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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우리나라 생강, 고추, 마늘 민속조사를 앞두고

향신료는 음식에 풍미를 주거나 맵고 향기로운 맛을 더해 주어 식욕을 촉진 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향신료는 겨자, 고추, 후추, 생강, 파, 마늘 등이 있다. 본래 향신료의 사용은 고기를 주식으로 삼는 유목민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고기가 쉽게 부패하는 것을 막고 고기의 좋지 않은 냄새를 막는다.향신료가 조미료로 보급되기 전에는 약재로 사용되었음은 세계적으로 공통되는 현상이었다. 영어로 향신료를 뜻하는 ‘스파이스spice’는 본래 라틴어에서는 ‘약품’이란 뜻이 있다. 이를 통해 본래 향신료는 음식의 조미료이기 전에 약재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고려시대 문헌인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서는 마늘, 부추, 파, 생강 등 향이 있는 식물을 약재로 기록했다. 본래 전통 향신료의 쓰임은 오늘날에 와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지, 과거에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향신료는 그 자체로 약용으로 쓰기도 하지만, 고기의 누린내를 잡거나 식재료가 쉽게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과거에는 마늘, 생강, 고추 등의 향신료는 귀한 식재료였음은 분명하다. 향신료가 우리의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으므로, 올해는 이를 조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향신료는 K-Food의 대표격인 김치와도 일정 부분 관련성이 있으므로 생강과 고추, 마늘을 중심으로 다룰 것이다.

귀한 선물로 쓰였던 생강
생강은 다른 작물과 다르게 매년 수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강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심는다고 반드시 그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작물도 아니다. 생강은 다른 작물과 달리 같은 땅에서 연작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러므로 해당 밭에 다른 작물을 재배해서 휴지기를 가져야 했으며, 그 재배 토질도 까다로워 물 빠짐이 좋은 땅에서만 재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재배지도 한정적이다. 조선시대에는 전라도 전주부, 지금의 전주와 완주 일대에서 재배가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이 재배지도 한정적이고, 재배도 어려웠으니 귀한 대접을 받을 만했다. 이 때문에 생강은 귀한 선물 중 하나였다. ‘왕자의 난’ 관련자 중 한 명인 이방간이 태종 이방원에 의해 전주부로 귀양 갔다. 이방간은 심종에게 생강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이방간과 심종은 처남과 매형 사이였으나, 이방간은 중죄를 저질러 귀양 갔고, 심종은 공신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방간이 심종에게 귀한 생강을 몰래 선물했다는 것은 뇌물로 보아도 무방하다. 중종 때에는 세자가 동궁의 관원들에게 생강을 선물하기도 했다. 당시 세자는 관원들에게 정신을 맑게 하고 입 냄새를 없애는 데 좋다고 생강을 권했다. 그리고 명종도 시강원 관원들에게 생강을 하사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환금작물, 고추
본래 고추는 남미가 원산지로, 광해군 시기 조선에서 재배되면서, 우리의 음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누군가는 시장에서 고춧가루를 보고, “고추로 만든 귀한 가루”라고 했다. 이 말이 세간의 우스갯 말로 돌았으나 이상한 말은 아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고추는 귀한 작물 중 하나였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고추의 소비가 많아지면서 고추재배를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농가가 생겼다. 농민에게 고추는 수익성이 좋은 작물이다. 고추는 8월부터 10월까지 꾸준히 열매를 맺으므로 3개월간 꾸준히 수확할 수 있다. 고추는 소비도 많고 수익도 많으므로 이와 관련해서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매운 고추로 유명한 청양고추는 품종명이다. 시범 재배단지가 경북 청송과 영양이었으며, 해당 지역명을 한 글자씩 가지고 와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 청양고추가 충남 청양의 지명과 같아, 오히려 충남 청양에서는 청양고추로 인해, 반사이익을 톡톡히 얻고 있다.

고추(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마늘, 세계에서 한국인이 제일 많이 먹는 향신료
흔히 마늘이 단군신화에 나오는 것으로 알지만, 실제 단군신화의 마늘은 달래를 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자 ‘蒜’이 마늘과 달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늘은 후대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단군신화 속 마늘은 달래로 볼 여지가 크다. 하여튼 단군신화 속 달래가 마늘로 여겨질 만큼 마늘은 우리에게 친숙한 향신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마늘은 본래 중앙아시아와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마늘은 토종이라고 할 수 있는 한지형 마늘이 있으며, 외래종인 난지형으로 구분된다. 한지형은 매운맛이 많고, 저장성이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난지형은 매운맛이 적고, 저장성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마늘은 생강, 고추와 함께 김치의 재료로 쓰이며, 고기의 잡내를 잡고, 각종 음식에 들어가 풍미를 돋우는 데 이용된다. 인터넷에서는 우스개 이야기로 우리 민족을 마늘의 민족으로 부르고 있다. 이는 비유적으로 모든 음식에 마늘을 많이 넣는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2019년 9월 14일 SBS 뉴스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연간 마늘 소비량은 6.73kg이라고 한다. 그 단편적인 예로 서구인들은 이탈리아 요리인 파스타 등에 마늘을 한 쪽 정도 넣지만, 한국인이 먹는 파스타에는 마늘을 한 움큼씩 넣는 등 일상에서 마늘 소비의 양상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조사하려고?
이 세 가지 전통 향신료를 중심으로 조사하려는 이유는 해당 향신료가 한국인의 심상을 나타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해당 전통 향신료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련의 과정을 기록하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식문화를 기록하고자 한다. 전통 향신료인 생강과 고추, 마늘은 재배뿐만 아니라 생산과 유통 방법이 독특하다. 생강의 경우, 과거 농가 아궁이 밑에 굴을 파서 보관하기도 하고, 1990년대까지 충남 일대에서는 수직굴을 파서 생강을 보관하기도 했다. 그리고 독특한 재배와 보관 방법을 인정받아, 전북 완주군 봉동읍 일대와 생강재배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고추의 경우에는 그 거래 방법이 중요하다. 상인들은 말린 고추의 상태를 보고 거래하며 가루로 만들면 거래하지 않는다. 이는 ‘농민-중개상-도매상-소매상’ 상호 간 신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추를 가루로 만들면 그 품질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늘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처마에 말려서 보관하며 마늘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농가의 경우 마늘 건조장을 설치한다. 한지형 마늘의 경우, 이모작이 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곳이 경북 의성이다. 이 지역에서는 마늘을 수확하고 모내기를 하기 때문이다. 관련된 내용은 구한말 한반도를 조사한 일본인 농학자 타카하시 노보루高橋昇의 기록에도 나와 있다.

이와 같은 생산과 유통을 기록하고, 일상적인 소비 관행도 조사할 계획이다. 농민과 요리사, 주부 등 일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당 재료와 관련된 음식,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를 수집 기록하고자 한다.


글 | 윤경식_민속연구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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