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PDF 박물관 바로가기

박물관에서는 #1 ● 온라인 전시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 온라인 전시를 마치고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 전시는 2020년 하반기에 개최된 기획전시로, 2019년에 발간된 전국 양조장 조사 보고서를 기반으로 전시 준비를 하였다. 양조장에서 주로 생산되는 것이 막걸리였으니 전시의 주인공은 막걸리로 삼았고, 막걸리는 서민의 술, 노동의 술로 여겨졌으니 국립민속박물관의 성격과도 잘 맞을 것 같았다.

전시의 큰 주제는 단순하고 간결하게 생각했다. 생산 공간인 양조장과 소비 공간인 술집 이렇게 2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간, 유물을 담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었다. 전시 준비가 시작되면 민속연구과 조사팀의 협조를 받아서 양조장에 가서 인터뷰도 하고 소장 중인 양조 물품도 대여해서 기획전시실에 양조장을 재현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인류를 강타한 감염병은 이런 생각을 실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박물관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 임시 휴관에 들어갔고 코로나19 확산 전에 개최한 기산 풍속화 전시의 공개기간 확보를 위해서 새로운 전시가 개최될 시간과 공간은 없어지고 말았다.

전국 양조장 조사 당시, 이들의 꼼꼼한 조사와 기록이 아니었으면 막걸리 전시는 불가능하였다.

2020년 하반기 개최가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필자는 전시 무기한 연기 혹은 취소를 예상했는데, 전시 자체를 온라인에서 하면 어떻겠냐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 처음 의견을 접했을 때는 막연하게 전시의 공간을 좁고 막혀있는 전시장이 아닌 시공을 초월하는 넓은 현장 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공간이 기획전시 공간처럼 평수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전국의 유서 깊은 양조장이나 대폿집들도 전시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생각을 크게 발전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

일단 온라인 전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았다. 사실 온라인 전시는 생각보다 그 연혁이 길다. 인터넷이 발전하던 90년대 후반부터 이미 ‘문화콘텐츠’라는 개념이 발생했으며,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인터넷 인프라를 전국에 구축하면서 문화콘텐츠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다. 필자도 그 시절 초보적인 수준의 조선시대 고문서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온라인 갤러리’라는 표현을 쓴 적도 있다. 한편, 국내외 박물관에서도 소장품 감상과 설명을 곁들인 코너를 온라인 전시라 명하기도 했다.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온라인도 박물관의 중요한 영역이 된 것은 오래전 일이었다.

다만 21세기 대한민국 국립박물관에서의 온라인 전시는 예전과는 다른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국립박물관에서 온라인 전시는 기존의 전시장 전시를 코로나19로 공개하지 못하게 되자, 360도 VR을 이용해서 온라인으로 옮긴 결과물을 가리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몇 년 전부터 구글 등과 협업하여 VR을 이용한 전시 온라인화를 구축해 왔다. 전시장 전시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데는 360도 VR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전문 업체를 이용하면 1~2일 정도면 전시장 VR을 만들어서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진 VR이 전시가 담고 있는 내용을 관람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360도 VR은 공간을 온라인화하는 것이지, 전시의 메시지와 소장품을 온라인화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은 아닌 것 같았다.

전시라는 것은 대개 유물, 글, 사진, 영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요소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설득력 있는 자료로 기능을 하며 전시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전시가 아니라고 배웠다. 전시의 여러 요소들은 책이나 다큐멘터리 같은 매체들에서도 얼마든지 사용되는 요소들이기에 유물, 글, 사진, 영상 등을 나열한다면 전시라고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특히 이것을 온라인상으로 구현한다면 기존의 홈페이지 콘텐츠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시’라는 명칭을 빼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의 전시를 하면서 필자가 느낀 점은 관람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었다. 함축적인 문장과 관련 자료를 섞어서 관람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해도 전시장 안에서 이것을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관람객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특히 우리 관은 민속생활사 박물관으로 유물의 감상보다는 자료를 통한 이야기 전달이 목적이기에 메시지 전달 기법은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이번 계획에서는 메시지 전달부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메시지를 온라인상에서 기존 매체와는 다르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전시운영과 영상 담당 연구원 선생님이 해주었다. 미국과 영국의 언론 기사에서 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 아티클’이란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에서 꾸준히 기사를 내고 있다. 온라인에서 볼 때는 웹진과 비슷한 구조인데, 간결한 문장을 기본으로 영상, 사진, 음성, VR까지 담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일단 이걸로 기본 뼈대를 삼고, 하고 싶은 말들을 담아 보기로 했다.

하고 싶은 말들을 담고, 찾은 자료들을 추가하다 보니 기존의 전시와는 구성이 달라지게 되었다. 특히 전시에 포함되는 글의 양이 다소 많아지고 서술하는 방식이 관람객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영역이라 업체 선정도 난항이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초안도 예쁘게 나왔고 필자가 의도한 대로 잘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온라인 전시인데 웹진과 다른 점은 무엇이고 공간 구현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지적이었다.

공간 구현에 대한 고민은 필자가 할 고민이 아니었는지 디자인팀에서 전시계획안을 가지고 전시 도면 작업을 하였고, 그래픽 업체와 3D모델링 업체에 의뢰해서 공간을 3차원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만들어진 3차원 영상과 이미지들을 전시 내용에 넣어서 공간적인 느낌을 주기 위함이다. 결과적으로는 만들어진 결과물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각 부의 사이사이에 넣어서 공간을 이동하는 느낌을 주었는데, 이 작업이 온라인 전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공간감을 관람객에게 주었는지 확언하기는 힘들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주었다고는 생각한다. 추후 작업에서는 아마도 전시의 공간감과 내용 전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2020년 12월 24일에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은 온라인상에서 공개되었다. 코로나19로 박물관에 오지 못하는 많은 분들에게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시개요
전시제목 막걸리, 거친 일상의 벗
전시기간 2020. 12. 24.(목) 〜 계속
전시장소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 온라인 전시관 (http://makgeolli.nfm.go.kr)
전시유물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막걸리 관련 민속자료, 양촌양조장 등 전국 양조장 소장 민속자료, 한국정책방송 영상자료 등


글 | 박수환_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더 알아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