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PDF 박물관 바로가기

기자단이 전하는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와
‘악귀’와 ‘민속’에 대해 이야기하다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김은희 작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시그널>부터 <킹덤>, <악귀>까지 연달아 흥행한 드라마에는 김은희 작가의 이름이 있었다. 이렇듯 K-드라마를 대표하는 김은희 작가가 지난 8월 28일,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다. ‘민속문화와 K-콘텐츠’를 주제로 한 박물관 민속학 특강에 초청돼 직접 대중 앞에 나선 것이다.

김은희 작가가 국립민속박물관을 방문한 이유는 드라마 <악귀>에서 비롯됐다. <악귀>에서 민속학이 드라마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데 고증이 필요한 민속 요소들을 국립민속박물관의 도움으로 조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청 특강은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과 김은희 작가가 대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은희 작가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대강당은 빈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로 꽉 찼다. 많은 청중이 주목하는 가운데 김은희 작가가 생각하는 민속학은 무엇인지, K-콘텐츠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들어보았다.

청춘의 아픔에 공감하는 귀신 이야기

드라마 ‘악귀’ 포스터(출처: SBS)

청춘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사는 청춘들은 대다수가 힘든 삶을 살고 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싶은 조바심. 더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나약한 마음을 유혹하는 나쁜 어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름답다.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산영을 통해 여전히 청춘은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드라마 <악귀> 제작 의도 中

악귀를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김은희 작가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사회에 애정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또 “나같은 기성 세대가 젊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힘든 사회를 만든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미약하게나마 청춘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고 전했다.

<악귀>의 주인공인 구산영은 어린 나이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무원을 준비한다. 홀어머니를 모시며, 집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재촉을 감당하지 못하는 힘든 삶 속에서도 더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는 인물이다. 악귀에 씌인 후에는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귀신을 통해 청춘의 아픔에 공감한다.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민속학
김은희 작가는 “혼자 국립민속박물관에 방문해 전시품을 보니 이 물건을 쓰던 사람들도 그 시대에는 청춘이 있었고 아픔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킹덤>을 쓰는 동안 민중들의 삶이 궁금했지만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고 난 뒤 우리의 삶을 기록해 줄 게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민속학을 찾았고, 글의 소재로 활용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김은희 작가는 실제로 <악귀> 드라마 자료조사 과정에서 민속 현장 조사에도 동행했다.

그때 만난 한 어르신이 “이제 우리가 죽으면 이 제의도 사라지겠지.”라는 말을 했는데 이러한 체험을 각본에도 반영했다고 한다. 생생한 작품을 만들려는 김은희 작가의 노력 덕분에 <악귀>에 민속학이 조화롭게 녹아든 것으로 보인다. 김은희 작가는 과거에 자신이 처음 글을 쓸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시작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때는 기회가 오더라고 잡을 수 없으니 하루의 1%씩이라도 시도해 보고 그 분야에 대해 노력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며 특강에 찾아온 작가 지망생, 청춘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넸다.

‘K-콘텐츠’를 중심으로 진행된 특강인 만큼, 김은희 작가에게 K-콘텐츠의 미래를 물었다. 김은희 작가는 요즘 문화계 전반이 위기라 영상 제작 편수가 줄어들었다며 이러한 위기를 헤쳐갈 수 있는 환경을 선배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장르를 새로운 시선에서 집필할 수 있는 신인들을 뒷받침할 제작 환경이 구축되어야 K-콘텐츠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달고나’처럼 친숙하면서 한국적인 모습을 담은 콘텐츠가 국제적으로 연달아 흥행하며 K-콘텐츠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은희 작가의 <킹덤>과 <악귀>, 최근 K-오컬트 흥행을 불러온 <파묘> 또한 한국인의 정체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컬처의 뿌리를 담은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앞으로 더 한국적이고 민속적인 콘텐츠들이 사랑받을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지기를 바란다.


글 | 박채린_제12기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더 알아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