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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꽃을 든 남자

2014년 회원들에게 꽃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브랜드 ‘꾸까Kukka, 핀란드어로 ‘꽃’이라는 뜻’를 만든 후, 2016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며 꾸까를 한국의 대표적 꽃 브랜드로 만든 박춘화 대표. 그는 ‘Live everyday with beautiful flowers’라는 브랜드 모토에 걸맞게 우리가 매일 커피나 차를 마시듯 자연스럽게 꽃을 즐길 때까지 꽃의 일상화에 애쓰고 싶다고 했다. 지난 주 문을 연 꾸까의 세 번째 매장에서 박춘화 대표를 만났다.

 

Q. 처음 정기배송서비스에 대해 관심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박춘화_아모레퍼시픽에서 근무하다가 독일 유명벤처 투자회사 로켓인터넷 한국지사에서 일했다. 그때 미국에서 정기배송 서비스가 유행이었는데, 2011년 국내 최초로 뷰티박스 정기배송 서비스 브랜드인 ‘글로시박스’를 운영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처음 정기구독 서비스에 눈을 떴다.

 

Q. 그렇다면 꾸까를 만든 계기도 꽃보다는 정기배송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먼저였겠다

박춘화_주변에 정기구독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많이 물어봤다. 책, 영화 티켓 등 다양한 답이 돌아왔지만 단연 흥미를 끄는 것은 꽃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꽃을 거의 안 사지 않나. 유럽이나 미국 등을 보면 마트에서도 꽃을 팔만큼 꽃 문화가 일상에 정착되어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꽃을 사치품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꽃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뷰티 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국내외 수많은 뷰티 브랜드를 알게 됐는데, 왜 우리나라 화훼 산업에서는 이렇다 할 꽃 브랜드가 없는지 의아했다. 그래서 우리만의 꽃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꽃 브랜드를 만든 사람인데 실제로도 꽃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박춘화_꾸까를 시작하기 전에는 꽃이나 식물에 사실상 거의 관심이 없었다. 꾸까를 론칭하고 키워오면서 꽃을 좋아하게 됐다.

 

Q. 현재 꾸까의 회원이 4만 명에 달하는 걸로 안다. 꾸까의 정기배송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어떤가?

박춘화_긍정적인 반응으로는 한 번도 꽃을 사 보지 않았던 고객들이 꾸까를 통해 꽃을 즐기게 됐다는 피드백이 많은 편이다. 그런 반응이 돌아올 때 가장 뿌듯하다. 한편, 꽃을 받은 후 관리법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그런 걸 안내해드려도 쉽지 않게 느끼시는 분들도 많은 편이다. 커피도 처음 마실 땐 “이 쓴 걸 왜 마셔?”라고 하지만 두 번 세 번 마시다 보면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게 되듯이 꽃을 대할 때도 꽃과 천천히 친해지는 것을 권하고 싶다.

 

Q. 회원의 남녀 비율이 궁금하다. 평균 연령은 어떻게 되나?

박춘화_20~30대가 대부분이다. 의외로 남자 회원 비율이 30% 정도로 높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기혼 회원은 주로 집으로 배송을 받고, 미혼 회원은 회사로 배송 받거나 친구나 연인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

 

 

Q. 최근 세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장소를 선택한 특별한 기준이 있나?

박춘화_꾸까는 온라인 브랜드로 시작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꽃 브랜드’로서 뿌리를 내리는 데 목적이 있었다. 첫 번째 매장인 경리단길점은 이태원 부근에 장소를 물색하던 중 마침 한 건물이 비어 있어서 원했던 대로 꽃집과 카페, 플라워 클래스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겠다 싶어 그곳으로 정했다. 2호점을 구할 땐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한옥을 찾다가 여의치 않아 삼청동 초입 오래된 건물의 2층에 자리하게 됐다. 3호점은 지난 8월 먼저 제안을 받아서 진행하게 된 케이스다. 세 명의 티 마스터들이 연구해 선보인 꾸까만의 차들을 만날 수 있다.

 

Q. 지난 10월 국내 최초로 연 꽃 벼룩시장이 성황리에 끝났다고 들었다

박춘화_지난해 가을 영국을 여행할 때 플라워 마켓에 들렀다. 주말을 맞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재래시장처럼 소탈한 분위기의 플라워 마켓에 온 사람들이 꽃 한 다발, 크고 작은 화분 한 두 개씩을 주저 없이 사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도 이런 플라워 마켓을 열 수 있을까 거의 일 년 가까이 고민하다가 모험심을 가지고 꽃 벼룩시장에 도전했다. 고민이 많았다. 1천만원 어치가 넘는 꽃을 도매 시장에서 구매해 벼룩시장에서 판매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남은 꽃이 거의 없을 만큼 ‘완판’에 가까운 성과를 올렸다. 줄 서서 꽃을 사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인식이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꾸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Q. 꽃 선물을 하거나 받은 경험이 많은지 궁금하다

박춘화_꽃 일을 하다 보니 꽃 선물 할 일은 많았다. 하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꽃 선물을 받아본 기억은 별로 없다. 주변의 플로리스트들도 그렇더라.

 

 

Q. 꽃 이외의 식물을 배송하는 꾸까 그린서비스는 현재 진행 중인가?

박춘화_처음에는 소형 화분을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잠시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식물에 대한 인지도와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지난주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을 대상으로 중형 화분 퀵 배송을 시작했다. 공중 식물과 소형 화분도 라인업에 추가할 예정이다.

 

Q. 사내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플라워 워크숍 등도 열리나?

박춘화_꾸까 직원이라면 누구나 2주에 한 번씩은 본사에 있는 작업장에 가서 꽃을 직접 만지고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도 2주에 한 번씩 참여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꽃 브랜드 직원인데도 불구하고 꽃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더라. 현재 꾸까의 직원 수가 50여 명 정도 되는데, 입사 후 세 달이 지나면 매장에서 파는 꽃의 이름 정도는 알게 되는 것 같다.

 

Q. 꽃과 식물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염두에 둔 것이 있나?

박춘화_꽃의 대중화에만 힘쓰고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사람들이 매일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씩 사 마시듯,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꽃을 가까이 하고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나도 이제 꽃 경력 5년차에 접어든다. 꾸까를 사랑해주시는 분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고, 사명감마저 느끼게 된다.

 

 

Q. 창업을 꿈꾸는 스타트업 준비생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박춘화_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살면서 처음으로 자기 정체성을 명확하게 찾을 수 있는 게 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구인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 것인지 등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사업을 해서 짧은 시간 내에 갑자기 큰돈을 번 사람은 주변에 별로 없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 일을 통해 이런 생활을 갖게 될 것이고, 최선을 다해 그 삶을 즐기며 롱런할 자신이 있다’는 태도를 가지면 좋겠다. 꾸준히 배우고 또 일하면서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두 번째, 세 번째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힘든 길이 힘들게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글_편집팀
사진_김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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