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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 파주관 건물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 시간을 설계하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이하 파주관 ‘개방형 수장고’는 최대한 많은 수의 소장품을 수장고에서 개방하여 관람객에게 좀 더 많은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전시형태의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에서 전시 외의 지적 활동·수집, 보존·연구는 일반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는 ‘비공개’ 영역이다. 하지만 개방형 수장고는 이 영역을 대중에게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도모하여 개방과 공유라는 패러다임을 표방하는 매개체로 인식되고 있다. 즉 박물관 내부 직원이나 소수의 전문가에게 집중되어 있던 소장품에 대한 물리적, 지적 접근성을 확대하고, 선별과 해석에 대한 권한을 관람자에게 부여함으로써, 박물관을 박제된 것에서 한층 더 생동감 있게 한 것이다.

소중한 문화자산인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이 노후되고 과밀한 수장환경을 벗어나 안전하게 보존되고, 관람객에게도 더 높은 수준의 관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이 요구되었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은 경기 북부지역의 유일한 국립문화시설로서 열린공간, 융합공간이 될 수 있는 장소를 파주에 만들었다. 이것이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시작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건축 공모에 참여한 우리는 전통건축 부재보존센터, 헤이리 예술마을, 향후 지어질 시설 등 일종의 문화벨트를 염두에 두고 헤이리 예술마을 옆 넓은 터에 ‘시간’을 저장하는 공간을 설계하게 되었다. ‘시간’이란 콘셉트에 따라, ‘시간을 거닐다’, ‘시간을 마주하다’, ‘시간을 지키다’라는 세 개의 슬로건으로 파주관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초기 배치계획안

‘시간을 거닐다’
설계의 중요 이슈 중 첫 번째는 주변과의 조화와 헤이리 예술마을과의 연계이다. 파주관이 들어설 대지는 진입부가 될 전면부와 후면부가 녹지로 가득하고 남측엔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북측엔 헤이리 예술마을과 바로 면해있었다. 이런 지역적 특징을 담은 통일동산지구의 큰 흐름 속에서 상징적인 공간과 남동 측으로 흐르는 열린광장을 구성하였다. 또한 2단계, 3단계 확장을 고려하여 시설 간 이격과 전시마당공간을 마련하였고, 주변 환경과 연계하여 헤이리 예술마을 주 출입구 광장의 확장을 계획하며 마당을 공유하여 ‘시간을 거닐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시간을 마주하다’
두 번째는 새로운 수장고에 대한 제안이었다. 외적으로는 전통 입면을 현대적인 의미로 해석한 입면을 표방하고 내적으로는 역사를 담는 수장고를 추구하였다. 파주관 로비 내부의 압도적인 세 개의 수장고 타워는 ‘시간을 마주하다’라는 의도에 따라 보이는 수장고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완성한다.

‘시간을 지키다’
세 번째 중요 이슈는 수장환경의 개선을 통한 안전한 자료보존이다. 수장고 본연의 기능인 안전한 보존과 전시의 기능을 함께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파주관의 최대 이슈였던 ‘개방형수장고’는 단순히 보존만 하는 수장고에서 볼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로,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며 관람객에게 전시, 정보, 교육을 통해 지식 공유의 장을 만들어가는 ‘시간을 지키다’라는 공간을 계획하였다.

주변 연계와 단계별 조닝zoning을 고려한 배치프로세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주변의 질서에 순응하며 시설 간의 연계 및 독립성을 확보한 마스터플랜이 필요하였다. 가장 개방적인 1단계 시설을 대지 전면에 설정하고, 독립적인 수장시설인 2단계 시설은 정면성과 접근성을 고려하여 도로가 있는 우측 후면부에, 1단계 시설의 증축시설인 3단계 시설은 대지 내 가장 안쪽으로 영역을 설정하였다. 대지 전면부는 보행 흐름을 고려하여 최대한 비우고, 주변 흐름을 받아주는 외부공간을 형성하며, 외부공간은 각각의 성격에 맞는 이용계획을 수립하여 기존 수림을 유지하는 등 최대한 녹지공간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특히 대지 전면은 민속박물관의 진입마당이자 다양한 대규모 행사를 할 수 있는 넓은 행사마당으로 구성하였다. 대지 중심부에 매스를 배치하여 1단계 개발만으로도 건축적 완결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동적인 전면부 행사마당과 후면의 정적인 야외전시마당을 계획하여 주변의 흐름을 받아들이고자 하였으며, 3단계 개발 완료 시에도 인접 주거지역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수목 영역을 계획하는 등 효율적인 단계별 개발을 도모하였다. 차량이 보행 흐름을 최대한 해치지 않도록 측면도로를 주 진입구로 설정하는 대신, 관람객 주차 동선과 관리를 위한 주차 동선을 명확히 분리하였고 단체관람객을 위한 버스주차장을 계획하였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소장품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반입 소장품의 하역은 건물지하로 별도 계획하여 안전한 건물 내부에서 소장품의 이동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배치개념

관람객의 편의성과 관리자의 독립성을 고려한 평면계획
평면계획의 가장 큰 주안점은 공개영역, 개방영역, 비공개영역의 기능적인 연계와 분리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핵심시설인 ‘개방형수장고’를 중심으로 전면은 관람객을 위한 공공영역 및 전시영역, 후면엔 관리영역을 배치하여 명확한 영역 분리와 상호연계를 이루었다. 건물 후면에 계획된 별도의 출입구는 관리자를 위한 동선으로 관람객 동선과 명확히 구분하고, 하역 동선은 수장영역 내에 배치하여 유물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관람객은 효율적인 관람과 만족할만한 체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관람동선을 계획하였다.

전면 행사마당을 통해 박물관의 로비로 진입하면 시설의 상징물인 세 개의 수장타워1)를 마주한다. 이 세 개의 거대한 수장타워는 열린 수장고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내부 어디서든 바라볼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하며 수장고의 흥미로운 시퀀스를 제공하여 민속 생활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수장타워는 실내 온습도 유지를 위해 이중문 장치로 계획하였으며 유물 보호를 위한 전실을 계획하여 소그룹 단위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로비 좌측에 위치한 수장고2)는 원래 기획전시, 특별전시를 수용하는 전시공간이었으나 현재는 목재유물이라는 특정 테마로서 작은 형태의 수장고로 정리되었다. 맞은편에 계획한 수장고3)는 유물등록, 유물정리의 과정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현재의 열린 보존과학실은 개방형 수장고의 핵심 중 하나인 보존과학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로비 우측은 설계당시 뮤지엄 샵으로 계획되었으나, 프로젝션 미디어 아트를 활용하여 소장품의 상세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인 영상실로 변경되었다. 맞은편에는 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에게 제공되는 휴게공간4)과, 박물관 수장고는 어떠한 장소이며 무엇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어린이의 눈높이로 체험 할 수 있는 어린이 체험실을 배치하였다.

2층은 정보, 교육, 연구중심이다. 중앙의 수장타워를 중심으로 1층 전면로비 공간을 개방감을 위해 과감히 오픈하고, 우측은 관람객을 위한 정보교육영역, 좌측은 관리자를 위한 보존과학영역을 배치하였다. 정보교육영역엔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도서와 사진, 음성, 영상 등의 자료를 검색·이용하는 공간인 민속아카이브가 위치한다. 1층 관람객 동선에 전시 동선의 개념을 적용했다면 2층 동선은 전시 정보가 함께 형성된 지식 공유중심의 동선으로 계획하였다. 연구원의 동선은 수장영역과 인접배치하고, 등록실, 디지털화실, 열람실 등 3단계 시설과의 연계를 고려하였다. 지하 1층은 소장품의 안전한 반입과 보안성을 고려하였다. 내외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하 하역장으로부터 단계별 조닝Zoning5)을 통해 체계적인 수장시스템을 구축하였다. 3단계 시설확장을 고려하여 관리코어와 하역코어를 인접 배치하고 연계 동선을 확보하였다.

전통과 개방형 수장고의 이미지를 고려한 입면계획
건물이 들어설 대상지가 저층·저밀도의 도시조직과 풍부한 주변 자연환경 속에 위치하는 것을 고려하여 주변에 어울리는 스카이라인과 입면이미지를 고민하였다. 이를 위해 주재료는 현대적, 전통적 재료를 조화롭게 사용하고자 벽돌과 유리, 금속을 적절하게 반영하였다. 기둥과 기둥 사이는 시간의 켜를 상징화하는 ‘칸’으로 설정하고, 전통가옥의 매력적인 디자인 요소인 창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입면의 주요 요소로 반영하였다.

소장품 보존등급 및 실내환경 빛의 유입에 따른 단면계획
1층은 전시 및 체험수장고, 2층은 연구중심형 수장고, 지하 1층은 비공개수장고로 유물보존상태별 수직조닝을 계획하였고, 수장고 내부에서 중층 활용을 고려하여 7m 이상의 층고를 확보하였다. 쾌적한 실내환경을 위해 로비 상부에 빛을 실내로 유입하는 천창을 설치하고, 일사 조절을 위한 전동 블라인드를 설치하였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개방형수장고이다. 개방형 수장고는 사례도 많지 않고 요구되는 공간도 제각각이어서 설계하기 무척 까다로운 건물이다. 단일 건물이지만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는 복합단지를 설계하는 것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추후 실제 보존과학실과 비공개 수장고의 제한적 추가 개방, 직접적인 체험이 가능한 공간과 프로그램 개발, 단계적 개발 프로세스에 따른 문화벨트 조성에 따라 과거와 현재의 사이를 보는 공간인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전시, 교육, 정보, 체험을 위한 “시간示間”이 될 것이다.

1) 열린수장고 4&9, 5&10, 6&11
2) 현재 열린수장고16
3) 현재 보이는 수장고7
4) 현재 카페, 뮤지엄샵
5) 공간을 용도나 기능별로 나누어 배치하는 일


글 | 정인호_신한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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