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PDF 박물관 바로가기

박물관에서는 #2

제주대학교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공동기획전
《졸앙졸앙 모자 졸아사 – 제주의 모자 장인들》
Craftswomen in Jeju

졸앙졸앙 졸앙졸앙 모자 졸아사
우리집의 식구덜은 한한 허곡
애기덜이영 멕영 살리젠 허난
눈이 빠지게 허당 보아도
살길은 막연하고

졸앙졸앙 모자 졸앙
한저 졸아사 우리집 식구덜
술 먹는 서방도 술값도 주곡 하여사 헐로구나
아기덜도 저레 가만이 앉아시라
한 코나 걸려사 모자 졸앙 생활허느녜

-제주민요 <양태노래> 중-

짜고짜고 짜고짜고 모자를 짜야 / 우리집 식구들은 많기도 하고 / 아기들하고 먹고 살려고 하니 / 눈이 빠지게 해 보아도 / 살길은 막연하고 / 짜고 짜서 모자를 짜서 / 어서 빨리 짜야 우리집 식구들 / 술 먹는 서방도 술값도 주고 해야겠구나 / 아기들도 저기에 가만히 앉아 있거라 / 한 코라도 걸려야 모자 짜서 생활을 한단다

제주대학교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은 2024년 10월 18일부터 2025년 1월 17일까지 제주대학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K-museums 공동기획전 《졸앙졸앙 모자 졸아사_제주의 모자 장인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돼 제주에서 전통을 잇고 있는 제주 말총모자양태, 총모자, 망건, 탕건 장인들의 이야기다. 전시에는 장인들의 작품과 제작 도구, 현대화 상품 등 100여 점이 소개되며, 미니 다큐멘터리와 제작 과정, 장인과 이수자 인터뷰 등 다양한 영상이 함께 상영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었으며 1부 <지키다>, 2부 <잇다>, 3부 <나아가다>로 이루어져 있다.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갓, 총모자, 탕건, 망건 / (가운데) 양태(갓의 차양 부분)

프롤로그 prolog

양태・총모자・망건・탕건은 조선시대 제주의 특산물이었다. 말과 대나무가 풍부한 자연 환경을 바탕으로 말총모자를 만드는 일은 생계를 잇기 위한 제주 여성들의 보편적인 부업이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급격한 근대화와 산업화에 말총모자 산업은 빠르게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모자를 만드는 제주 여성들도 점점 세상에서 잊혀졌다. 지금은 4명의 제주 여성 장인들이 말총모자를 만드는 기술을 잇고 있다.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 장인의 삶이지만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옛 명성을 되찾는 날을 꿈꾸며 딸들과 함께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

1부 지키다

1980년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제주에서 전통을 지키고 있는 <양태장>, <총모자장>, <망건장>, <탕건장>을 소개하며 선대로부터 내려온 제작 도구와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장인들은 선대에 만들었던 말총모자를 온전히 재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장인이 재현하려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자의 형태뿐만이 아니다. 모자를 만드는 옛 기술은 정교함과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기하학적 패턴의 세밀하고 반복적인 아름다움에는 인고의 시간을 엮어낸 장인의 숨결이 녹아 있다.

양태
총모자
망건
탕건

제주 말총의 생산과 유통
조선시대에 제주의 ‘말테우리’들은 말들이 털갈이를 하기 시작하는 음력 3, 4월에 말꼬리 털을 낫으로 잘라 판매했다. 이렇게 수확한 말총은 총비1)나 총베2)와 같은 생필품으로부터 총모자·망건·탕건의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제주 사람들의 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였다. 오름과 같은 자연환경에서 방목해 기른 말의 털은 상처가 많고 끊어지기 쉬웠다. 그래서 말테우리들은 총모자나 망건을 만드는 장인에게는 수확한 말총 중 특별히 좋은 것만 선별해 공급했다.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는 일본에서 수입한 ‘왜총’이 주로 쓰였다. 최근에는 캐나다에서 수입한 말총을 많이 사용한다.

2부 잇다

할머니에서 어머니 그리고 딸에게로 이어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장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현재의 장인들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에서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세심함과 인고의 시간을 요구하는 고된 노동이지만 돈이 되지 않는 기술이기 때문에 배우려는 사람이 없는 현실과 전통을 잇는 장인으로서의 사명감으로 어머니의 길을 따라가고 있는 딸, 이수자의 삶을 인터뷰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2부 전시실 전경
2부 전시실 전경

엄마에서 딸에게로
1980년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1세대 말총모자공예 명예보유자들은 모두 어릴 때부터 말총모자를 만들었다. 1960년대까지 양태와 총모자, 탕건을 만들어 가족의 생계를 이었다. 그리고 명예보유자들의 뒤를 이은 2세대 기능보유자들은 서로 다른 꿈을 갖고 20대를 보내고 어머니를 돕기 위해 장인의 길을 선택했다. 현재 기능보유자들과 함께 전통을 잇는 이수자들은 모두 장인의 딸들이다. 이수자의 생활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3세대들은 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딸에게로 이어지는 전통 계승의 현실과 문제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3부 나아가다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대에 맞춰 옛 기술을 접목해 제작한 현대화 상품을 소개한다. 특히 1970년대 화북동에서 탕건과 망건을 짜던 여성들을 모아 새마을 공장을 만들고 말총을 재료로 모자, 장갑, 브래지어 등을 제작해 수출을 시도했던 영상과 신문 기사 등이 전시된다.

3부 전시실 전경

말총모자의 현대화
장인들의 작업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의 시대상에 맞춰 옛 기술을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색색이 염색한 말총과 대나무실을 엮어 다양한 현대식 모자와 가방 등을 만들고 있다. 어머니가 물려준 기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장인들의 새로운 도전과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양태 제작기법으로 만든 모자
총모자 제작기법으로 만든 모자
(왼쪽부터) 망건 편자짜기 제작기법으로 만든 가방, 바둑탕건 제작기법으로 만든 풍경

에필로그 epilogue

할머니, 어머니를 따라 이 길을 가는 이유는 이 기술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현실은 점점 세상에서 잊히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잊힌다는 건, 그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이 끊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더 많이 노력하고 다음 세대에 넘겨주기 위한 준비를 해야지요.
-이수자 인터뷰 중-

1) 말총으로 만든 빗자루
2) 말의 갈기나 말총을 꼬아서 만든 줄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글 | 강은실_제주대학교박물관 학예연구사

『민속소식』 2024년 12월호

더 알아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