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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이 전하는

저승으로 가는
긴 여행의 동반자, 꼭두

생(生)의 축제가 아닌 사(死)의 축제. 살아있는 사람들은 망자가 저승에서도 편안히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려한 상여에 꼭두를 장식해 망자를 떠나보낸다. 낯선 저승으로 가는 망자의 유일한 벗인 꼭두를 국립민속박물관에선 어떻게 소개하고 있을까? 기자단으로서 관람한 국립민속박물관 기증 특별전 《꼭두》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전시관 입구 벽면 문구

꼭두와 함께하는 전시
국립민속박물관 기증 특별전 《꼭두》는 망자와 그를 지키는 꼭두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로, 삶과 죽음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담고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보이는 묵직한 문구가 이번 전시의 주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천장이 뚫려있고, 관람이 한 공간에서 모두 이루어져 전시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망자가 꼭두의 안내하에 저승으로 떠나는 과정이 장례 후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관람객 또한 시간적 흐름에 따라 이루어지는 장례 의식을 관람하며 자연스럽게 꼭두와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전시였다.

시종 꼭두
호위 꼭두
터치스크린을 통한 꼭두 설명

다양하게 소개된 꼭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양하게 구성된 꼭두였다. 전시에서는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시종 꼭두, 망자의 두려움을 달래는 광대 꼭두, 그리고 망자를 보호하는 호위 꼭두가 소개되었다. 무당, 선녀, 무사 등의 모습을 한 꼭두를 실물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그 생김새에서 느껴지는 익살스러움과 친근함이 배가 되었다. 또한, 장례 절차를 자세히 설명하고 터치스크린 화면을 통해 관심이 가는 꼭두를 더 알아볼 수 있게 구성해 아동과 성인 모두가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두와 떠나는 여행’ 전시 공간
실감형 전시 영상
‘또 다른 이야기’ 전시 공간

꼭두와 떠나는 여행
세 종류의 꼭두를 모두 관람하고 나면 에필로그를 볼 수 있다. 꼭두와 저승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저승으로 가는 길은 밝게 꾸며져 있다. 저승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망자의 새출발이 환하고 편하길 바라는 만큼, 전시에서도 저승으로 떠나는 여행을 밝고 신비롭게 표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꼭두와의 여행은 실감형 전시 영상으로 볼 수 있는데, 망자의 영혼이 산과 강을 넘어 미지의 세계로 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어떤 이는 죽음으로서 삶은 끝난다고 말하고, 다른 이는 죽음으로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전시를 보기 전의 나는 전자에 가까웠다. 죽는다는 것은 두렵고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나 전시를 관람하며 ‘제2의 삶’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의 말동무이자 호위무사가 되어주는 꼭두와 함께 한다면, 저승에서의 첫 시작이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예전의 나처럼 죽음을 마냥 두렵고 무서운 것이라고 느낀다면 국립민속박물관 기증 특별전 《꼭두》를 관람하며 또 다른 관점에서 죽음을 생각해 보길 적극 추천한다.


글 | 권나연_제12기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민속소식』 202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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