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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

상상력, 어제와 내일을 잇다

21세기 박물관의 화두는 참여형 전시다. 관람객이 전시를 감상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전시활동에 참여하거나 전시장 내에서 행동을 취함으로써 전시를 완성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국립민속박물관에도 매년 일반인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그 결과물을 관람객에게 공개하는 참여형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마음 담은 솜씨전’이 그것이다.

 

참여자라는 이름의 작가들 한자리에 모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영유아를 비롯하여 어린이, 청소년, 성인, 전문가 등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약 80개의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번 ‘마음 담은 솜씨전’은 바로 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의 1년 간의 결과물을 만나보는 자리다.

 

“저는 박물관에서 24년 동안 큐레이터로 활동해 왔어요.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전시를 해왔지만, 꼭 해야만 하는 전시이자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전시는 바로 이 ‘마음 담은 솜씨전’입니다. 일반 참여자가 직접 참여하고, 만든 작품들이 전시로 이어진다는 건 사실 대단한 일이거든요.”

 

전시의 총괄기획을 맡은 이관호 어린이박물관과장은 인터뷰 중에도 관람객들에게 다가가 자녀들의 연령대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등 전시에 담긴 애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각별함은 아마도 전시 참여자들이 지난 1년 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꾸준히 지켜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전시의 주인공인 ‘참여자’라는 이름의 작가들은 1년 동안 기초부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각자의 시간을 쌓아왔다.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이 누군가는 짧았고, 누군가는 길었을 저마다의 과정으로 이루어졌지만, 스스로 첫 단추부터 마지막 단추까지 채워야 하는 과정은 모두 동일하다.

 

“일반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참여하는 이런 전시는 앞으로 더 특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창의 인성 교육에 이만큼 밑거름이 되는 교육이 흔치 않으니까요.”

 

전래 동화 속 호랑이를 배우고
동물원 호랑이를 만나러 가는 ‘문화융복합교육’

가운데 눈에 띄는 코너가 있다. ‘문화융복합교육’이란 조금은 생소해 보이는, 그렇지만 최근 사회적으로 급부상하는 교육으로 전혀 다른 분야가 서로 연계하여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이러한 일환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동물원 등 타 문화기관과 연계하여 민속과 생태 활동을 동시에 참여해 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여 진행하고 있다.

 

“문화융복합교육입니다. 이를테면 우리 박물관에서 전래동화 속 호랑이를 만난 아이들이 그 다음날 서울동물원을 찾아 호랑이를 직접 보고, 동물 생태에 대해 배우는 것이죠. 한국 전통문화의 원형을 만나고, 배우면서 참여자들의 창의력을 끌어낼 수 있는 과정들로 마련됩니다.”
한편 그 옆에는 ‘꿈다락토요문화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전시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꿈다락토요문화학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대상 교육프로그램으로 토요일에 어린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과정이다. 이 교육에서도 문화융복합교육이 적용되어 개발되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철 따라 철나기’, ‘시간 여행’, ‘가가호호’, ‘웃고 즐기며 배우는 우리 옷 이야기’ 등으로, 민속과 과학, 민속과 예술치유 등 여러 장르를 복합적으로 다룸으로써 참여자들에게 신선한 감각을 제공한다. 예술치유 전문 강사가 참여자들의 행동발달, 신체발달 등을 세심하게 점검하여 반영하고, 실제 마을 어르신에게 볏가릿대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동안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민속문화의 개념은 책상에 앉아 설명으로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박물관 교육이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학교의 교육과정이 정해진 학업 주기대로 운영된다면 박물관에서는 어떤 수업이든 참여자의 눈높이에 맞게끔 프로그램을 개발해 갈 수 있는 비정형의 교육입니다. 실제 유물이나 민속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실물교육은, 학교 교육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관호

2005년부터 참여형 전시 <마음 담은 솜씨전>을 기획, 운영해오고 있는 이관호 어린이박물관과장

 

어제+상상력=내일

아이들이 깎아놓았다는 알록달록한 장승 앞에 섰다. 저마다 키도 다르고, 입술색, 눈꼬리 모양, 새겨진 글씨까지 그 어떤 것도 닮은 것이 없는 장승들이었다. 이 장승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각 지역의 장승 특징에 대해 배우고, 전라도의 한 농촌마을에 마을에 세워진 장승을 유심히 살핀 뒤, 그 위에 자신의 창의력을 보태 나만의 장승을 만든 것이다.

 

“박물관 교육은 수천 년간 축적되어 온 많은 철학과 기술을, 참여자의 시각으로 지금의 시점에 맞게 끌어내는 것입니다. 우리의 옹기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김치냉장고가 탄생한 것처럼, 같은 유물을 봐도 바라보는 아이들이 각자 펼치는 꿈과 상상만큼 과학 기술 문명이 탄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작품이 사랑스럽고 놀라웠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시각장애인들이 만든 점자도 문자도였다. 점토를 이용해 사랑, 하늘, 마음 등 8가지 덕목을 입체적으로 만들고, 그 위에 자신의 경험 등을 색색의 물감, 단추, 깃털 등 다양한 촉감의 물질들을 덧입혀 표현한 작품이었다. 그 작품을 만든 이들을 보고 놀람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발현된 선입견에 부끄러웠다.

선입견은 또 있다. 박물관은 낡고 오래된, 옛것만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단정짓는 일이다. 섣부른 생각이다. 박물관은 유리관 속에 담긴 손댈 수 없이 먼 옛날을 들여다보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지금의 바탕이 된 옛것을 토대로 내일을 상상하고 계획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발전의 중심에는 대중의 관심과 참여가 있다.

 

지난 1년 간 참여자들이 펼친 멋진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며, 2016년 ‘마음 담은 솜씨전’의 다채로움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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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2015 마음 담은 솜씨전> – 바로가기
글/영상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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