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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3

장애인이 행복을 실감하는 문화나눔교육
차향으로 더해가는 오감만족

이 글은 장애인 및 문화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2023년도 문화나눔교육 가운데 새로 편입한 ‘차와 명상’ 수업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작성하였다.

586세대에게 ‘비틀즈’는 세계적인 팝스타로서 만나기 어려운 선망의 글로벌 스타였다. 격세지감! 지금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그리고 MZ세대를 넘어 폭넓은 세대에게 우리의 BTS가 비틀즈를 넘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평화를 비롯한 다양한 차별을 넘은 메시지에 그저 기쁘고 한편으로는 놀랍기만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수천만 인구가 삼성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K-pop을 듣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만으로 구세대에게는 감회가 새로울 따름이다. 수많은 한류스타를 배출한 우리나라를 동경하고, 그래서 방문하고 싶은 나라가 된 우리나라. 우리 국민은 정말 눈 떠보니 선진국이 되어 있는 것을 실감할 정도이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세상이 지금 우리에게 펼쳐져 있다.
샴페인을 터트리기는 이른 감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코로나 19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비롯한 수많은 현안은 복병이 되어 가야 할 길이 먼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이며, 우리가 향한 승리의 내용은 제국주의가 아닌 김구 선생이 그렇게 바라던 문화강국의 길이다.

건강한 K-culture 시대의 개막은 K-pop, drama, cinema의 흥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류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의 구현 즉 환경과 평화 그리고 모든 차별을 넘은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우리가 선도적으로 전해야 한다는 책무를 국민 모두가 인지하는 데도 있다. 선진국민으로서의 자각과 국격에 맞는 행동하는 실천이 요구된다고 이해하면 좋겠다. 문화대국을 향한 우리에게 매년 4월 20일로 지정된 “장애인의 날”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 기념일은 장애인에 대한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K-culture Museum으로 거듭나고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이하 민박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문화나눔교육”을 운영해왔다. 장애인의 사회참여 활성화와 경제적 자립의 심리적·정서적 근간이 되는 한민족의 핏속에 잠재한 DNA 가운데 하나인 우리 민속! 민박은 그에 대한 문화체험 기회 확대하여 비장애인은 물론 사회 나아가 세계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는 ‘차와 명상’와 ‘향과 약재’ 그리고 소고춤을 추가한 17종의 교육을 운영한다.

우리의 전통적인 차문화에 대해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라고 대답할 듯하다. 일부는 “중년의 여성들이 한복을 입고 찻상 앞에 앉아서 하는 다례”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우리 차문화 전통의 일부로서, 전부가 아니다. ‘차’는 자연이나 신불神佛과 인간 사이의 소통매개체로 신앙적이고 종교적인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소통을 넘은 대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내천’ 즉 사람이 곧 하늘이며 신이나 부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결국 차문화의 제작자도 인간이며 궁극적인 목표도 우리 인간남:상대편이 하늘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선언하고 인지하는데 있다. 까닭에 차문화의 진행 방향 역시 모든 인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실제로 그렇게 대해야 하는 평등과 인권에 관련된 ‘인류보편적 가치’의 구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차는 우리의 심신을 닦는 즉, 수행뿐만 아니라 건강의 지킴이로, 우리 의식주 생활에서 중요한 음료이기도 하다. 차가 오랫동안 ‘문화’를 이룰 수 있는 이유는 마음을 맑게 한다는 정신적 가치와 더불어, 육체적 갈증을 해소하는 건강한 일상의 음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의 차는 수행이나 건강이라는 개념보다는 취향의 문제라는 범주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고 정리될 필요가 있다.

찻물이 끓는 동안 정좌하고 기다리는 차인의 모습 | 경주 황룡골의 한 다실 2022년 | 하도겸 촬영

우선, ‘일부 특권층에게만 사랑받는 이른바 ‘왕의 차’라면 그것이 정말 우리의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예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홍차’ 역시 민중의 손에 닿았을 때 비로써 문화의 꽃을 피웠다. 그 결과 애프터눈의 나라 나아가 ‘홍차의 나라 영국’이 될 수 있었다. 1980년대 보리차나 엽차에 만족했던 우리는 이제 녹차를 넘어 홍차와 보이차 등 발효차에 열광하고 있다. 일상에서 갈증을 해소하는 ‘음료’에서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기호품으로 그 역할 지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 변화의 주축은 K-culture와 마찬가지로 수요층이 특수한 신분이나 계층이 아니라 절대 다수의 평범한 전세계의 ‘우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우리의 범주안으로 문화취약계층인 장애인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며, 어쩌면 우선시해야 할 대상이다. 왜냐하면 장애인들의 심신 건강과 문화와의 접촉 기회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차문화 교육에 대해서 아직까지 차인들이 별다른 관심을 갖지 못했던 부분도 없지 않다.

K-culture 문화강국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장애인 교육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들에게 우리 전통적인 차문화에 대한 접촉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K-culture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민박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차문화 교육강사를 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차문화를 가르칠 강사를 구한다고 하면 좋아하던, ‘차선생’들이 교육대상이 ‘장애인’이라는 말에 바로 다양한 이유로 극구 사양하는 세태가 아쉽다. 장애인 대상 교육 기관에서는 예산은 물론 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고정관념을 가진 일부 차선생들로 인해 ‘강사’를 구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물론 다른 충분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도 우리의 갈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인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2023년을 기점으로 장애인에 대한 본격적인 차문화 교육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시작될 것이기에 한편으로 기쁘기 그지없다.

자신이 만든 차를 우리는 홍만수 장인의 모습 | 하동 ‘만수의 차’의 다실 2022년 | 하도겸 촬영

차는 그냥 마시면 되는 그런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이젠 좀 알고 먹자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선도적으로 우리 장애인들에게 우리 전통차인 녹차의 시음은 물론 요즘 유행하기 시작한 발효차나 보이차에 대한 교육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지 않듯이. 올해 차문화 교육은 아래와 같은 기초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데서 시작하려고 한다. 부족하거나 더 알아야 할 부분은 향후 심화강의로 지속 발전시켜야 할 과제로 기약하고자 한다.

◼︎ 차란 무엇인가? 차의 기원과 기본적인 이해
◼︎ 차를 어떻게 우릴까? 차도구들 명칭 살펴보기
◼︎ 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차의 종류와 분류법
◼︎ 차는 어떻게 마실까? 차 우려 마시기
◼︎ 차는 왜 마시는 걸까? 차의 성분 및 효능
◼︎ 차를 마시면 무엇이 좋을까? 선조 차인들의 이야기

민박에서의 ‘차와 명상’ 강의강사 홍소진은 차문화 교육과 함께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호흡 명상을 병행한다. 몸의 감각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이며, 소중한 나를 인식하게 하는 수업이다. 장애인들은 전통차에 대한 이해와 함께 차를 마시며 기쁘고 편안한 상태를 경험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차가 주는 효능을 인지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의 소중함을 새롭게 재발견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장애인들이 차향이 가득한 문화나눔 수업의 현장에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 만족을 누릴 수 있도록 그래서 ‘행복’을 느끼는 수업, 즉 행복한 시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글 | 하도겸_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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