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3

유물보존총서Ⅹ
수령의 선정을 기리는 선물
: 만인산 발간

만인산萬人傘에 수놓인 잊혀진 이름들, 보존·복원으로 되새기다

글 윤경희(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국립민속박물관은 소장품 보존과학 분야의 연구 성과물로 2004년부터 《유물보존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 유물보존총서Ⅹ 『수령의 선정을 기리는 선물: 만인산』(이하 『만인산』)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만인산(萬人傘) 4점과 천인산(千人傘) 1점의 보존처리 내용을 소개한다.

만인산은 조선 후기에 수령의 선정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일산(日傘)의 일종으로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수놓여 있다. 한 사람을 기리는 만인산이지만, 자수로 가득 채운 참여자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당시 사람들에 대한 유일한 기록이기도 하다. 직장을 떠나거나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이에게 그의 공적을 기리며 제작하는 오늘날의 기념패와 그 맥락이 비슷하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만인산 5점은 1873년에서 1887년 사이에 제작된 것들로, 2024년 만인산 5점의 보존처리를 완료했다. 만인산은 직물, 목재, 금속 등의 복합 재질로 구성되어 각 재질의 손상 상태와 특성에 따라 보존처리 방향과 방법에 차이가 있다. 특히 직물의 손상이 심해 보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2006년에 시작한 보존처리는 2024년이 되어 비로소 5점 모두 완료했다.

신영균 천인산(민속5898)

김영철 만인산(민속63238)

 만인산에 새겨진 자수 내용으로 제작 시기를 밝히고, 광학 현미경 조사, X선 투과조사 등과 같은 과학적 분석과 상태조사로 제작 재료와 기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만인산』에는 만인산 5점의 사진과 도면, 구성, 보존처리 내용, 조형적 특징에 대해 수록했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수 바느질 기법 영상을 최초로 공개하는데, 이는 책에 담긴 QR 코드로 연결된다. 영상은 실제 만인산을 대신해 준비한 견본을 가지고 촬영한 것으로, 보수 바느질 기법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논고에서는 만인산 5점의 송덕 내용과 특징, 만인산에 담긴 문양과 자수에 대해 분석했다. 부록으로 실은 원문 자료는 송덕 내용과 역사 속에 사라진 당시 사람들의 이름을 제공해 학술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만인산』은 장기간의 수집과 연구, 보존처리 과정에 여러 연구자들이 참여해 얻은 연구 성과물이다. 관련 분야의 연구자 및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만인산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리는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발간 예정인 《유물보존총서》에도 많은 기대를 바란다.

바느질 기법 – 보강 직물 고정(홑)
영상 QR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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