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PDF 박물관 바로가기

박물관이 소장한

국립민속박물관의 수호신, 쌍계사 장승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쌍계사 장승”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민속박물관의 첫인상으로, 그리고 박물관의 정체성을 한눈에 드러낼 수 있는 대표 소장품인 셈이다.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의 쌍계사雙溪寺 입구를 지키고 있었던 장승 2기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입구를 지키고 있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946년 개관한 ‘국립민족박물관’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6.25 전쟁으로 1950년 국립박물관에 잠시 흡수 통합되었다가 1966년 ‘한국민속관’으로 재개관하였다. 당시 1966년 한국민속관 개관을 위해 전국 각지의 대표 민속품을 수집하게 되는데, 이때 수집된 소장품 중의 하나가 바로 “쌍계사 장승”이다.


장승은 나무나 돌로 다듬어 만든 사람 모양의 형상물로 마을이나 절의 들머리 또는 고개 등지에 세워졌던 일종의 수호신으로, “쌍계사 장승”은 절의 입구에 세워져 수호신 역할을 해오던 사찰 장승의 하나이다. 1966년 수집 당시 “쌍계사 장승”은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 공동체 신앙의 대상은 아니었으나, 쌍계사 입구를 지키며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쌍계사 장승이 이러한 신앙의 대상물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1966년 당시 쌍계사 장승을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이주시키는 데에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인근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쌍계사의 스님들 역시 장승을 그냥 내어주고 그 자리를 빈자리로 남겨둘 수 없었던 듯하다. 그리하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당시의 장승과 흡사한 장승을 새롭게 만들어 세울 수 있도록 하게 한 후, 기존 장승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는 당시 한국민속관 장주근 관장님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국립민속박물관에 새롭게 둥지를 튼 “쌍계사 장승”은 1966년부터 현재까지 박물관을 지키며 찾아오는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쌍계사 장승은 현재 가장 오래된 목장승으로 온전한 외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위용 또한 남다른 형상이다. 나무뿌리를 살려 산발한 머리를 사실적으로 드러냈으며, 퉁방울형 눈에 주먹코, 드러난 송곳니 등이 매우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사찰 장승 특유의 ‘가람선신伽藍善神’, ‘외호선신外護善神’이란 명문이 몸체에 새겨져 있다. 쌍계사 장승이 언제부터 세워지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최초의 기록은 1933년 발간된 『조선고적도보』 제13권 ‘雙溪寺 長生木標慶南 河東郡 花開面 ’라는 기록과 함께 실린 사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실린 사진은 1930년대의 유리건판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서도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최소 1930년대 이전부터 쌍계사 장승이 세워져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30년대에 남아 있는 쌍계사 장승의 모습에서 비록 명문의 판독은 어려우나, 산발한 머리와 퉁망울형의 눈, 드러난 송곳니와 수염 등을 통해 1966년 수집된 쌍계사 장승과의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1930년대부터 1960년대, 즉 30여 년 사이에 기존 장승의 쇠퇴로 새로운 장승이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1966년 쌍계사 장승이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그 빈자리를 새롭게 세워진 장승이 메꾸게 된 것이다.


1966년 쌍계사 앞에 세워진 새로운 장승은 1990년대까지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2000년대 초반 사라져 현재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쌍계사 장승은 쌍계사와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 호법 장승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으나, 그 이후 점차 그 기능이 쇠퇴하여 2000년대 초 장승이 쓰러졌을 때 쓰러진 장승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장승에 대한 필요성이 이미 상실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 남아 있는 쌍계사 장승은 밤나무로 만들어진 탓에 그 수명이 유달리 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립민속박물관의 소장품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비록 경상남도 하동의 쌍계사를 수호하는 호법 장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대신 국립민속박물관을 수호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그 정체성을 대표하는 소장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이전개관 30주년을 맞아 쌍계사 장승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부여받음으로써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글 | 임세경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더 알아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