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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한·일·중 3국의 가면극 연구자들의
국제공동학술연구 결과물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22년부터 한국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가면과 가면극 연구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가면극을 집대성하여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아울러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가면극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학술연구사업은 3개년 계획으로 수립되어 2022년에는 동아시아한국·일본·중국 조사연구를, 2023년에는 동아시아편 학술총서 3권 발간 및 동남아시아태국·인도네시아 조사연구를, 2024년에는 동남아시아편 학술총서 발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하는 학술총서는 『한국·일본·중국의 가면과 가면극』 총 3권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 3국의 가면극 연구자 44명이 참여한 국제공동학술연구 프로젝트로 ‘북청사자놀음’ 등 한국 가면극 20종, ‘고토 카구라’ 등 일본 가면극 24종, ‘무안나희’ 등 중국 가면극 27종을 사전식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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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층에 대한 해학과 저항, 한국 가면극
가면극은 연희자들이 각 등장인물이나 동물을 형상화한 가면을 쓰고 나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전통연극이다. 가면극이라는 명칭 이외에 탈춤·탈놀이·탈놀음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는 193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수많은 가면극들이 전승되고 있었으나 이제는 많은 가면극들이 사라져 버렸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가면극 14종목,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가면극 5종목 정도만 국가 주도로 보존하고 있으며 경북 경산慶山의 자인팔광대慈仁八廣大놀이, 경남 마산의 마산오광대, 경남 합천의 합천밤마리오광대, 경남 거제도의 거제오광대, 서울의 애오개본산대놀이 등은 아직 문화재로 지정받지도 못했다. 한국의 가면극은 사회상을 반영한 사회 풍자의 희극이기 때문에 그 성립 자체에서 중국이나 일본의 가면극과 큰 차이를 보이는데 양반·승려·처첩 관계 등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넘친다. 한국 가면극의 이 같은 사회비판적인 저항의 메시지는 다른 나라의 가면극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면모이다. 『한국의 가면과 가면극』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가면극들을 중심으로 ‘북청사자놀음’, ‘통영오광대’ 등 총 20건의 한국 가면극을 담았다.

 

다양한 내용을 조화롭게 담은 일본 가면극
일본 최초의 가면은 약 3,000년 전 규슈九州지방에서 발견된 조개껍데기로 만든 가면이다. 이후 긴키 지방과 도호쿠 지방에서는 흙으로 만든 가면을 각종 의례에 사용했다. 대륙의 여러 가지 문물이 일본에 전래하는 과정도 영향을 미쳤는데 백제인이 일본에 전했다는 기악伎樂은 사원에서 하는 가면극이자 일본 연극사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당나라 아악은 그에 수반하는 가면무가 궁중과 귀족사회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며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민간 제의에서도 신으로 분장하거나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은 등장인물이 가면을 쓰고 등장하여 의식적인 행위, 연극적인 동작을 하였으며 이를 세련되게 하여 다양한 가면극을 만들어 갔다. 일본 가면극은 귀족이나 무사 등 지배계급에 의해서 발전한 기가쿠멘伎樂面ㆍ부가쿠멘舞樂面ㆍ교도멘行道面ㆍ노멘能面ㆍ교겐멘狂言面과 민간에서 발전한 사루가쿠멘猿樂面ㆍ가구라멘神樂面ㆍ민간의 축제가면ㆍ신앙가면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배층 중심의 가면극은 예술적인 경향이 강하고, 민간 중심의 가면극은 민속연희적인 경향이 강하다. 『일본의 가면과 가면극』에는 ‘고토 카구라’, ‘고시키지마의 도시돈’ 등 총 24건의 일본 가면극을 담았다.

 

나라 나례儺禮부터 시작된 중국 가면극
현재 중국 각지에 분포하는 가면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희儺戲를 먼저 알아야 한다. 나희가 중국에서 가장 빠른 가면극의 사례인 데다, 현재 중국 학계에서 이 용어가 가면극의 대명사처럼 통용되고 있기에 그렇다. 중국 역사에서 가면을 사용한 퍼포먼스 사례는 주나라 때의 나례儺禮까지 소급되므로 그 역사는 어림잡아도 3,0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다만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중국 각지의 가면극들은 많은 변화를 거쳐서 문헌 기록과는 다르게 변화되어갔다. 중국은 광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로 가면극을 지리적·환경적 요인에 따라 6개의 문화권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한족문화권 외에도 티베트, 위구르자치구, 운남 등 소수민족 자치구 등도 모두 중국 가면극 문화권으로 편입하여 설명하고 있다. 중국의 가면극은 위진남북조부터 당송시대까지 서역으로부터 들어온 다양한 문물과 종교, 그 가운데서도 특히 불교의 영향으로 발전하였고 송나라 이후 명청시대를 거치면서 전국 각지에서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가면과 가면극』에는 ‘무안 나희’, ‘산서성 삭주 새희’ 등 총 27건의 중국 가면극을 담았다. 내년에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동남아시아의 가면과 가면극 학술총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가면극을 조사하고 국제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수준 높은 학술연구 결과물을 연구총서로 발간할 예정이다.

아시아의 가면과 가면극

글 | 박수환_민속연구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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