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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꽃길 걷는 행복한 상상, ‘그 겨울의 행복’

국립민속박물관은 2022년 11월 16일부터 2023년 3월 2일까지 기획전시실1에서 길상 특별전 《그 겨울의 행복》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길상을 소재로 옛사람들과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길상과 행복, 낯선 표현과 친숙한 내용

“길상이 무슨 뜻이야?”

길상 특별전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이다. 호상好喪을 말하는 것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 사람들이 평소에 잘 쓰는 말은 아니지만, 알고 보면 우리의 생활 전반에는 이미 길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쉽게 말해 좋은 일들을 상징하는 것을 만들고 사용하는 것이 길상 문화이다.

한자 해설서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길은 선한 것’이고, ‘상은 곧 복’이라 하고 있다. 즉 선함과 복이 있는 좋은 일이라는 뜻이다. 당나라 도학자 성현영成玄英은 『장자소莊子疏』에서 장자莊子가 이야기한 길상을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길이란 행복하고 선한 일이고, 상이란 아름답고 기쁜 일의 징후다.’ 이렇듯 길상은 좋은 일을 의미하는 징조, 조짐을 뜻한다. 좋은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조짐이 있고 사람이 그것을 잘 살펴서 행복을 맞이할 수 있듯이, 좋은 일을 상징하는 것을 평상시에 주변에 두면서 좋은 일을 바라는 행위들을 길상 또는 길상 문화라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길상은 문양무늬으로서 옷이나 가구, 공예품 등 생활 속 곳곳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문양은 장식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지만 그 문양 각각은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꽃문양은 흔히 쓰이는 장식 요소인데 모란꽃은 부귀富貴를 상징하고, 연꽃은 연밥과 함께 표현되면 연이어 귀한 자식을 낳는 것을 의미하며, 꽃과 나비가 함께 표현되면 부부의 애정과 화합을 의미하는 등 요소들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펼쳐진다.

그렇다면 길상으로서 바랐다는 좋은 일이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옛사람들이 행복으로 여겼던 가치 있는 다섯 가지를 오복五福이라 한다. 오복은 『서경書經』 홍범편洪範編에서는 ‘수·부·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1)·고종명考終命2)’이라 하였으나, 민간에서 바라는 오복은 『통속편通俗編』에서와 같이 ‘수·부·귀·강녕康寧·자손중다子孫衆多’에 가깝다고 보았다. 속담에서는 치아齒牙가 오복 중 하나라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옛 문헌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즉 정리하면 다섯 가지 행복의 요소는 ‘오래 사는 것·많은 재물·높은 지위·건강하고 편안함·많은 자손’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자손’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 요소들은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일 것이다. 다만 세부적인 요건이나 그것을 바라는 표현 방법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며, 개인에 따라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에 대한 편차가 커졌다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장수에 대한 개념도 과거에 비해 평균수명이 훨씬 높아진 지금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는 병 없이, 그리고 최대한 젊게 사는 것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행복을 세속적인 가치를 갖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작고 단순한 것에서 찾는다거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도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약간 식상한 표현이 되었지만 『소비 트렌드 2018』 키워드 중 하나였던 ‘소확행’은 한참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 모음집 『랑겔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1986에서 사용한 조어造語인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과 같이 순간의 만족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이는 현대인들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크게 유행했다. 소확행과 더불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표현 또한 미래를 위해 희생하기보다는 현재를 즐겨야 한다는 의미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도 여전히 위 용어들과 일맥상통하는 ‘미세행복3)’이 등장하고 있다.

 

위와 같이 내용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도 행복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이다. 따라서 전시 기획 초기 염두에 둔 점은 행복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시 제목 후보 중에서는 ‘소원을 말해봐’도 있었다. 무엇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UN 산하기관인 지속가능한 개발 네트워크에서 2012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행복 순위는 전 세계 156개국 중 59위이다. 인접 순위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1인당 GDP와 건강기대수명은 높은 편이지만 ‘스스로 삶을 선택할 자유’는 낮고 ‘부패지수’는 높은 편이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코로나 피로감Corona fatigue’ 등 부정적인 정서가 더욱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행복은 우리에게 더욱 간절한 무엇이다. 다만 행복에는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행복에 대한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행복이 남긴 발자취
‘1부. 지금, 행복’에서는 행복에 대한 개념에 ‘행복의 순간들’이라는 이미지와 행복을 바라는 ‘기복祈福’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접근한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언제 행복했었는지를 떠올려 볼 때, 그 답이 ‘관계’에 있다는 생각에서 착안하였다. 따스한 햇살에 상쾌한 바람이 불어와 자연과 하나 됨을 느낄 때, 강아지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웃을 때 행복의 감정을 느끼듯이, 자연과 사람·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행복의 순간이 온다는 것을 그림과 사진의 이미지로 보여주고자 했다. 1부의 두 번째 부분은 ‘기복’을 주제로 하여, 점을 쳐서 운수를 살피고 부적을 사용하는 등 나쁜 것을 막고 복을 부르는 일련의 행위들에 대해 제시하였다.

‘2부. 길상 –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에서는 옛사람들이 삶에서 바랐던 다섯 가지 복4)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오래 살고, 출세하여 부귀를 누리고, 평안한 가정을 이루어 많은 자손을 두는 소망은 여러 생활 속 물건에서 속속들이 나타난다. 오래 살고자 하는 바람은 ‘수’ 자와 ‘복’ 자를 백 번씩또는 그만큼 많이 수놓은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병풍’에서도, 오래 사는 열 가지인 십장생十長生을 새긴 벼루와 필통 등으로도 표현되었다. 부귀와 출세를 위한 바람은 화려한 모란꽃을 새긴 주전자와 그릇에서도, 딱딱한 등갑을 가진 게와 새우를 그린 그림으로도 표현되었다. 등갑은 갑등甲等, 장원급제를 뜻하기 때문이다. 가정의 평안과 화합에 대한 바람은 정답게 노니는 한 쌍의 새나 나비를 베갯모와 가구 등에 새겼다. 마지막으로 자손을 많이 얻고자 하는 바람은 씨나 열매가 많은 식물인 포도·석류·오이·가지 등에 빗대어 베갯모·가구·장신구 등에 표현했다. 2부의 마지막 부분에는 세 가지 주제로 소장품을 선보이는 코너를 마련했다. ‘한 땀 한 땀’ 천을 꿰매고 자수를 놓아 만든 것들과, ‘반질반질’ 윤이 나는 도자기와 나무, ‘오색찬란’한 나전칠기까지 길상의 의미도 있고, 보는 즐거움도 있는 소장품들을 한데 모았다.

다산을 의미하는 포도와 다람쥐 무늬 자개함

‘3부. 행복 – 언제 어디에나 있는’은 현대로 오면서 변화하는 길상과 행복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근현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돼지꿈을 꾸면 일확천금을 바라며 복권을 사고, 재물운이 생긴다고 믿으며 해바라기 그림 액자를 집에 건다. 하지만 행복은 누군가 길에 붙여 놓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며 잠깐 웃는 순간에서 오기도 한다. 과거부터 지속되는 길상도 있지만, 가치가 아닌 정신적인 측면과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다양한 행복의 변화상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가올 겨울의 행복을 바라며
이번 전시는 길상과 행복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획단계에서부터 전시 관람 행위 그 자체가 행복한 경험이 되기를 바랐다. 따라서 행복을 위한 중요한 요소인 ‘쉼과 휴식’이 함께하는 관람을 위해 전시장 곳곳에 휴식과 사색의 공간을 마련했고, 새가 점괘를 뽑아 운세를 알려 주는 미디어 인터랙티브 ‘새점’ 체험이나 자신의 소망을 적어보는 체험 등 관람객 참여 요소도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이 서로 행복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꼭 남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해도 좋을 것이다. 사람들이 각자 느끼고 지향하는 행복이 모두 다르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적인 전시는 가장 많은 군중을 끌어들이는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약간의 자극, 즐거움 또는 지식을 나눠주는 전시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번 전시가 다가오는 겨울의 행복한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1) 덕을 닦는 것
2) 천명대로 살고 편안히 죽음을 맞는 것
3) 일상에서 찾는 작은 행복
4) 수(壽)·부(富)·귀(貴)·강녕(康寧)·자손중다(子孫衆多)


글 | 이주홍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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