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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 길·걸어갈 길

민속은 계속 변화하고
현재도 살아 숨 쉰다

올해는 국립민속박물관이 현재의 자리로 옮겨온 지 30년이 되는 해였다. 그리고 내년은 1984년 5월 7일 필자가 처음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40년이 된다. 1989년부터 약 4년간 문화재관리국에서 근무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2005년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박물관 학예직으로서 살았다. 이후 대학에서 16년간 민속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며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리고 다시 2021년 1월 이곳 민속박물관의 관장으로 부임하면서 이론을 실천하는 학자로서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오랜 기간 떠나 있다가 돌아오니 떠날 때 신입이던 후배들이 기관의 관리자가 되어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어 큰 어려움 없이 박물관 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여 다시 만난 박물관에서 관장으로 재임한 지 3년 차에 맞이한 국립민속박물관 30주년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감회가 있었다. 30주년 기념 전시와 행사를 하며 옛 동료를 다시 만날 수 있었고, 민속박물관의 역사를 다시 한번 짚어 볼 수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전시장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야경

우리는 이전 개관한 30주년을 기념하여 박물관의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 인사들의 인터뷰를 진행하여 민속소식에 실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 어린 고견에 감사드린다. 그중에는 우리의 고민과 일치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다만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민속’이 고루한 것이고 과거의 학문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고민이다. 서동철 서울신문 전 논설위원이 “오래됐다고 문화재가 되고 보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도 먹힐 수 있는 가치가 곧 문화재고 문화유산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문화유산이 잊혀지는 과정에 있는 것은 안타깝다”라고 한 말씀은 매우 공감한다.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도 민속학의 필요성은 커지는 데 정작 현실에서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탄하였다. 이 문제는 40여 년을 민속학자로 살아온 필자의 회한과도 일치한다. 민속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던 필자가 재임했던 학교에서는 학부에 ‘민속학과’가 없어졌고, 그나마 존재했던 타 학교의 ‘민속학과’도 명칭이 바뀌는 등 ‘민속’의 운명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음을 절감한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속이 갖고 있는 기본에 다시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박한 민중의 시선으로 일상을 이야기함으로써 현대인의 삶과 연결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민속’이라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정아 연구위원의 이야기는 곱씹어 볼 만하다.

국립민속박물관 전경

1946년 송석하 관장 하의 국립민속박물관을 시작으로 이어진 ‘민족, 민속, 인류학’을 다루는 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성장하여 한국 대표 문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남산에서 경복궁으로, 또 경복궁 안에서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그렇게 지금의 자리에서 30년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는 영원한 우리의 집이 될 수 없다. 경복궁 복원이라는 중차대한 계획에 의해 이곳을 비워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만을 위한 집을 짓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실현하지 못했다.

민속에서 거론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렇듯이 스스로 세운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물살에 휩쓸려 어느 지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 삶이다. 민속에서 민초들이 보여주는 것은 그렇게 그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뿌리를 내리고 꽃까지 피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향기로 또 다른 문화를 만든다. 이제 세종에서 민속의 산지産地인 전국을 대상으로 각 지역 문화를 연구하고, 전시하고, 교육하고, 체험하게 하는 힘 있는 국립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세종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의 역할은 분명 달라져야 한다. 지역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생활문화를 무대 위에 올리는 역할을 지역의 중심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이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여기저기에 떠밀리면서도 이렇게 당당히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으로 민속박물관은 성장해 왔다. 지역 곳곳에 ‘컬처 팩토리, 문화공장’을 만들고 지역색을 꽃피게 하는 역할을 우리가 해내면 좋을 것이다. 민속은 계속 변화하고 현재도 살아 있고 또 앞으로도 숨 쉴 것을 알고 있기에 긴 안목과 긴 호흡으로 미래를 설계할 때이다.


글 | 김종대_국립민속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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