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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3

2022 K-museums 공동기획전 《망자의 길, 산 자의 길》

목아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2022 K-museums 공동기획전 《망자의 길, 산 자의 길》을 개최하였다. ‘K-museums 공동기획전’은 국립민속박물관과 지역박물관이 서로 상호 협업하여 지역의 우수한 문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사업이다. 목아박물관은 국가무형문화재 108호 목조각장 목아 박찬수 선생이 우리나라 전통 목조각 및 불교미술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세운 불교미술 및 전통목조각 전문사립박물관으로 1989년 개관하였다. 목아박물관은 다양한 소장품 공개와 우리 민속에서 보여주는 불교문화를 알리고자 이번 공모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2022년 협력기관으로 선정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전시 주제의 선정부터 기획, 디자인, 홍보 등 전시 전 과정을 긴밀하게 협업하여 성공적인 공동기획전을 선보일 수 있었다.

목아박물관은 전시 개막 하루 전인 7월 20일 개막식을 진행하였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충우 여주시장 외에도 공동 주최 측인 국립민속박물관 김종대 관장을 비롯해 김선교 국회의원여주양평, 사립박물관협회 박암종 회장, 김규창 경기도의회 의원, 정병관 여주시의회 의장, 박우명 산청박물관 관장 등 많은 내외빈 분들께서 참석해 함께 축하했다. 국립민속박물관 김종대 관장은 “죽은 자와 산 자의 시점을 따라 걷는 ‘두 길’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관람객들에게 울림을 주길 바란다.”라고 인사말을 전했으며, 이충우 여주시장은 “이번 공동기획전이 성공리에 개최되어 여주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서 멋진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축사를 전하였다.

망자의 길, 산 자의 길2022.07.21.~2022.12.31.
공동기획전 《망자의 길, 산 자의 길》은 유물과 자료 70여 점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 속의 사후세계관을 이해하고, 더불어 죽음이라는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과정 앞에서 각자 삶의 방향을 되짚어 보고 이야기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1부 ‘삶을 성찰하다’, 2부 ‘넋을 인도하다’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망자의 여로旅路를 따라 시왕의 심판을 받는 죽음에 대한 불교의 신화적 해석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산 자의 도리道理로서 불교와 무속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전승되어 온 의례들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잘 알려진 유교식 상례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기리는 전통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전시의 첫 부분은 ‘장지로 가는 길’이라는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흰 천을 툭 걸쳐 만든 스크린에 경기도 양주시의 상엿소리와 함께 장례행렬 영상이 상영된다. 그 앞으로 목아 박찬수선생의 꼭두 목조각상과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사용되었던 상여가 전시되어 있다. 망자는 상여를 타고 이승을 떠나게 된다.

 

1부 ‘삶을 성찰하다’에서는 망자가 윤회하기에 앞서 지나는 여정으로 명부를 지키는 열 명의 왕, 즉 명부시왕을 차례로 만나 생전의 삶을 심판받는 과정을 소개한다. 1부 공간에 전시된 탱화 극락지옥도는 사후세계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상·하단으로 나누어져 극락과 지옥을 묘사하고 있는데,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극락세계와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네 개의 지옥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된 자료를 통해 우리는 삶을 성찰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1부 첫 번째는 시왕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번째 왕인 진광대왕부터 열 번째 왕인 전륜대왕까지 시왕을 차례대로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생전의 삶에 대해 심판을 받게 되고, 그간 지은 악업에 따라 가혹한 형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시왕이 관장하는 각각의 지옥과 어떠한 형벌을 받는지 소개한다. 1부 두 번째는 공간 중앙에 놓인 업경대이다. 만인경이라고도 하며 생전의 모든 것을 비춰준다는 거울이다. 사람이 죽으면 이 업경대에 전생의 업이 모두 나타나 그 업에 따라 심판을 받는다 하여, 권선징악의 표본이자 명계를 상징하는 주요 지물이라 할 수 있다.

2부 ‘넋을 인도하다’에서는 산 자가 망자를 위해 행하는 의례를 소개한다. 누군가가 죽으면 이승에 남은 가족들은 망자가 조금이라도 좋은 생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사십구재나 천도재 등을 통해 복덕을 쌓으려는 노력을 하였다. 이는 시왕이나 지장보살과 같은 불교의 신화와 관련된 의례이지만, 효와 가족애를 강조하는 유교문화의 영향 속에서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시왕신앙은 한국의 토착신앙체계인 무속과도 결합하여, 마찬가지로 죽은 자의 천도를 비는 넋굿의 모티브를 이루게 되었다. 전시는 불교천도의례의 하나인 영산재에서 행하는 관욕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2부 두 번째 공간에서는 지장보살을 만날 수 있다. 지장보살은 명부세계의 주존主尊으로, 모든 중생을 지옥의 고통으로부터 구제하여 극락으로 인도한다. 때문에 망자의 천도와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2부 세 번째 공간에서는 바리공주를 만날 수 있다. 바리공주는 저승에서 감로수와 파초련을 얻어 부모의 생명을 구하는 구전설화의 주인공이다. 서울·경기지역 무속에서는 망자의 천도를 비는 의례를 진오기, 또는 새남굿이라 하며, 이 굿에서 ‘바리공주’가 망자를 인도하는 주신으로 등장한다. 망자천도를 위한 제단과 화려한 궁중복식을 입은 바리공주무신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망자를 위해 산자의 역할로, 조금이라도 망자가 편한 곳으로 인도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도를 드린다. 에필로그에서는 지장보살의 은덕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내용은 딸이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바라며 지장보살께 기도를 드리는 내용이다. 지장보살은 딸의 정성에 답하고 아버지가 극락세계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상은 마무리된다. 전시는 망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결국은 산 자의 시점에서 마무리가 된다. 죽음을 마주하고 이해하려고 하고 또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산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불교에서의 사후세계와 무속신앙을 다루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이 행하는 의례의 과정을 알 수 있는 전시이다. 지옥에 있는 모든 중생을 구원하기 전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지장보살의 서원처럼 산 자가 망자의 천도를 위해 염하는 것은 이승에 남은 가족들이 망자가 조금이라도 좋은 생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원하며 떠난 이에 대한 사람들의 그리움과 자신을 위한 위로일 것이다. 관람객들은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상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에 흥미를 느꼈으며, 이번 전시가 삶과 죽음에 대해 되돌아보고 이번 생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전시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개최되며, 경치가 좋은 여주 목아박물관을 방문하여 전시를 감상하기 바란다.


글 | 김혜빈_목아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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