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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민속 조사의 현장을 온라인 콘텐츠에 담다 『장승·솟대조사 대작전』 , 『삼척맹방리상엿집』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코로나19의 암울한 터널을 통과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2020년에 온라인 전시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https://makgeolli.nfm.go.kr을 개최한 바가 있다. 이는 박물관 분야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온라인 기반 전시이다. 당시 대부분의 온라인 전시들이 전시장을 VR로 떠서 인터넷에 공개한 것과는 달리, 전시장 없이 처음부터 온라인을 기반으로 전시를 기획한 것이었다. 전시에 들어간 자료들은 일반적인 유물자료들뿐만 아니라 동영상, 사진, 양조장·막걸릿집 VR 등 다양하였으며 전시 진행 및 디자인에 멀티미디어 아티클이라는 언론사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활용하였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더 이상 온라인 전시 개최 필요성이 없어진 상황에서는 온라인 전시콘텐츠 주체가 민속연구과로 옮겨오게 되었다. 민속연구과의 주요 업무는 자체 조사연구를 통한 보고서 발간인데, 보고서의 내용이 다소 어렵고 딱딱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는 데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온라인 전시 기법을 활용한 온라인 콘텐츠는 어렵고 딱딱한 민속 조사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었다. 2022년 12월 28일, 우리 관에서는 2건의 온라인 콘텐츠를 동시에 공개하였다.

 

민속 조사의 고전 『장승·솟대신앙』 보고서를 디지털 기술로 리메이크하다
먼저 소개할 콘텐츠인 『장승·솟대조사 대작전–한국민속의 시원, 장승과 솟대를 탐구하다.』https://efw.nfm.go.kr/jangseung는 우리 관의 선배 연구자들이 1988년부터 1997년까지 장장 10여 년간 전국의 장승과 솟대를 조사한 결과물인 『장승·솟대신앙 보고서』를 대중적으로 재해석한 온라인 콘텐츠이다. 한국의 장승과 솟대는 마을 공동체 문화의 상징이다. 한국 농촌 마을의 입구에는 지금도 장승과 솟대를 세우고 매년 제사를 지낸다. 장승과 솟대는 마을의 경제적 번영과 구성원들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예전보다는 장승과 솟대 문화가 많이 사라지기는 했으나 현재도 매년 마을 구성원들이 장승을 깎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 있다. 조사를 시작한 1988년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로 아직 조직 구성과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국립민속박물관은 장승과 솟대를 박물관을 대표하는 상징물이자 민속문화의 대표 아이콘으로 삼고자 하였다.

1988년부터 1997년까지 전국을 누비며 조사된 442건의 장승과 솟대들
국립민속박물관의 전국 장승·솟대 조사사업은 1988년 5월부터 시작되어 1997년까지 장장 10년 동안의 기나긴 여정이었다. 전국적으로 조사된 장승·솟대는 무려 442건이었고, 조사에 참여한 분들도 총 21명이나 되었다. 조사된 장승·솟대의 면모를 살펴보면, 길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었던 목장승과 솟대부터, 사찰 앞의 돌장승, 마을의 수호신인 돌솟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장승 등 지금까지 학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2022년, 우리 관에서는 당시 조사된 자료들을 토대로 다시 한번 현장을 방문하여 장승·솟대의 보존상태와 마을 제사 등을 확인하였다. 비교적 양호하게 현재 잘 보존되고 마을 제사도 제대로 전승되는 지역도 있었지만, 일부는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경우도 있었다. 1988년에 조사를 시작했던 시기에는 비교적 흔했던 마을 앞의 목장승과 솟대는 지금은 쉽게 보기 힘든 민속문화재가 되었다. 현시점에서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게 민속이었다. 전국 장승·솟대 조사사업의 가르침은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것이었다.

 

1899년에 중수된 오래된 삼척 맹방리 상엿집
두 번째로 공개하는 『삼척 맹방리 상엿집–삼척지역 상엿집과 상장례 문화』https://efw.nfm.go.kr/sangyeotzip는 아름다운 강원도 삼척시 맹방리 해변 근처에 오랜 역사를 가진 상엿집과 이 지역의 상장례 문화를 온라인 콘텐츠로 엮은 것이다. 삼척 맹방리 상엿집은 대한제국 시기인 광무 3년1899년에 중수된 것으로, 무려 1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오래되고 귀중한 상엿집이다. 2021년 봄, 조사자들이 처음 대면한 상엿집은 금방이라도 시체라도 나올 법한 으스스한 모습이었다. 입구 벽체의 일부가 부서져 있었고 상엿집 안에는 쥐의 사체가 보이기도 했다. 다만 상엿집은 다행히도 벽체와 골조는 비교적 온전했고, 상엿집 안에 보관 중인 상여 부속들도 소량이지만 일부 남아 있었다. 상엿집 내외부를 조사하고 상엿집 안에 남아 있는 상여부속들을 수습하여 정리하였다. 아울러 우리 관 조사팀은 맹방리 상엿집과 상여를 중심으로 하는 상장례 문화를 마을 여러 어르신의 기억을 더듬어 구술조사도 하였고, 마을에 소장 중인 당시 상장례 기록 사진도 입수하여 수록하였다. 다만 아쉽게도 상엿집과 전통 상장례문화는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오래된 역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가 낡은 상엿집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
삼척 맹방리 상엿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초라하고 볼품없고 다소 무섭기까지 한 오래된 건축물이었다. 하지만 낡은 상엿집을 천천히 알아보고 조사해 나가면서 우리가 발견한 것은 놀라운 것이었다. 삼척 맹방리 상엿집은 대한제국시기인 광무3년1899년에 중수된 무려 120년 이상 된 오래된 상엿집이었고, 상엿집 속에는 아직도 상여 부속품들이 남아 있었다. 또한 상엿집과 상장례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기억을 더듬어 민족 공동체 문화의 핵심 요소인 상장례 문화도 살펴볼 수 있었다. 다만 위태로워 보이는 상엿집의 보존과 수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이번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서 많은 분이 상엿집과 전통 상장례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23년에도 온라인 콘텐츠 제작은 계속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민속에 대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온라인 콘텐츠 제작 사업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민속의 다양한 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2023년에는 1967년부터 1968년까지 전국의 마을제당을 설문지로 조사한 『한국의 마을제당』을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 마을신앙 연구의 기초연구 자료로 후대 민속 조사의 시금석이 된 자료이자, 민속 조사의 고전古典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관에서는 이후에도 어렵고 딱딱한 민속현장조사 자료를 대중지향적인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하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다.


글 | 박수환_민속연구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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