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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 특별전 《우리 곁에 있소》

아낌없이 주는 소, 우리 생활 속 소 찾기

夫一里之內有農牛者, 不過一二家,
以一家之牛, 資一里之耕者, 過半焉.
若失一牛, 是一里之人, 俱不得時其耕耨也.
以一牛之存亡, 係一里之貧富,
則牛之用, 固大矣.
<조선왕조실록 단종실록 7권, 단종 1년 9월 25일 무인 3번째 기사>

무릇 한 마을 안에 농우農牛를 가진 자가 한두 집에 지나지 아니하니, (중략) 만약 한 마리의 소를 잃으면 (중략) 모두 농사짓는 때를 맞추지 못하는 것입니다. 한 마리의 소가 있고 없는 것으로써 한 마을의 빈부貧富가 관계되니 소의 쓰임이 진실로 큽니다.

축신 벌절라대장 | 19세기 말 ~ 20세기 초 | 통도사성보박물관 소장


국립민속박물관은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를 맞아 2021년 3월 1일(월)까지 특별전 《우리 곁에 있소》를 기획전시실Ⅱ에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우리 관념 속 소의 모습과 일상생활의 소의 쓰임을 소개하는 자리로, ‘십이지 번十二支幡 축신丑神’, ‘목우도’, 농기구인 ‘멍에’와 ‘길마’, 화각공예품인 ‘화각함’과 ‘화각실패’ 등 80여 점의 자료 및 영상을 바탕으로 소의 상징과 의미, 변화상을 조명하였다.


관념 속 소의 문화상 | 1부 ‘듬직하고 편안한 소’
1부 ‘듬직하고 편안한 소’에서는 ‘십이지의 두 번째’, ‘듬직하고 편안함’, ‘깨달음을 주는 존재’, ‘고향’ 등 소의 생태학적 특징에서 비롯된 우리 관념 속 소의 상징과 의미를 보여주는 자료를 소개하였다.
소는 십이지의 두 번째 동물로, 오전 1시에서 3시는 축시丑時, 북북동은 축방丑方을 가리킨다. 그래서 축신을 그린 소는 해당 방위의 잡귀를 막는 역할을 하였다. 한편 소의 느린 걸음과 큰 몸짓, 힘든 일도 묵묵히 해내는 모습은 우직함과 편안함, 근면, 자기희생의 상징이 되었다. 목동이 소를 타고 가는 모습, 소를 찾는 목동의 모습은 회화작품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인데 소와 함께 있는 목동은 여유를, 소를 찾는 목동은 깨달음을 찾은 인간의 모습을 비유하는 장면이다. 또한 문학작품에서는 소가 고향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현대 광고에 등장하는 소는 고향, 푸근함 등을 상징하는 소재로 등장하였다.
풍수지리風水地理에서 소가 편안하게 누운 모양臥牛形이나 뱃속 모양牛腹形과 같은 땅은 복을 주는 명당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소의 상징과 의미를 ‘십이지 번十二支幡 축신丑神’, ‘십이지도十二支神圖’, ‘목우도牧牛圖’, ‘명당도名堂圖’ 등으로 소개하였다.

 

일상생활 속 소의 모습 | 2부 ‘아낌없이 주는 소’
2부 ‘아낌없이 주는 소’에서는 전통 농경사회에서 농가農家의 밑천이었던 소의 모습과 오늘날 일상용품의 주요 재료로 폭넓게 활용되는 변화상을 소개하였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식구로 여길 만큼 소중하였다. 필요한 노동력이자 운송 수단이었고, 목돈을 마련하는 비상 금고의 역할을 해왔다. 더구나 고기는 음식 재료였고, 뿔과 가죽은 공예품과 일상용품의 재료였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소의 역할을 자동차, 경운기, 트랙터 등이 하면서 소는 점점 우리 생활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소는 농경사회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소고기와 우유, 약품과 비누 등의 재료, 가죽 신발 등으로 인간과 함께한다. 예나 지금이나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는 말 그대로를 보여준다. 이러한 우리 일상생활 속 소의 모습을 농사 도구인 ‘멍에’·‘길마’, 쇠고기 음식 조리법이 담긴 『수운잡방需雲雜方』, 소가죽으로 만든 북과 장구·가죽신, 소뿔로 만든 ‘화각함’과 ‘화각실패’ 등으로 소개하였다.

이와 함께 전시장에는 ‘소띠 해 일어난 일’, ‘소와 관련된 속담과 속신’, ‘백정설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자료들이 소개되어 있어 이번 전시로 소가 단지 관념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가까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았던 2020년을 지나 듬직한 소가 다가오는 2021 신축년은 우직한 소의 걸음처럼 느리지만 차분히 원하는 바를 조금씩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글 | 김희재_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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