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ulture가 범상치 않다. 작년 10월 말에 필자는 ‘박물관교육 프로그램과 전시 평가’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발표자 중 한 사람인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교육부장 하이디 홀더Heidi Holder가 한국 라면을 즐겨 먹는다고 해서 뉴욕에 있는 한국 마트를 자주 가냐라고 물었더니 동네 마트에도 한국 라면이 진열되어 있다고 해서 놀랐다. 그리고 출국 전날 애용하는 한국 화장품의 특정 브랜드를 구입하고 싶다고 하여 화장품 매장에 함께 갔는데,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랐었다. 또 다른 발표자인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 교육과 부과장 멜리사 비스와니Melissa Viswani는 최근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재미있게 보았다고 했는데, 웬만한 한국 드라마를 필자보다도 많이 본 듯하였다.한류가 한창 유행했을 때도 필자는 ‘시간이 지나면 곧 꺼질 거야’라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언 십수 년이 흐른 지금에도 K-컬쳐의 인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K-pop를 넘어서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다양한 영역까지 확산되어 그 영향력도 정말 커졌다. 한국문화의 매력은 과연 뭘까? K-pop을 좋아하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연령대가 있는 사람들까지 K-Culture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심리가 궁금해진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은 해외에 한국문화를 지속적으로 알리기 위해 한국문화상자를 제작하여 2018년부터 재외한국문화원에 보급을 시작했고 올해까지 24곳 재외한국문화원에 보급하게 된다. 당시 외국에 한국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노력하는 한국문화원에 보급하면 효과적일 것이라 예상하였고, 우리의 생각은 적중하였다. 재외한국문화원은 현지인들에게 전시, 한글수업, 한복주간, K-pop대회, 한국어 말하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과 확산에 큰 공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상자가 보급된 문화원의 관계자는 문화원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도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문화상자는 정말 인기가 많고 활용도도 높다고 전해주었다. 한국문화상자는 4개의 상자로 구성된다. 남성의 공간인 사랑방 상자, 여성의 공간인 안방 상자, 한국의 역사·문화·한국어를 소개하는 안녕 상자, 그리고 한국인의 전통 복장인 한복을 입어보고 체험하는 한복 상자로 총 4개의 상자가 한 세트를 이룬다. 사랑방 상자는 조선시대 선비가 혼례에서 시작하여 학문에 정진하는 일상, 관료가 되는 이상을 소개하고, 안방 상자는 혼례에서부터 자식을 낳고 바느질을 하는 여성의 일상과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는 것과 가정생활을 잘 꾸려가는 여성의 꿈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하여 대비를 이루도록 하였다. 두 개의 전시 상자와 아울러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한복을 입어보는 두 개의 체험 상자로 구성하여 전통문화를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해와 더불어 지식을 쌓고 체험하여 몸소 한국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상자를 구성하였다.
한국문화상자 중 전시상자 재질은 참나무이고, 체험상자는 자작나무이다. 전시와 체험의 성격을 반영하여 나무 재질을 달리 사용하였다. 상자의 높이는 160cm이고, 길이는 240cm, 폭은 55cm이다. 상자의 무게는 상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200~300kg이다. 상자는 캐비닛 형태로 외부 이동이 용이하고, 실내에서는 펼쳐서 사용한다. 실물자료는 무형문화재 이수자급의 명인 혹은 명장이 재질, 색상, 디자인까지 전반적으로 한국전통문화를 상징하도록 품격있게 구현하였다. 체험한복은 해외보급 4개 대상국의 국가별 신체 사이즈, 선호하는 색상, 기후 등 환경조건을 고려하여 제작하였다. 학습자료는 상자의 이해를 돕는 총체적인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안내 자료이다. 소개책자, 자료 설명카드, 키오스크, 홍보 리플릿, 결과물 USB 등의 내용을 해당국의 언어로 변역하여 제공하고 있다. 번역은 국내의 번역센터에서 초벌 번역을 한 뒤 문화원과 여러 차례 의견 교환을 거쳐, 최종 확인 후 인쇄작업에 들어간다. 실물자료는 상자에 탑재하고, 학습자료는 해당국 언어로 제작한 후 고운 보자기로 싸서 마무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국문화상자는 해당 문화원에 화물기 혹은 선박으로 운송되어 문화원 내에서 혹은 외부 행사장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데 사용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에 상상력을 더하는 K-Culture 박물관’의 비전 아래, 전시·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속문화의 원천에 뿌리를 두고 국내 관람객뿐만 아니라 외국 관람객까지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제1상설전시관도 ‘K-Culture’ 중심으로 전시를 전면 개편하고, 한국문화상자는 나이지리아, 독일, 스페인, 인도 등 4곳 한국문화원에 보급된다. 양국 수교를 기념하는 문화원이나 대규모 행사를 하는 문화원에서 한국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데 훌륭한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유럽에서 박물관이 대중에게 문을 개방하기 이전인 16세기에 유럽 상인이나 탐험가에 의해 소개된 진기한 물건의 방인 ‘호기심의 캐비닛cabinet of curiosities’처럼, 한국문화상자는 진기한 한국 물건이 가득한 호기심의 방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현지인들이 신기한 물건을 접하고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몇 개월 후 하반기에 외국 각지로 떠나보낼 상자를 생각하면 벌써 부터 가슴이 설렌다.
글 | 이기원_섭외교육과 행정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