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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특별한 목적과 계획을 뿌리로 한, 유례없던 도시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특별자치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다. 한반도 최초의 행정중심복합도시이자 특별자치시로 기획·조성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여러 신도시가 건설되었지만, 그 대부분은 주거 혹은 산업을 목적으로 했던 곳들. 그래서 충청남도 연기군에서 세종특별자치시로의 급격하고 다양한 변화들은, 비교할만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독특했다. 우리가 세종특별자치시의 더 깊은 곳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유일 ‘특별자치시’의 탄생
지난 2006년 12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에서는 새롭게 건설될 특별자치시의 이름을 ‘세종’으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같은 해 3월부터 9개월 동안 이어진 국민공모를 통해 2,163: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이름이었다. 그 후 2010년 민간기관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는 정부기관들이 차례로 이전을 시작해 2014년 마침내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의 위용을 갖추게 되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설치에 관한 법률에 의거, 행정안전부 등이 추가 이전한 세종특별자치시에는 2021년 현재 45개의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들, 15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 9개의 공공기관, 국무총리 관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온통 논과 밭밖에 없던 충청남도 연기군이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지로 변모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겨우 20년이었다. 이렇게 빠른 변화가 이루어지다 보면 반드시 잃어버리는 무언가가 생기기 마련. 형태가 있는 것이라면 보관 혹은 이전이 가능하지만, 생활과 풍습 등과 같은 무형의 흔적들은 전문적인 기록이 필수적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세종시를 2005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 면밀하게 조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2005년 당시 연기군 금남면 반곡리에 대한 최초의 조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지역 인류・민속문화유산을 기록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곧 사라질 무형의 흔적들에 대한 조사가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2015년에는 개발과정에서 뿔뿔이 흩어진 당시 주민들을 다시 만나 이주와 정착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변화를 기록했다. 아울러 대대적인 개발과 물리적 거리가 있는 농촌 지역 미곡리의 생활문화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 특별한 과정을 통해 국립민속박물관은 4권의 『반곡리 민속조사보고서』와 10개의 장으로 구성된 『미곡리 민속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의해 생활과 풍습, 전통과 민속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장기간 면밀하게 관찰한 보고서였기에 그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2015년 이후 또다시 7년이 지난 지금, 변화의 중심이었던 반곡리와 세종특별자치시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을까.

깁가람 수변공원

반곡동으로 변한 반곡리에서의 풍경
반곡리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국립민속박물관이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던 곳이다. 지금은 반곡동으로 변한 이곳에는 나라의 미래를 이끄는 국책연구 단지와 세련된 이름의 아파트 단지들, 천주교 대전교구청 등이 들어서 있다. 세종특별자치시로 변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수량이 넉넉한 금강을 끼고 농사를 짓던 곳이었음을 상기하려 해도, 그런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존재한다. 이웃하고 있는 공주로 흐르는 금강과 배후의 괴화산이 바로 그것이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헤아릴 수 없는 자연적 존재들과 인간의 필요에 의해 지어올린 구조물들의 조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오르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반곡동에서는 깁가람수변공원이 그런 장소를 제공한다. 반곡리, 아니 반곡동의 이름을 딴 반곡정이 바로 그곳인데, 금강을 따라 세워놓은 세종특별자치시 내 8개의 정자인 금강팔정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런 반곡정에 오르면, 새삼스레 깁가람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진다. 어디에서든 검색해볼 수 있는 시대이니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자 오래지 않아 답을 찾게 된다. 비단을 뜻하는 옛말 깁과 강을 뜻하는 우리말 가람을 더해 만든 조어라고 한다. 금강錦江을 순우리말로 바꾼 것. 풍경과 지명은 달라졌지만, 생명을 불어넣는 비단결 같은 물줄기라는 의미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깁가람에서의 풍경은, 괜한 안도감을 갖게 한다.

세종호수공원

공원의 도시, 호수의 공원
세종특별자치시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도시보다 많은 공원의 개수다. 앞서 소개한 깁가람수변공원 역시 그러한 것처럼, 온통 인공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공간에 자연과 여유를 더하는 공원들 덕분에 시민들의 생활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세종호수공원이다. 2012년 12월 부분 개장을 시작으로 2015년 5월 준공과 함께 전면개장을 완료한 세종호수공원은 일산호수공원30㎡을 뛰어넘는 크기32㎡를 자랑하며 국내 최대 인공호수공원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되었다. 덕분에 2019-2020, 2021-2022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관광과는 가장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세종특별자치시에도 주말이면 인근 지역에서 나들이를 오는 이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4곳의 주차장에서 총 1,216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고 인공호수, 물꽃섬, 습지섬, 축제섬, 중심수변광장, 주차장, 무대섬, 물놀이섬, 은빛해변, 중앙광장, 수변전통공원 등 다채로운 공간으로 구성돼 접근성과 다양성 모두 높은 점수를 얻고 있으니 혹시 출장 목적으로라도 세종특별자치시에 갈 계획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도록 하자.

국립세종도서관

오직 세종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도서관
세종시가 행정을 목적으로 건설된 도시임을 나타내는 가장 규모가 큰, 그리고 아름다운 상징물은 국립세종도서관이다. 물론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에 새로운 도서관이 지어지는 일은 자연스럽기 이를 데 없겠지만, 국립세종도서관은 정책정보 전문도서관으로서 행정부처의 정책 수립과 진행, 평가 과정을 돕는 정보제공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도서관과 차별화된다. 이러한 기능을 갖고 있는 곳으로는 입법정보를 제공하는 국회도서관과 사법부의 법 해석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법원도서관이 있다. 그렇다 해서 일반인이 국립세종도서관을 출입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립이기에 지역민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 개관한 도서관답게 다양한 시설들이 최신식으로 갖추고 있어 쾌적한 환경에서 책을 읽거나 빌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책을 형상화한 건축물은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한편 미국의 인테리어 매거진 〈홈 에디트〉에서 선정한 세계적인 현대 건축 도서관 12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책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단순히 세종시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한 방문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뜻. 게다가 세종호수공원과 길 건너 이웃하고 있으니 동선을 짜기에도 쉽다.

국립세종수목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도심 속의 수목원
세종특별자치시로의 정부기관 이전이 마무리되던 2016년, 산림청은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첫 삽을 떴다. 국내 최초의 도심형 국립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의 조성이 시작된 것. 기존의 국립수목원인 포천 광릉숲과 달리 도심과 약 10분 거리에 있는 입지가 무엇보다 독특하다. 지난 2020년 5월 준공 이후 2021년에는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국립세종수목원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리 온실. 사계절 온실을 비롯해 지중해와 열대 온실도 같은 공간 안에 저마다 푸른 식물들을 품고 있어 세종시는 물론 인근 도시에서도 많은 이가 찾는 명소로 손꼽힌다. 봄과 여름, 가을에는 축구장 90개에 달하는 65ha의 면적에서 다양한 식생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고 관찰할 수 있어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다.물론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많은 수의 식물들 그리고 더불어 사는 다양한 생물들은 충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 아직 수목원이 경험한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기 때문. 이는 세종특별자치시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어느 곳보다 치밀한 계획과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젊은 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 그래서 이곳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만 그 구체적인 모습을 정확히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시간은, 바람이나 상상과는 전혀 다른 흔적을 쌓아 올리기 마련이니까. 그렇기에 이 순간 세종특별자치시에 대한 우리의 기억과 기록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그 뿌리를 단단하게 다지고 있는 그곳을 구석구석 돌아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글 | 정환정_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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