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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3

‘남양주 16세기 여성 묘 출토 복식’,
민속문화재로서의 가치와 의미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남양주 별내 출토 복식 유물 10건 10점이 2023년 7월 27일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 예고되었다. 16세기 여성 묘 출토 유물은 2008년 11월 남양주 별내면 화접리 일원의 대규모 국민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택지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4-1지점에서 발굴되었다. 2009년 발굴을 담당했던 한백문화재연구원과 협의를 통해 일부 유물을 기탁받았고, 2011년 11월 전시 ‘남양주 별내, 그 땅에서 나온 복식그림1,2’과 12월 “남양주 별내 조선시대 회묘 발굴성과 학술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전시와 학술대회를 통해 ‘직금사자흉배 운문단 접음단 치마민속77384그림3’ 등의 민속문화재가 복식 전문가들에게 소개되고 20여 년이 흐른 2023년 현재 국가민속문화재 지정을 앞두게 되었다.

 

민속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 제2조 제1항 4에 의거하여 “의식주, 생업, 신앙, 연중행사 등에 관한 풍속이나 관습에 사용되는 의복, 기구, 가옥 등으로서 국민 생활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정의된다. 그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하게 된다. 현재까지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가민속문화재로는 ‘산청 전주최씨 고령댁 상여’, ‘장영직 유품’, ‘경산 정원용 의대 유품’, ‘변수 묘 출토 유물’이 있다. ‘남양주 16세기 여성 묘 출토 복식’이 지정되면 다섯 번째 국가민속문화재가 된다.

지정 예고된 민속문화재는 피장자의 신분이 명확하지 않은 분묘에서 출토된 복식들로 회격묘 안에서 발견되었다. 회곽묘灰槨墓1)는 회격묘灰隔墓로도 불리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묘제로,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목곽과 목관을 넣고 그 외부에 석회층을 형성하였다. 이렇게 석회를 바른 묘는 벌레조차도 들어갈 수 없어 미라와 복식 유물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남양주 별내면 화접리 일원 4-1지점 6호 묘의 경우 발굴될 당시 회곽묘 안에 미라와 복식을 포함한 유물 52건 71점이 남아 있었다. 명기明器 등을 제외한 복식류는 수의류가 14점, 소렴류 10점, 대렴류 9점, 보공류 11점, 치관제구류 15점으로 확인되었다. 그중 습의襲衣로 착용한 장삼長衫과 대대大帶, 모시로 만든 전단후장형前短後長形 치마, 소렴小殮으로 사용된 누비저고리, 대렴大殮으로는 직금사자흉배織金獅子胸褙 운문단 접음단 치마와 접음단 치마, 마지막으로 보공補空으로 넣은 장옷, 누비저고리, 장한삼長汗衫 10점이 지정 예고되었다.

조선시대 전기 복식과 장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출토 복식은 지정 예고된 수량은 적지만 여러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인식되고 있다. 먼저 습의襲衣로 피장자가 착용하고 있던 장삼과 대대를 살펴보면, 조선 전기 5품 이하 여성들의 예복으로 지금까지 펼친 깃 형태의 장삼이 대부분 출토되었다. 남양주 출토 장삼그림4은 곧은 깃 장삼으로, 펼친 깃이 아닌 매우 드문 형태로 깃머리 아래에 주름이 잡힌 형태를 통해 16세기 복식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곧은 깃 장삼의 경우 5품 이하 여성의 예복으로 혼례와 장례 시 모두 착용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보인다.

그림4 곧은 깃 장삼
그림5 전단후장형 치마

지정 예고된 복식 중 3벌의 치마가 포함되어 있다. 직금사자흉배 운문단 접음단 치마의 경우 단령이나 원삼 등에 보이는 흉배가 치마에 사용된 사례로 조선 전기 사자흉배의 실물을 확인한 최초의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치마에 사용된 직물은 관복에 자주 사용되는 운문단 바탕에 금실로 사자 모양의 흉배를 짠 형태로 실록에서 명나라에서 하사된 물품에 나타나기도 하였다. 사자흉배는 명나라에서 무관 1, 2품이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흉배와 함께 직조된 옷감으로 단령이나 저고리 등에 사용된 경우는 있었으나, 하의인 치마에 사용된 것은 극히 드물다. 이외에도 앞은 짧고 뒤는 긴 전단후장형 치마인 16폭 모시 치마는 6번째와 11번째 폭의 허리 말기와 만나는 부분을 접어 구멍을 만든 경우이다. 이 구멍으로 허리끈을 교차시켜 나오도록 한 것인지 연구가 필요하지만, 치마 상단에 다트를 만들거나 접어 바느질을 한 기존의 전단후장형 치마와는 다른 형태이다. 솜을 넣어 만든 접음단 치마그림6의 경우도 허리 말기에 마치 누빈 것처럼 가로로 바느질하였다. 이번에 지정된 치마 외에서도 다양한 형태를 보여 16세기 치마 연구에 중요한 유물들로 보인다.

 

상의류로는 저고리 3점과 장한삼이 1점, 장옷 1점이 있는데, 저고리 3점은 모두 누비 바느질이 되어 있다. 누비저고리 중 소렴에 사용된 저고리는 0.3~0.5cm 간격의 매우 고운 누비로 깃, 섶, 도련과 수구선, 무 트임 부분에 다른 색의 옷감을 덧대어 장식하였다.그림7 저고리 중 보공으로 들어간 남자 저고리 중 앞은 길고 뒤는 짧은 전장후단형前長後短形 저고리가 있는데, 앞에서 보면 긴 저고리로 보이지만, 펼친 모습그림8을 보면 앞의 길이가 85.5cm인데 비해 뒤는 57.5cm로 거의 30cm 정도 차이가 난다. 모시로 만든 한삼그림9은 조선 전기 장저고리처럼 그 길이가 82.5cm로 매우 길어 『의인왕후빈전혼전도감의궤懿仁王后殯殿魂殿都監儀軌』에 기록된 장한삼長汗衫으로 추정된다.

남양주 별내면 화접리 4-1지점 여성 분묘에서 출토된 명정銘旌을 적외선 촬영하여 ‘숙…파’라는 두 글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글자를 통해 피장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나온 복식들로 16세기 복식을 규정짓는 것 역시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문헌 속 곧은 깃 장삼과 직금사자흉배의 실물, 새로운 구성법을 선보이는 전단후장형 치마를 통해 16세기 복식을 연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1) 회곽묘와 회격묘를 목곽의 유무, 제작 시기 등에 의해 구별하기도 하나 이 글에서는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였다.


글 | 이수현_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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