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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상설전시관1 개편 《한국인의 오늘》
국립민속박물관에서 ‘K’와 마주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인의 하루》, 《한국인의 일 년》, 《한국인의 일생》이라는 주제로 상설전시관을 운영했다. 이중 상설전시관1은 새로이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상설전시관1의 새로운 이름은 바로 《한국인의 오늘》이다. 오늘날 세계 속 ‘K’로 주목받는 우리가 있기까지 어떤 일상을 보내왔는지를 주제로 우리가 곁에 두고 사용해온 ‘쓸모 있는’ 물건, 자연과 일상이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생활, ‘함께하는’ 우리의 일상 모습을 3부로 구성하여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약 5년간의 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하루》를 추억하며
2018년 12월에 개관한 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하루》는 지난 4월 2일에 막을 내렸다. 조선 후기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하루’의 시간 개념 속에서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일상을 살펴보는 전시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하는 사대부 모습부터 농사일로 바쁜 낮 시간의 농부, 물건과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에 물건을 지고 온 부상負商,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바느질하는 부녀자까지 다양한 사람의 일상을 한데 모아 선보였다. 거기에 더해 관람객이 전시관에 방문하는 계절에 맞춰 유물과 자료를 교체하여 현재와 과거의 하루를 비교할 수 있도록 꾸렸다.

기존 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하루》 전시 전경

‘하루’를 주제로 한 일상생활 전시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활상을 재현하고 그 시대를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강점이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일상생활을 단편적으로 연출할 수밖에 없어 관람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다. 게다가 2021년 상설전시관2 《한국인의 일 년》 재개관으로 계절에 따라 전시자료를 교체하고 부분적으로 개선해오던 상설전시관1 내용과 중첩되는 상황이 나타났다. 

K-컬처, 상설전시관의 주제가 되다
2022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상설전시관1의 전시 한계를 마주하고, 이를 보완할 개편 주제로 어떠한 것이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고민 끝에 결정한 주제는 바로 ‘K-컬처’. 2020년부터 모든 부문에 본격적으로 ‘K’가 등장했다. ‘한국의’, ‘한국적인’을 뜻하는 ‘K’는 곳곳에 상품 라벨Label처럼 쓰였다. K-컬처Culture도 ‘한국 문화’를 상품화한 또다른 명칭으로 볼 수 있다. 즉, K-컬처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한국 문화의 글로벌화를 의미하면서 한류Korean Wave를 대체하는 또 다른 고유명사가 되었다. 한마디로 ‘한국 문화’가 상설전시관1의 주제인 셈이었다. 문화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 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을 의미한다. 따라서 문화는 가변적이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다시 말해 어느 시대, 어느 특정 모습으로 규정하고 재현할 수 없기에 더 어려운 주제였다. 

2022년 영국 빅토리아앤알버트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에서 개최한 Hallyu; the Korean Wave

바야흐로 K의 시대, 국립민속박물관의 K는 과연 무엇일까
K-컬처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K-컬처를? 말이 돼?”라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한류를 포함한 K-컬처의 영역은 K-팝,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반 K-드라마와 영화 등 주로 대중문화 콘텐츠였다. 그렇기에 관련 학계의 연구 성과도 한류 현상, K-팝 팬덤fandom, 영화 및 드라마 콘텐츠, 국외 한류 소비 주체 등 문화산업 전반에서 이루어졌고 내용 측면으로는 한국어 교육, 관광 및 문화 교류에서 세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그러나 점차 K-컬처, 한류 연구의 경향이 사회·경제 바탕의 논리에서 확장하여 세계 속 문화적 차이, 공존의 가치로서 K-컬처에 접근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의 연구 성과가 기대되는 시기이다.

다시 전시 주제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와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우리’, ‘함께’, ‘기억’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해답은 우리가 공유해온 ‘일상’에 있었다. 과거의 우리와 오늘날의 우리가 함께한 ‘일상’은 켜켜이 쌓여 ‘오늘’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국립민속박물관이 가장 K의 핵심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주제였다.

K-컬처는 겉으로는 한국 문화와 똑같은 의미 같지만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K-컬처는 오롯이 ‘우리의’, ‘우리에 의한’ 문화는 아니다. 오늘날의 K-컬처는 문화를 생산하는 자와 향유하는 자의 콜라보Collaboration의 준말로, 다시 말해 문화를 공유하고 생산하는 한국인과 이를 공감하고 함께 즐기는 세계인의 결합물이다. 이에 이번 전시 내용 구성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한국을 바라본 세계인의 시선과 오늘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전설과 허구에 감싸인 또 다른 곳,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한국은 오늘날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하퍼스 위클리』, 1889. 1. 12.

“Today, Corea, the “Hermit Nation”, which has had also its phase of fable and fiction, is attracting the world’s attention.”
-January, 12, 1889, Harper’s Weekly

“K의 모든 것: 계속해서 부상하는 한국 문화의 위상, 전 세계는 한국의 모든 것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영국 『더 가디언』, 2022. 9. 4.

“K-everything: the rise and rise of Korean culture, the world has fallen in love with everything South Korean.”
-September, 4, 2022, The Guardian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 ‘은둔의 나라The Hermit Nation’, ‘모자의 나라’ … 세계인이 우리나라와 우리에게 붙인 별명은 셀 수 없다. 우리의 일상을 타자의 시선에서 다시 보는 것은 낯섦을 넘어 신기하기까지 하다. 당시 서구 중심적인 시각에서 서술된 글과 사진에는 한국 문화에 대한 단편적이고 편협한 관점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을 유심히 관찰한 모습만큼은 의미가 있다. 기록 속 우리는 구름 떼가 땅에 내려앉은 듯한 하얀 옷을 입고 지게와 호미로 일상을 견인하고 일군다. 곁에 자연을 가까이 두었을 뿐만 아니라 생활하는 공간의 물건에도 자연을 담아내어 감상하기도 했다. 몸을 치장하는 과정에도 이상향인 자연을 닮고자 했다. ‘함께하는’ 생활의 가치를 알았기에 ‘밥 먹었니?’ 같은 사소한 인사를 통해서도 상대방이 잘 지내고 있는지를 살폈고, 좋은 일은 같이 즐기고 슬픈 일은 같이 위로하며 한데 어울려 살아왔다. 나와 네가 ‘우리’로 연결돼 있다는 의식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2002년 월드컵 응원과 같은 거대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함께하는 공동체 모습은 여전히 우리 일상에 자리하고 있다.

2023년 1월 상설전시관1 개편 기획 방향 보고회

‘K’의 토대가 되는 우리의 일상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우리 일상은 대중문화 요소만큼이나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경험해보고 싶게끔 하는 매력적인 콘텐츠다. 틱톡Tiktok과 인스타그램Instagram, 유튜브Youtube 챌린지 등으로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세계인을 보면 우리 일상도 K-콘텐츠이자 K-컬처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K’ 한 글자에 담긴 우리의 삶과 일상을 전시장에 모두 구현하기에는 범위가 너무나도 방대하다. 그래서 관람객 스스로 ‘K’를 찾고 곱씹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The-K 아카이브 존’을 구성하여 선보인다. 공간 안에서 세계인이 우리의 일상 중 어느 부분을 기록했는지, 그리고 우리 스스로 K-컬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3부로 구성한 전시를 통해 미처 다 전달하지 못한 ‘K’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보고 싶다.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은 어제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내일도 별일 없이 평범하게 지나갈 것이다. 23시 59분에서 0시 00분으로 바뀌는 찰나의 순간에 새로운 오늘이 시작되고 그렇게 쌓여가는 ‘오늘’은 앞으로 계속된다. 30년 후, 40년 후의 시간 속에서 다시금 오늘의 우리를 회상한다면 그때에도 평범하게 보일까? 우리가 과거의 우리를 신기하게 보듯, 미래의 우리는 오늘의 우리를 낯설게 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K’의 토대가 되어간다.


글 | 나훈영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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