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이 전하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장인의 《매듭》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는 2023.9.5.~2023.11.6.까지 이부자 기증특별전 《매듭》이 펼쳐지고 있다. 기증자 이부자 선생은 인생의 중반부인 1980년대 초 우연히 국가무형문화재 매듭장 故김희진을 만나 매듭과 인연을 시작했다. 이후 수년간에 걸쳐 매듭의 대표적인 작품인 노리개를 비롯해 주머니, 목걸이, 보자기 등 다양한 작품이 이부자 선생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현재 2023년 가을, 우리 전통매듭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이부자 선생의 매듭 인생과 매듭의 다채로운 매력이 공존하는 현장을 만나보도록 하자.
빛나는 조연, 매듭
매듭은 끈을 엮어서 만드는 기법과 그 모양을 의미하며, 생활용품에서부터 의례용품까지 널리 사용되어왔다. 역사가 고구려까지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으나 매듭공예는 그 과정이 쉽지 않고 향유하는 계층이 한정적인 면이 있어 널리 알려지지는 못하였다. 어쨌든 전통매듭은 서양 매듭과는 차별화되어 전승되었으며, 주로 어떤 대상을 연결하여 장식하는 부속 역할을 함으로써 주인공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한껏 높여주는 빛나는 조연이었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다양한 형태의 매듭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의 매듭은 자연을 본뜬 형태가 많아 직관적으로 매듭의 이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전시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역시 형형색색 노리개가 전시되어 있는 포켓공간이다. 곡선의 형태와 어두운 조명을 활용한 전시 구성 방식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전시품 본연의 화려한 색감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정성을 맺는 손길, 매듭장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매듭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인인 ‘매듭장’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가장 눈길을 끈 흥미로운 부분은 조선시대 왕실의 매듭장은 주로 ‘남성’이었다는 것이다. 근대화 이후 끈을 만드는 장인인 ‘다회장’을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수작업만이 가능한 매듭 기술이 소수의 장인에게로 계승됐다. 1968년 매듭장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1970년대 이후 여성들 사이에서 규방공예를 배우는 것이 유행하면서 현재까지 전통 매듭공예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실 내부에는 매듭의 기본 재료인 다회매듭에 사용되는 끈를 짜는 ‘다회틀’를 비롯해 매듭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다양한 도구를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전시실 벽면에는 매듭을 맺는 과정을 쉽게 설명한 글이 배치되어 있다. 이를 통해 처음 접한 매듭 기계와 도구들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 매듭人(인)’을 주제로 한 공간을 통해 매듭을 맺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맺으며 이어온 장인 인생, 이부자
전시실에 배치된 이부자 선생의 말과 노트를 통해 매듭에 담긴 노고와 애정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전시실 영상에서 만난 이부자 선생의 메시지 중 매듭을 ‘귀중한 보석’이라고 표현한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물품들의 전시 영상을 통해 이부자 선생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꼭 들어보기를 바란다. 전시실의 중간과 끝에는 매듭을 활용한 체험 공간이 있다. 매듭장의 영상을 시청하면서 매듭을 짜는 도구를 체험해 보고, 다양한 형태의 매듭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이러한 체험 공간을 통해 매듭을 한층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다.
시대는 다르지만 오늘날에도 매듭은 여전히 아름다움과 매력을 간직한 채 전승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맺어주고 있는 ‘매듭’.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이부자 기증특별전 《매듭》을 통해 만나보기 바란다.
글 | 황정현_제11기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박물관 틴즈
민속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아라
기후 위기로 온몸에 한낮의 뜨거움이 느껴지던 지난 8월, 청소년 여름 방학 교육 <박물관 틴즈-민속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아라>가 진행되었다. 이번 교육은 4일 연속 진행된 심화 교육으로 우리의 하루, 우리의 주변, 우리의 일 년을 살펴보고 ‘기후 위기’를 우리에서 우리 주변 이야기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에서 박물관의 정의에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가하였다. 이는 박물관 교육의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의미하기도 한다. 교육을 운영하는 강사 입장에서 이전의 박물관 교육이 문화의 다양성을 고루 경험하고 펼칠 수 있는 영역으로 확대해 갔다면, 지금은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생명의 다양성과 공생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교육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갈 삶의 연결고리’라는 민속의 다원적 시각을 통해 삶의 주체자인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관점을 표현해 보는 시간이었다. 여름방학 동안 함께 고심하여 작성한 <기후 위기 대처 안내서>가 기후 위기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이번 교육을 접한 청소년들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길 바란다.
글 | 유지현_국립민속박물관 교육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