우리, 그리고 이웃들의 소중한 기억을 담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시간과 공간의 인간과 사회가 품은 희로애락의 이야기를 박물관에서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래야 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모쪼록 국립민속박물관에 대한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 관장 장상훈


글 | 장상훈_국립민속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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