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PDF 박물관 바로가기

기자단이 전하는

한반도 묘생의 일대기

여러분은 ‘집사’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예전에 아가씨를 모시던 집사가 아닌, 요즘은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로 칭합니다. 도도하고 고귀한 고양이를 모신다는 의미입니다. 멀쩡한 사람을 자칭 또는 타칭 집사로 만들 만큼, 고양이는 다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려묘의 영역을 넘어서서 가족의 일부가 될 만큼 현대인은 고양이를 친밀하고 소중한 존재로 생각합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15년 1조 9,000억 원에서 2022년 3조 4,000억 원으로 약 78% 성장했고, 2027년에는 6조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특히 최근 1인 가구 수가 증가하며, 혼자서 키우기 쉬운 반려묘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고양이용품의 매출 성장률이 강아지 용품보다 1.6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현재 집고양이의 묘생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한반도에 살았던 고양이들의 묘생은 어땠을까요? 지금처럼 사람들의 곁에서 사랑을 받는 존재였을까요?

1부 중 문헌자료

쥐 잡아주는 일꾼 고양이
고양이는 오랜 시간 민중의 곁에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쥐와 벌레를 잡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때로는 쥐를 잡는 귀한 존재라는 의미로 ‘몽귀’로 불리기도 했습니다.당시 사람들에게 쥐를 없애는 일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여러 문헌 속에 고양이는 쥐를 잡는 존재로서 자주 등장합니다. 고려 후기 문신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중 ‘쥐를 저주하는 글’ 속에도 쥐들에게 당장 내 집에서 나가지 않으면 고양이를 풀어 모두 잡아버리겠다고 겁을 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같은 책의 ‘고양이를 나무라다’ 중에서도 쥐를 잡지 않고 고기를 훔쳐먹는 고양이를 꾸짖는 글이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 민중에게 고양이는 가족의 일원이라기보다는 쥐를 잡아주는 일꾼이었습니다.

고양이의 황금 시절, 왕에게 총애를 받던 고양이
왕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들도 있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중 고양이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조선의 숙종과 영조 부자는 소문난 고양이 집사입니다. 조선 시대 문신이자 학자인 김시민의 「금묘가金猫歌」에서 숙종의 고양이 사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숙종은 한 고양이를 너무 예뻐하여 ‘금손’이라 이름을 붙이고 함께 밥을 먹고, 잠도 자신의 곁에서 자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후 숙종이 승하한 후, 고양이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숙종의 무덤 근처에 묻혔습니다. 영조 재위 13년인 1737년, 팔에 통증을 느낀 영조에게 의원은 고양이 가죽으로 찜질하라 권하지만, 영조는 그런 이유로 고양이를 죽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그런 민간요법을 쓴다면 백성들도 따라 하여 고양이가 멸종될 수도 있다며 끝내 치료법을 거부했습니다.또한, 영조 시절 사족 집안에는 ‘묘마마猫媽媽’가 있었다고 합니다. 묘마마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고양이를 키우며 챙기는 일을 했습니다.

전시품 중 『동포집東圃集』

고양이의 슬픈 역사, 불길함의 상징이던 도둑고양이
하지만 고양이가 사랑만 받으며 살아온 것은 아닙니다. 여러 이유로 고양이는 부정적인 의미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다들 ‘도둑고양이’라는 호칭이 익숙하실 것입니다. 2011년 정식 명칭이 ‘길고양이’로 정해지기 전, 길에서 지내는 고양이들을 자연스럽게 도둑고양이라고 불러왔습니다. 강아지와 달리 발소리 없이 조용히 움직이고, 주로 밤에 활동하던 고양이와 도둑의 모습이 비슷하여 유래된 호칭 같습니다. 오래전부터 도둑과 고양이는 연관이 많았습니다. 도둑을 잡는 방법으로 잔인하게 고양이를 죽이거나 괴롭히는 민간요법이 있었습니다. 이를 고양이를 삶는다는 뜻의 ‘증묘蒸描’라고 부릅니다. 고양이를 주술적으로 사용하여 도둑을 죽이는 방법으로, 고양이를 부정적인 저주의 존재로 보는 관점에서 나온 행위들입니다.

고양이에 대한 예전의 인식을 보여주는 전시물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영험한 영물 고양이
고양이는 부정적으로 여겨졌지만, 동시에 영물로 취급되었습니다. 고양이가 울면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기록도 있고, 고양이를 수호신으로 모시던 제주도 지역의 사례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에게 해를 가하면 고양이가 복수한다는 민담들이 많습니다. 고양이를 주술적으로 사용하는 만큼, 고양이의 영험한 힘을 믿는 사람들의 두려움이 드러난 이야기들입니다.

이처럼 한반도에서의 묘생은 다채롭고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인간과 고양이는 항상 공생했기 때문에 그만큼 매우 많은 기록과 민담들이 남았습니다. 흥미로운 한반도 묘생의 이야기는 모두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에서는 고양이와 관련한 민담을 제보자의 현장감 있는 목소리로 들을 수 있고, 고양이가 등장하는 다양한 사료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 언어 능력 시험과 고양이를 주제로 한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으니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글 | 신유빈_제12기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더 알아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