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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립민속박물관
일기류 소장품 총서 발간

사람은 누구나 매일을 살아간다. 그날의 날씨는 맑을 때도 있고 흐릴 때도 있다. 어떤 날은 친한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잊지 못할 고통의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이 모이면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의 흔적이 되며, 이 흔적을 우리는 ‘일기(日記)’라는 형태의 기록물로 남기곤 한다.

일기日記의 사전적 정의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매일의 기록”이며,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는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이다. 즉 ‘일기’는 개인의 주기적인 일상의 기록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는 일기가 사적인 영역의 기록으로서 개인의 소장물로만 묻힐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많은 일기가 모이고 서사가 쌓이면 당시의 생활상을 탐구할 수 있는 훌륭한 연구자료가 되거나, 한 편의 흥미로운 문학작품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는 일기류 소장품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자료가 약 200여 건 넘게 존재한다. 이는 등록된 소장품 가운데 ‘일기日記, 일지日誌, 기, 록, 사’ 등의 단어가 명칭에 포함되면서 일기 형식을 갖춘 자료들을 추린 정도이며 이외에 공책, 수첩 등에도 숨겨진 일기 형태의 자료들은 더욱 많을 것이다.

『일록(日錄)』 (소장품 번호: 민속93192)

이에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일기류 소장품에 담긴 연속의 기록 가치를 발굴하고, 시기별·주제별 생활문화를 다함께 공유하기 위한 목적에서 탈초 및 번역, 그리고 총서 출간에 이르는 사업을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중장기계획으로 설정했다. 그 과정의 시작으로 수많은 소장품 중 일기의 형식과 내용을 갖춘 자료를 선별하고, 그 일기류를 다시 세부내용별로 가계家系, 개인 일상, 일생의례, 기행, 관직생활, 생로병사 등의 주제로 구분했다. 이후 추가 논의 과정을 거쳐 총서로 발간할 가치가 높은 주요 일기류 소장품을 선정해 탈초 및 번역을 진행했다.

2022년은 조선 후기의 생활일기 중 관직생활, 장례절차, 상장례, 민간의료, 농업 등의 내용이 담긴 12건 일기류 소장품의 탈초 및 번역을 실시했다. 이어 2023년에는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전후 시기의 생업농업, 수공업, 잠업 등, 일생의례, 세시풍속, 일상생활, 민간신앙 등의 내용이 담긴 6건 일기류 소장품의 탈초 및 번역을 진행했다. 이 과정은 충남대학교 충청문화연구소와 함께 실시해 전문성을 더하고자 했다.

2개년의 일기류 소장품 탈초 및 번역 결과물을 활용해 이번 2024년에 총 14건의 일기가 담긴 가계家系 일기조선 후기~근대, 개인 일기 1조선 후기~근대, 개인 일기 2근대 이후 등 총 3권의 총서가 12월 초 발간될 예정이다. 물론 일기류의 특성상 ‘가계 일기’와 ‘개인 일기’의 경계가 명확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의 구분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일기 내용이 가족, 가계, 종가 등이 중심인 경우에는 가계 일기로 했다. 또한 탈초 및 번역을 완료한 일기류 소장품 중에 이번 총서에 수록되지 못한 자료들은 추후 별도의 주제 총서에 수록해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일기류 소장품 총서에 담긴 세부내용은 조선 후기부터 근대 이후까지 가계별 대소사, 개인 일상, 일생의례, 세시풍속, 민간신앙, 생업농업, 숯가마 경영 등 생활문화와 밀접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조정의 관리로서 저자가 겪은 궁중의 숨겨진 모습이나 지식인으로서 주변으로부터 보고 들은 주요 역사적 사건의 서술들도 담겨 있다. 기록에서 당시의 상황들과 마주하다 보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비교해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암일기(藏菴日記)』 중, 저자가 ‘정생도장(丁生圖章)’이라는 새로운 도장을 만든 부분

이번 총서에 수록된 일기류 소장품 중에는 2019년 백국빈 님이 기증한 『장암일기藏菴日記』가 포함되어 있어 기증자료로서의 가치를 더했다. 주요 내용은 일기의 저자이자 예식원禮式院 관리였던 백시용白時鏞, 1864~1940의 출생, 집안의 대소사 및 관직 생활 등으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개인의 도장圖章이나 가문의 상징인 가장家章을 저자가 직접 제작해 그 모양과 내용을 수록했다는 점이다.

현재는 18~19세기의 상장례 주제를 중심으로 상장례 과정, 소요경비 및 물품 등의 일반적인 내용부터 묘막墓幕 건립, 묘지 개장改葬 등 이제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담긴 일기류 소장품들의 탈초 및 번역을 진행 중이며 향후 상장례, 기행 등의 주제별 일기류 총서를 발간 계획 중에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일기류 소장품 탈초 및 번역, 그리고 이를 활용한 총서 발간 사업은 일기에 숨겨진 생활사적 가치를 발굴하고, 시대별 혹은 주제별 생활문화 콘텐츠 공유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향후 본 사업의 결과물을 활용해 전시·연구·교육 분야 등 다각적 확장 도모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2027년까지 발간 예정인 주제별 일기류 소장품 총서에도 많은 기대를 바란다.


글 | 황기준_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민속소식』 202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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