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은 스마트 뮤지엄 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국내의 박물관 최초로 관내 영상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필자는 그 영상채널 팀의 일원으로 박물관에서는 드물게 영상학을 전공한 연구원이다. 그래서 영상촬영을 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으로 이 글을 통해 전해보고자 한다.
때는 2014년 6월, 국립민속박물관의 ‘인류무형문화유산자료 구입’ 사업과 관련해 촬영을 하게 되었다. 몇 해 전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된 인도네시아의 그림자 인형극 ‘와양 쿨릿Wayang Kulit’과 전통 악기 ‘가믈란Gamelan’이 그 주인공이었다. 주인공을 촬영하기 위한 우리의 목적지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섬, 발리였다. 담담히 출장 준비를 하였지만 처음 가보는 나라이자 국외 촬영이여서 굉장히 떨렸다. 조사와 구입 목적으로 가는 촬영인지라 영상채널 팀에서는 필자를 포함 2명이 다양한 촬영 장비를 챙겨 비행기에 올랐다.
발리는 적도 인근의 나라답게 굉장히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됐지만, 건물과 이동 차량 안은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으로 인해 땀이 식을 때마다 추위에 떨었다. 안과 밖의 온도차에 우리 일행 중 감기에 걸린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은 너무도 더워 우리는 발리의 전통복장을 갖춰 입기로 하였다. 사실 조사를 하기 위해 사원을 많이 다녀야 하는데 전통 복장을 입어야 출입이 가능하여 단체복 개념으로 입은 이유가 컸다.
우리는 발리에 도착 후 ‘와양 쿨릿’과 ‘가믈란’ 판매자들을 만나러 다니기에 여념이 없었다. 판매자들을 만나고 구입 자료들을 실사하고, 종횡무진 이동하는 사이사이 우연히 발리의 전통 장례식들을 볼 수 있었다. 가믈란은 항상 장례식 등의 제사에 사용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가믈란 연주소리에 이끌려 계획에는 없었지만 많은 장례식을 참관하게 되었다. 발리는 각각의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공동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장례식이 마치 마을 축제처럼 성대하게 이루어진다. 화장의 열기와 장례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매료되어 촬영하다 보니 문득 어디선가 들어본 ‘역동적인 삶’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맴돌았다.
2014년 7월 발리, 첫 영상촬영 출장의 여운에 언제나 출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