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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소장한 | 상여 장식물

죽음과 영생의 갈등을 숨긴 상여 장식물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보는 의문일 것이다.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죽으면 그저 소멸하고 만다는 것을 인정하고 말면 죽은 후의 세상이 무엇이 궁금하겠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죽는다고 해서 존재 자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그래서 사후에 가는 저승과 같은 공간을 설정하기도 하고, 또 저승에서 심판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금 인간세계로 환생한다고도 믿는다. 이처럼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낯선 죽음의 세계로는 누구의 도움으로 도달할 수 있을까? 사람이 죽으면 저승까지 인도하는 존재가 나타나는데, 그들을 보통 저승차사라고 한다. 대체로 세 명이 짝을 이뤄서 다니기에 저승 삼 차사라고 말한다. 차사는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우리 무속신화에서는 흔히 강림차사, 일직차사, 월직차사 등 셋이 함께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보통 조선시대에 착용했던 검은 갓에 검은 도포를 입은 행색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복장은 반드시 조선시대의 차림새를 바탕에 둔 까닭만은 아니다. 저승차사는 본래 불교의 시왕신앙에 의거하여 등장한 인물형이라고 할 수 있다.1)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豫修十王生七經』이라는 불교 경전에는 저승사자의 행색 및 그 성격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다.

염라대왕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 모든 대왕은 사자들로 하여금 검은 말을 타고 검은 깃발을 들고 검은 옷을 입고 죽은 이의 집에 가서 무슨 공덕을 지었는지 점검하게 한 다음 그 명성에 준하여 문서를 내보이고 죄인을 가려내되 저희가 세운 서원誓願에 어긋남이 없게 하겠습니다.” 찬하길 “시왕들이 사신使臣을 보내 죽은 이의 집에 가서, 그 사람이 무슨 공덕의 인연을 지었는가 점검하여, 공적에 따라 삼도옥三塗獄에서 방출하고, 저승에서 겪는 고통 면하게 해준다네.2) 불교 경전이니 아무래도 좀 말이 좀 어렵다. 쉽게 풀어보면 먼저 저승사자의 행색은 검은 옷과 검은 모자, 검은 말을 탄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직무 중에는 망자의 집에 파견되어 망자가 생전에 무슨 공덕을 쌓았는지 살피는 것과 만약 좋은 공덕을 쌓았다면 저승 시왕의 엄한 형벌을 피하게 하는 한편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면하게 해주는 권한까지도 지닌 존재라고 말한다. <신과 함께>를 비롯해 요즘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오늘날 시대에 맞게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매는 현대적 행색을 한 저승차사로 바꾸어 등장시키기도 하지만, 위의 모습은 예전 <전설의 고향>과 같은 TV 드라마에서 일반적으로 등장했던 저승차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저승차사들이 말을 타지 않고 먼 길을 걸어오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 정도가 차이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중요민속자료 230호로 지정된 산청 전주 최씨 고령댁 상여를 비롯하여 상례 관련 자료를 다수 소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다양한 형태의 상여 장식물도 포함되어 있는데, 저승차사 형상의 장식과 동방삭 형상을 한 상여 장식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저승차사 형상의 상여 장식물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검은 갓을 쓰고 검은 도포를 입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저승차사가 타고 있는 동물이 말은 아니다. 그 생김새나 무늬로 보아 호랑이일 것으로 판단된다. 저승길을 인도하는 존재가 타는 상여 장식물로 호랑이가 등장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삼천갑자를 살았다고 전해지는 동방삭의 상여 장식 | 저승차사를 속이면서 장수했으나, 총명한 강림차사의 꾀에 넘어가 결국 저승으로 잡혀간다.
저승 시왕도 | 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10대왕의 재판 장면을 그린 시왕도. 상단에는 저승 시왕이 그려져 있고 중단에는 재판을 앞둔 사람들, 하단에는 다양한 지옥들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호랑이가 저승차사와 관련해 등장하는 모습은 무속의례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신령님의 노여움을 사서 동티를 얻었을 때 치병을 목적으로 하는 퇴송굿을 보면 거짓으로 무덤을 만들고 장사를 지내는데, 그 과정에서 저승차사가 호랑이와 함께 나타나면 봇돌장군이 황소와 함께 나타나 병자를 지키기 위해 맞서 대적하는 내용을 보여준다.3) 곧 저승차사가 호랑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저승으로 망자를 강제로 데려가는 저승차사 형상의 상여 장식물이 있는 한편 죽음을 피하면서 오래 살았던 동방삭이 상여 장식물로 등장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동방삭 상여 장식은 말을 타고 있으며,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언뜻 소고처럼 보이나 채색이 벗겨져서 그런 것으로 보일 뿐 복숭아가 아닐까 추정해본다. 보통 동방삭을 그린 회화에서는 한 개를 따먹으면 천년씩 수명이 늘어난다고 하는 천상의 복숭아를 들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복숭아일 개연성이 높다. ‘삼천갑자 동방삭’이라는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주 오래 산 사람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는 인물이다. 실상 그는 한나라 무제 때 살았던 실존 인물인데, 우리에게는 죽음을 두고 저승차사와 지략 대결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스토리가 동방삭이 삼천갑자를 살았지만 젊은 사람처럼 그 모습을 속이고 있어서 저승차사들이 동방삭을 잡아가지 못했는데, 강림차사가 강물에 숯을 씻고 있으니 동방삭이가 지나다가 “내가 삼천 년을 살았어도 숯을 물에 씻는 놈은 처음 보겠다.”라고 말을 하면서 저승차사는 그가 동방삭임을 알고 잡아가게 되었다고 전한다.

상여 장식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고 호위하며, 시중들고 즐겁게 해주는 형상의 인형들이 자리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낯선 저승길을 가는 망자에게 두려움을 없애주고 위안을 주는 성격의 상여 장식들로 구성되는데, 여기에는 아이러니하게 망자를 강제로 죽음의 세계로 끌고 가는 저승차사가 있고, 또 이런 저승차사를 속이면서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불사不死의 상징인 동방삭이 함께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상여 중에는 높이 자리한 용마루에 이 둘의 장식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찾아볼 수 있다. 화려한 상여,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상여 장식물. 망자가 떠나는 저승길을 아름답게 환송하고 망자가 저승에 잘 도달하도록 돕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불사의 염원과 죽음의 필연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고통도 함축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1) 김태훈, 「죽음관을 통해 본 시왕신앙」, 『한국종교』33집,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2009. 117쪽.
2) 김두재 역, 「불설예수십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 『시왕경』, 성문, 2006. 41쪽.
3) 홍태한, 「퇴송굿에 나타난 삶과 죽음의 문제」, 『샤마니즘학보』2, 샤마니즘학회, 2000. 2.


글 | 권태효_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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