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PDF 박물관 바로가기

박물관이 소장한

보존 담당자의 가면 톺아보기

보존과학자의 눈에 보이는 가면
10월 24일 개막한 ‘가면의 일상日商 가면극의 이상理想’ 전시도 그러리라 생각하였다. 전시 주제가 보존과학실에서 출간을 앞둔 『유물보존총서Ⅸ』 주제인 ‘가면’과 같은데다 중국과 일본의 좋은 자료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지만,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겠지 싶었다.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들어선 순간, 전시장 초입에 전시된 고성오광대 가면들이 필자에겐 이렇게(사진1~2) 보였다!

사진1 | 필자의 눈으로 본 고성오광대 가면
사진2 | 전시된 고성오광대 가면

전시장에서 보았던 고성의 가면들은 『유물보존총서Ⅸ』에 소개되는 나무로 만든 가면 중 가장 중요한 소장품이다. 지난 1년간 보존과학실로 옮겨져서 상태조사, 계측,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X선 촬영과 분석XRF: X선 형광 분석법까지 각 단계를 거치는 동안 크고 작은 흥분의 순간들을 만끽하게 해 주었던 소장품이기도 하다. 가면 분석을 진행하면서 적외선, 자외선, X선으로 촬영한 영상을 매일 들여다보고 있자니 다른 관람객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보이는 듯하였다.  

고성 오광대 가면 분석
우리 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성 가면은 오동나무를 통째로 톱으로 켜서 형태를 잡은 후 채색을 하여 제작한 가면이다. 그런데 이번 분석을 통해 우리 관 소장 가면들이 고성 나무 가면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의 가면들이라는 점과 재사용 가면의 존재를 확인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고성 가면 중에서도 유독 다르게 생긴 2개의 가면, 양반민속34011과 비비양반민속34006이 바로 재사용된 가면들이다.

이들의 적외선 촬영 과정 중 안료층 밑으로 그려진 수염을 발견하였고, 분석 과정 중 또 다른 안료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아카이브 자료와의 대조를 통해 양반민속34011(사진3) 가면은 1965년 이전, 1965년과 1969년 사이원양반 역할, 그리고 그 이후 두 번에 걸쳐 덧칠되어 재사용된 점을 확인하였다. 비비양반민속34006(사진4)은 1969년 이전에 마당쇠 역할로 제작되어 현재는 비비양반의 형태로 변형되었다.

사진3 | 양반(민속34011)
사진4 | 비비양반(민속34006)

유물보존총서에 포함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부차적인 자료 조사 과정 중 고성 가면들이 왜 그처럼 짧은 시기에 여러 변화를 겪어야 하였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문화유산로 지정된 고성오광대는 지정 시에는 종이가면으로 연행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연로하였던 보유자 1세대와 2세대 간 가면 제작 부문에서는 원활한 전승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965년 문화공보부에서 제작한 기록영화에서 갑작스럽게 나무 가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원래의 종이 가면에 비해 표정이나 형태가 다소 딱딱하다는 지적1)이 있자 이를 보완하려 가면 형태를 변형하고 재도색 등을 여러 차례 반복하였다. 이러한 변화과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가면에 남게 된 것이다. 현재 고성 오광대에서는 지정 당시에 사용되었던 종이 재질로 복원된 가면과 나무가면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유물보존총서 발간
한편,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우리 고유의 문화 형성과 생성 배경을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 측면에서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 민속뿐 아니라 세계 민속 자료의 수집과 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국립민속박물관에 수집된 가면은 1,382점에 이르며 이 중 524점이 한국 가면이다.

1975년 『민속사진특별전도록(석남민속유고)』를 시작으로 『한국의 탈』1982, 『석남 송석하 영상 민속의 세계 – 연희편』2004, 『20세기 경남의 가면극과 공예』2013 등 소장 한국 가면을 전시나 지면을 빌어 여러 차례 선보였으나, 가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연행 중심의 부차적인 요소로 주목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온전히 가면 자체에 집중한 『유물보존총서Ⅸ』를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내의 보존과학실에서 발간하게 되었다. 민속, 미술사, 역사 등의 전공자가 아닌 보존 전공자가 진행하는 연구이니만큼 편견2) 없는 시각으로 소장품을 다루었기 때문에 기존 전공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작은 단서들을 다른 관점에서 조사해 볼 수 있었다.

실제 보존 처리의 과정이 함께 이루어졌다면 처리 과정 중 확보 가능한 시료 분석도 동반되었겠지만, 금번에는 비파괴적인 상태조사에 한정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지면상의 한계로 인해 상세한 분석자료들은 110점만 싣게 되었다. 이 작은 결과물이 앞으로 소장 가면을 더 잘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기본 데이터가 됨과 동시에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민속, 미술사, 역사 등의 관련 전공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기초자료로 쓰이길 바란다.

1) 정상박 동아대학교 명예교수와의 대담(2023.11.1.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특별강연 전)에서 확인한 내용으로, 특히 당시 이두현 문화재위원의 지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2) “배경지식이 없다”와 같은 의미이다.


글 | 박성희_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더 알아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