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연휴 기간 중 추석 당일(17일)을 전후한 16일(월)과 18일(수) 이틀간 본관에서 추석한마당 <한가위를 ‘힙’하게!> 세시 행사를 진행했다. 사상 초유의 더위 속에도 파주관 추석 행사(9. 15.~16.)를 포함해 총 36,848명이 행사에 참여했고, 31,382명의 관람객이 박물관을 다녀갔다.
추석을 맞아 전통 세시의 의미를 되새기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국립민속박물관의 개방·공유·활용의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기관·단체 간 다양한 협업을 고민하며 준비했다. 그 결과, 전통사회에서 행했던 세시풍속 체험과 현장 이벤트, 특별공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처음 시도한 ‘민박마켓’까지 한가위만큼 풍성하고 다채로운 행사로 가득 채워졌다.
민속문화의 계승자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시 행사도 어느덧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설과 대보름, 입춘, 단오, 추석, 동지까지 명절마다 그 의미와 절기에 맞는 세시풍속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해 명절의 필수 방문지가 되었다. 이번 추석에도 아이들은 가을걷이한 햅쌀로 오려송편을 만들어보고, 추석날 보름달 아래에서 행하던 강강술래 공연과 남성들의 민속놀이인 씨름대회가 진행되었다.
풍농을 기원하는‘세시풍속’에서 가족과 즐기는 ‘축제’로
민속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전통사회에서 추석은 본격적인 추수에 앞서 풍농을 상징하는 달이 만월滿月이 되는 음력 팔월 보름에 풍농을 기원하고 조상과 신에게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는 세시풍속이었다. 그래서 추석날 아침에는 햅쌀로 송편을 빚고 여러 가지 햇과일 등을 장만해 조상에게 감사하는 ‘차례’를 지내고, 저녁에는 한 해 중 가장 밝은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가족·이웃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다. 그에 반해 현대 사회는 1차 산업에서 벗어나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직업이 다양화되면서 풍농을 기원하는 의미는 약화되었지만, 가족·이웃과 풍성함을 나누는 전통은 여전히 남아 멀리 떨어져 지내던 가족 친지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연휴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 추석한마당에는 전통 민속놀이를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전래놀이 릴레이’로, 그리고 남성들이 주로 하던 씨름대회도 어린이와 여성까지도 즐기는 ‘한가위배 씨름대회’로 진행했다. 특히 가족이 함께 체험하는 ‘종이로 한복 접기’와 ‘송편 모양 비누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은 더운 날씨에도 관람객들이 긴 줄을 서며 재료가 조기 마감되는 인기를 보였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커피 골든벨>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는 특별하다. 과거의 박제되고 고리타분한 민속의 범주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시로 확장되고 있다. 마침, 추석 기간 볼 수 있는 전시도 이 흐름에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음식 1위가 김치, 2위가 커피, 3위가 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요즘 커피》 특별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커피 특별전의 전시 내용을 바탕으로 커피에 관한 OX퀴즈를 맞히는 <커피 골든벨>을 진행했는데, 가족 관람객의 진지하고 열띤 참여가 일상 속 ‘커피’에 관한 우리의 관심을 반증하는 듯했다. 특히 행사 참여 전후로 전시장에서 더 깊고 진지한 관람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첫 시도, 첫 경험 ‘민박 마켓’
박물관 전시실에서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긴 전통 민속품과 커피 전시를 감상했다면, 박물관 마당에서는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구입도 할 수 있는 <민박 소담마켓 with idus>가 펼쳐졌다. 이 마켓 행사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세시 행사에서 처음 시도하는 프로그램으로 도자기, 그림을 비롯해 은장도와 가죽 수공예품 등 다양한 분야의 39개 업체가 참여했다. 또, ‘미니 금줄 만들기’와 ‘복주머니 향낭 만들기’, ‘추석 음식 미니어처 만들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체험 공간을 조성해 민속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마켓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내수 진작 및 소상공인 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범정부 차원으로 운영하는 ‘동행 축제’의 하나로 치러진 행사이다. 무엇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민속박물관과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협업함으로써 우수 소상공인과 무형유산 보유자 및 이수자의 판로를 지원하는 부처 간 협업의 모범사례로도 의미가 크다 하겠다.
이번 행사의 담당자로서 전통과 민속이 현대에 어떻게 어우러지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첫 번째, 전통은 변하지 않아야 가치를 발하는 것도 있지만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되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잇는 것도 중요하다. 또 그 가치가 시대를 거치면서 현대적으로 계승·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민속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속의 모티브를 이어 현대적 활용성을 높인 현대 공예 작가들에게 대중과 소통하는 장을 마련해 주는 목적이 있었다. 두 번째는 과거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무형유산 보유자와 이수자가 국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그분들의 장인 정신을 독려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 생각했다.
특히 이번 마켓은 디지털 유통 위주의 판매를 진행하는 전승공예 장인들에게 소비자와 연결하는 오프라인 ‘장’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더운 날씨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해 박물관 세시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중소기업유통센터 관계자 및 아이디어스idus 작가들 그리고 행사를 함께 즐긴 관람객들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글 | 박혜령_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