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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한국의 마을신앙(전라·제주권)』
조사 및 조사보고서 발간

왜 마을신앙을 K-Culture의 출발점이라 하는가?
마을신앙은 당대 사람들의 시·공간에 관한 인식을 온전히 담고 있는 우리의 전통문화이다. 흔히 문화는 특정 공간을 공유하며 생활하는 구성원이 공통으로 지닌 생활 양식이다. 여기서 생활 양식이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면서 만들어진 구성원 특유의 행동 양식이나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문화는 시간과 공간에 관한 구성원들의 인식이 반영된 축적물이다. 중요한 점은 문화가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이다. 마을신앙은 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하여 전승되어온 공동체 신앙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 신앙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싼 공간 혹은 환경에 관한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특히,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혹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요소가 결합해 마을신앙도 변하는데, 이는 구성원의 인식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마을신앙은 사라지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민속이 그렇듯이 산업화·정보화를 거쳐 공동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은 이전과 달리 계속해서 변해 왔다. 특히 제의를 주관하는 집단도 해를 거듭하면서 고령화되어 마을신앙도 급격히 사라져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 즉 공간에 관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 제의 목적과 형식, 절차 등이 변화했을 뿐 여전히 마을신앙은 마을에서 전해오고 있다. 따라서 마을신앙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마을신앙 보고서에서는 변화하는 전라·제주권의 마을신앙을 볼 수 있는데 동제뿐만 아니라 제주도 영등굿과 잠수굿까지 참여관찰로 기록한 생생한 민속 현장을 담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두 번째로 발간한 마을신앙보고서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21년부터 권역별 한국의 마을신앙 조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한국의 마을신앙(전라·제주권)』은 충청권에 이은 두 번째 결과물로 전라권광주광역시 포함과 제주권의 2023년 현재 마을신앙 상황을 기록한 조사보고서이다. 이 사업은 소멸 위기에 놓인 민속 현장을 발굴하고 조사해 마을신앙과 관련한 기초 학술자료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다. 민속 현장에 관한 기록은 향후 박물관 연구, 전시, 교육, 아카이브 등 자료로 축적해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60여 명의 민속학자가 기록한 생생한 민속 현장을 수록했다는 점이다. 그간 마을신앙은 전국적으로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일제히 행해지기 때문에 한두 명의 민속학자로는 조사와 기록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박물관은 내부 연구자뿐만 아니라 지역의 민속학자가 함께 전라·제주 지역의 마을신앙을 기록했다. 이는 박물관이 국립기관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기록화와 더불어 지역의 민속학자와 함께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립민속박물관의 역할을 더욱 주목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을신앙 조사의 아쉬운 점과 향후 계획은
이번 조사는 전라·제주 지역 124개 마을신앙을 동시에 조사하고 참여관찰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전라·제주 전역을 참여조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마을신앙 전수조사 현황을 표로 작성해 수록했다. 현황표에는 전라·제주권 전역의 1,188개 마을신앙 전승 여부를 기록하고 있어 마을신앙의 변화상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충청권에서 시작한 국립민속박물관 마을신앙 조사는 전라·제주권에 이어 경상권, 강원권, 서울·경기·인천권 으로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다. 박물관 기록화 사업은 급격히 사라져가는 한국의 마을신앙 자료를 수집하고 축적해, 지역의 민속 현황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조사는 권역별 민속문화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한편, 전국 마을신앙의 집적화를 통해 전국적 차원의 민속자원 전승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알아두면 좋은 마을신앙 용어, ‘제당’
제당祭堂은 서낭당이나 국사당 등 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당집이다. 신이 내리는 곳 또는 신이 머무는 곳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곳으로 마을에서 가장 신성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장소가 바뀌지 않는 고정된 제당도 있지만 제의를 할 때마다 좋은 곳을 가려서 제를 지내는 임시 제당도 있다. 그 형태는 자연물수목, 암석, 누석(累石) 등일 수도 있고, 인공물목간(木竿), 장승, 신도(神圖), 당집, 신당 등일 수도 있고, 자연물과 인공물이 복합적인 형태일 수도 있다.
제당 유형은 신수神樹로 시작되어 후대로 내려오면서 누석단累石壇이 추가되고, 제기와 제구를 보관하고, 제물을 준비하기 위한 장소가 제당 주변에 더해지면서 신체神體인 신수와 신당이 분화되는 형태로 발전했다.


글 | 우승하_민속연구과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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