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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예천박물관 - 국립민속박물관 공동기획전
《예천 청단 봤니껴》

예천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은 2023년 9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예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예천 청단 봤니껴》 공동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예천청단놀음’을 주제로 한 최초의 기획전시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전시에서는 탈과 소품, 영상 등 100여 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탈춤
청단놀음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축제형 놀이로, 예천읍에서 고을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향리鄕吏들의 주도로 연행되어 온 묵언默言의 탈춤이다. 예천에서는 저승사자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면서 청단놀음을 보았는지를 묻고 망자가 본 적이 없다고 하면 청단놀음을 보고 오라며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낸다는 향언鄕言이 전해진다. 예로부터 예청청단놀음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탈춤이라는 인식이 존재한 것이다.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되었으며 1부 <청단놀음의 가치>, 2부 <청단놀음의 역사>로 이루어져 있다.

 

프롤로그 : 강렬하면서도 감각적인 ‘청단놀음’ 주제영상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에서는 청단놀음 주제영상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다. 이 영상은 화려한 색상의 배경과 실루엣으로 청단놀음의 다양한 동작들이 두드러지도록 연출하였다. 배경음악은 ‘국악전자유랑단’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청단놀음’이란 곡으로 청단놀음의 장단과 국악기, 전자음악을 결합하여 관람객들의 신명을 돋운다.

1부 청단놀음의 가치
한국의 탈춤은 제액除厄·초복招福을 기원하는 주술종교적 기능과 더불어 조선 후기의 사회적 모순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다. 또한 춤과 몸짓, 음률 등이 어우러져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종합공연예술로서의 성격을 고루 갖추고 있다. 청단놀음 역시 이러한 성격들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광대북놀음, 양반놀음, 주지놀음, 지연광대놀음, 중놀음, 무동놀음 등 여섯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 1부에서는 여섯 마당을 <주술과 의례의 춤사위>, <풍자와 해학의 춤사위>, <즐거운 볼거리로서의 춤사위>로 나누어 청단놀음에 등장하는 탈과 소품, 복식을 선보인다. <주술과 의례의 춤사위>에서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어 공동체의 평안함을 추구하는 주술적 의미를 담은 주지놀음과 지연광대놀음을 소개한다. 주지놀음에 등장하는 주지탈, 공동체 내부의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놀이판에 모인 관객들의 액을 날리는데 사용하는 반월형의 주지판을 전시하였다. 전시장 중앙에는 지연광대를 인체모형으로 재현하여 생동감을 더하였다. 지연광대는 동·서·남·북 네 방위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관장하는 수호신으로 고을에 닥쳐올 액운을 막고, 풍농을 기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의 탈춤에 등장하는 탈 중 유일하게 키[箕]로 제작하며, 영상을 통해 제작방법을 소개하였다.<풍자와 해학의 춤사위>에서는 양반놀음과 중놀음을 소개한다. 양반놀음과 중놀음은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를 풍자하는 마당으로 각 마당에 등장하는 양반과 사대부, 중은 유·불교적 사상을 실천하는 인물이지만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버리고 하층계급인 쪽박광대를 향한 성적 욕망을 드러내며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된다. 양반놀음에서는 양반이 착용하는 백립과 요령, 사대부의 정자관, 중놀음에서는 중탈과 송락, 목탁, 얼레방아탈 그리고 두 마당 모두 등장하는 쪽박광대탈과 몽당빗자루, 쪽박을 전시하였다. <즐거운 볼거리로서의 춤사위>에서는 청단놀음의 시작을 열고 끝을 맺는 광대북놀음과 무동놀음을 소개한다. 광대북놀음은 두 명의 북광대가 등장하여 북과 북채를 이용한 경쾌한 장단과 춤사위로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마당이다. 무동놀음은 무동꾼 위에 한삼을 낀 무동이 올라가 춤을 추는 마당으로, 인간의 신체 크기 그 이상을 표현하여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광대북놀음에서는 북광대탈과 북채, 무동놀음에서는 무동이 입는 복식과 귀주머니를 전시하였다.

 

2부 청단놀음의 역사
청단놀음은 일제강점기에 전승이 중단되었다가 1936년 예천 경찰서 낙성식을 기념하는 행사로 한차례 재현되었다. 이후 1976년 보성초등학교 교사 강원희에 의해 발굴되어 1978년 학계에 소개되었고, 1981년·1987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공보부장관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내었다. 이후 청단놀음의 문화재 지정이 추진되었으나 원형原型을 잃은 탈춤이라는 학계의 의견으로 오랜 기간 여러 차례 문화재 지정에 실패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학술연구와 청단놀음보존회의 노력으로 2017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22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전시 2부에서는 이러한 청단놀음의 역사와 변화상을 아카이브형 전시를 통해 알기 쉽게 표현하였다. <주술적 의례와 상업적 엔터테인먼트 사이에서>는 청단놀음의 유래와 신문기사, 1936년 공연장 평면도 등을 소개하였다. <문화재라는 인식과 제도 속에서>는 1978~1979년, 1981년, 1987년, 2002년, 2017년, 2022년으로 나누어 강원희의 조사테이프, 연습일기를 비롯해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공연영상,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탈과 소품, 문화재 지정 신청서, 무형문화재 보유단체 인정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보호협약서 등 다양한 자료들을 전시하였다.

 

에필로그 : 청단놀음의 계승과 미래
청단놀음은 1976년 발굴 이후 42년이 지난 2017년에서야 비로소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누구보다 큰 기여를 한 것은 무관심 속에서도 꾸준히 연습과 공연을 이어온 청단놀음보존회사람들이다. 에필로그에서는 청단놀음보존회 사람들의 사진과 인터뷰 영상을 선보이고 청단놀음의 전통과 미래를 고민하고 이어 온 예천사람들의 이야기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공동기획전을 통해 청단놀음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꾸준한 전승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탈춤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글 | 허선미_예천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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