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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소장한

신과 조상에 대한 기원을 담은
네팔의 전통 힌두 혼례 민속자료

21세기는 동서양 여러 나라의 문화적 접촉과 활발한 인적교류를 통해 다종족·다문화적 특성을 지닌 세계로 나아 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아시아 문화권의 민속문화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유·무형자료를 축적함으로써, 향후 다종족·다문화적 특성을 담은 세계 민속문화의 다각적 지식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네팔의 혼례문화 연구는 2011년, 현지조사와 자료수집 그리고 특별전시 기획과 연계하여 추진한 학술조사이다. 네팔에는 100여 개 이상의 다양한 종족과 카스트 그룹이 거주하고 있으며, 종교적으로 힌두문화와 불교문화 등이 혼합된 양상을 띠고 있다. 네팔의 문화에는 의례 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종교적 세계관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네팔의 혼례에서도 의식주 및 놀이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내재해 있을 뿐만 아니라, 신과 조상에게 기원하는 의식이 혼례 과정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힌두 전통에 따르면 아스럼Asharm이라 불리는 인생의 네 가지 단계가 있다. 최초의 아스럼은 교육을 받는 단계인 브럼허차르여Brahmacharya, 두 번째는 결혼을 통해 가족을 형성하는 단계인 그리허스터Grihastha이고, 세 번째는 금욕을 수행하는 단계인 반프러스터Banaprastha, 마지막 단계로 모든 물질적 욕망을 떠나는 단계인 선야스Sannyas가 있다. 네팔인에게 있어서 혼례는 그리허스터 아스럼의 단계에 진입하게 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 이유는 개인이 수행해야 할 다양한 사회적 의무와 책임이 그리허스터 아스럼 단계 이후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생명이 있는 존재들에게 음식을 주거나, 조상을 위한 다양한 의례를 거행하거나, 종교적 실천을 수행하는 등의 책무는 네팔인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혼례는 힌두 전통에 의해 부과되는 모든 사회적·영적 의무를 수행할 단계에 개개인이 도달하게 되는 중요한 통과의례이다. 많은 힌두 경전이 혼례를 치르지 않고는 개인이 하늘에 이르는 높은 단계에 도달할 수 없다고 단언하며 결혼Bibaha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힌두 전통을 따르는 브라만 계층의 일부는 사회적 위계질서를 규정하는 카스트 제도의 엄격한 규칙들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집 안에 신상과 경전을 보관하는 사당을 두고 일상적으로 매일 정결하게 목욕을 하고 만트라Mantra나 힌두교 경전을 낭송한다. 대부분의 브라만들은 힌두교 신앙 체계 속에서 시바Siva, 비슈누Vishnu, 가네샤Ganesha, 락슈미Lakshimi, 사라스바티Saraswoti와 같은 신을 섬긴다. 브라만들이 행하는 중요한 통과의례로는 브러터번더Bratabandha 의례, 혼례 그리고 장례가 있다. 브러터번더는 브라만과 체트리 카스트 그룹의 성인식에 해당하는 중요한 통과의례이다. 대개 남자아이가 7세 이상이 되면 브러터번더 의식을 치르게 된다. 브러터번더 의식을 거친 이후에 비로소 사원에 출입할 수 있으며, 마을 공동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브러터번더 의식을 행하지 않고는 결혼할 수도 없다.

네팔 현지조사를 진행한 브라만 카스트의 혼례 사례는 전통 힌두 혼례 과정을 따르고 있다. 먼저 결혼 대상자를 정하는 비바하 니스치트 거르네Bibaha Nischit Garne 과정을 거친다. 이는 가족 구성원들에 의해 진행되지만. 당사자들이 서로를 만나 본 이후 서로 마음에 들어야 완전히 결정된다. 이후에는 신랑의 부모가 신부에게 선물할 장신구와 옷 등 혼례품을 구입하는 킨멜Kinmel 과정이 있다. 다음으로 결혼 전 의례로 푸르방가Purbanga 의식을 진행한다. 푸르방가는 힌두 신과 조상에게 신랑이 혼인하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이 절차에는 마트리카 푸자Matrika Pooja, 난여무키 스라다Nannyamukhi Sradhha, 그리허 푸자Graha Pooja가 진행된다. 마트리카 푸자는 소똥으로 빚어진 조그마한 덩어리로 표현되는 여신을 위한 의례로 신랑과 신부에 의해 진행된다. 난여무키 스라다는 신랑 신부의 아버지가 조상들에게 공양하는 의례로, 조상들이 만족해서 혼례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허 푸자 또한 12개의 천상의 행성들이 혼례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신랑이 진행한다.

혼례 당일에는 신랑집에서 신부의 집으로 향하는 행렬이 이어지는데, 이를 전티 퍼르스탄Janti Prasthan이라고 한다. 전티는 ‘결혼 행렬’을 가리키는 말이며, 퍼르스탄은 ‘신부의 집으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진행된 브라만 혼례사례에서는 신랑이 탄 승용차와 악대, 그리고 신랑 측 하객이 뒤를 따르는 행렬이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신랑 측 행렬이 결혼식장에 도착하면 저너이 수파리Janai Supari를 행한다. 이는 신부 아버지가 신랑에게 티카Tika, 이마에 찍는 붉은 점를 하고 선물을 주는 일종의 약혼식이다. 이어서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음식을 보내는 사히파타Saipata가 진행된다. 그리고 신랑과 신부는 브라만 사제가 만트라를 낭송하는 동안 장신구와 화환을 주고받는 소염버르Swoyambar 의례를 진행하고, 등잔Deep·물병Kalasha·복을 주는 신인 가네샤신Ganesha에게 제의를 행한다. 이어서 신부 가족이 신랑 행렬을 환영하는 전티 퍼르서네Janti Parsane 의례, 신랑을 맞이하기 위한 버러니Barani 의례가 진행된다.

선커(Shanka, 소라나팔)와 컬러스(Kalasha, 물병) | 길이 8~14.5x너비 4.5~8.5 높이 16.8x너비 16.7 | 신부를 건네는 컨야단 의례에서 컬러스(성수가 담긴 물병)의 물을 선커(소라나팔)를 통해 신부 손에서 신랑 손으로 떨어지게 한다.
타울러(Taulo, 대야) | 높이 23.5x너비 56 | 고다 두네(Goda Dhune, 발 씻어 주기)와 컨야단(Kannya Dan, 신부 건네기) 의례를 할 때 사용한다.

신랑 행렬과 신랑을 맞이하기 위한 의례를 한 후, 신랑과 신부의 발을 씻어주는 고다두네Goda Dhune 절차가 진행된다. 커다란 구리대야를 신랑 신부의 발아래 두고 발을 씻는데, 이때 신부의 가족들이 소액의 축하금을 건넨다. 고다두네 이후에는 러건가토Lagan Gatho 의례를 진행한다. 하얀 천에 돈과 물품을 넣고 매듭을 지어서 신랑과 신부의 어깨에 걸쳐 두는데, 이는 신랑과 신부가 평생토록 헤어지지 말도록 흰 천으로 신랑 신부를 매어 주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신부의 부모가 신부의 손을 신랑 손으로 건네는 컨야단Kannya Dan 의례를 행한다. ‘컨야’라는 말은 ‘딸’을 의미하며, ‘단’은 ‘주다’라는 뜻이다. 힌두 전통의 결혼식에서는 매우 중요한 절차로 여겨진다. 신부 아버지가 오른손으로 신부 손을 잡고 왼손으로 선커Shanka, 소라나팔를 잡아 신랑 손 위로 올리면, 신부 어머니가 선커로 물을 부어 물이 선커를 통해 신부 손에서 신랑 손으로 떨어지게 한다. 신부와 신랑 각 집의 조상 3대의 이름이 낭송되고, 이때부터 신부의 성은 신랑의 성으로 바뀐다. 컨야단 의례 이후 신부는 신랑측이 가져온 옷과 장신구로 갈아입고, 첫 의식으로 불의 신에게 드리는 공양을 거행한다. 새로운 부부는 여러 신과 여신들에게 푸자Pooja를 올리는데, 이를 여겨 홈Yagya Homa이라 한다.

혼례의식용구 | 높이 23.5~46x지름16.5~30 | 혼례의식에 사용하는 의식용구로 파티(Phati, 되), 가그리(Gagri, 큰물통)와 푸자 탈(Pooja Thal, 제의용 접시), 탈(Thal, 접시)이다.
벗티(Bhati, 등잔)와 건티(Ghanti, 종) | 높이 14x지름 5, 높이 15x지름 6 | 기원을 할 때 사용하는 의식용구이다.

다음으로 양가 부모가 서로에게 티카를 하고 선물을 주는 섬디베트Samdhi Bhet를 한 후, 신랑집으로 떠나는 신부에게 작별을 고하는 둘러히 비다이Dulahi Bidai를 진행한다. 신부 어머니가 신랑과 신부에게 티카를 하고, 신부를 잘 보살펴 주기를 당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랑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부부는 근처의 사원과 신전을 방문해서 여러 신에게 기원하는 먼디르 더르선Mandir Darshan 의식을 한다. 새로운 부부가 신랑집에 도착하게 되면, 신랑 어머니가 집 문 앞에서 신부를 환영하며 이마에 티카를 하고 등으로 빛을 비추어 집 안으로 인도하는 둘러히 비트랴우네Dulahi Bhitraune를 진행한다. 신부는 집으로 들어가면서 일곱개의 쌀 무더기를 밟으며 들어가는 서프타 퍼디Sapta Padi 의식을 행한다. 네팔 사람들은 친구 간의 우정도 그 친밀한 정도에 따라 7단계가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 절차는 부부 사이의 가까움을 나타낸다. 또한 7단계는 인생에서 거쳐야 할 여러 단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신부가 집안으로 들어 오면, 신랑측의 모든 가족들이 신부를 만나는 무크헤르네Mukh Herne절차를 진행한다. 이 때 신랑 가족들이 신부의 이마에 티카를 하고 선물을 준다. 이후에 신랑 어머니와 신부가 부엌에서 두 사람의 머리단을 하나로 합치는 출토 조라우네Chultho Joraune 의례를 행한다. 이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가 불편함 없이 가까워야 함을 뜻한다.
신랑과 신부는 결혼 후 4일 이전까지 신랑의 집안신에게 제의를 행하는데, 이를 처투르티 푸자Chaturthi Pooja라 한다. 또 결혼 후 16일 이전에 서로 형제 같은 사이가 되어 함께 먹고 산다는 의미로 행하는 섯트야 나라얀 푸자Satya Narayan Pooja가 있다. 신혼 부부가 처투르티 및 서트야 나라얀 푸자를 마친 후에 신붓집을 방문하는 것을 두란Duran 이라고 한다. 현대에는 간소화되어 결혼식이 끝난 후 신랑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에 신부집을 방문한다.

여겨 홈(Yagya Homa, 불신 제의)

결혼식 후 마지막 단계로 신랑집에서 결혼 축하 파티를 개최한다. 신랑측이 초대장을 모든 친척, 친구, 이웃에게 발송한다. 이를 비바하 보즈Bibaha Bhoj라고 한다. 혼례과정 자체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결혼식의 일부로 인식한다.

네팔의 전통 힌두 혼례 과정에는 혼례 전 의식, 혼례 당일 의식, 혼례 후 의식 등 혼례 전반에 신과 조상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다. 이는 가족과 조상, 그리고 힌두 신과 함께하는 네팔 사람들의 종교적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점은 한국의 전통 혼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비록 혼례의 형식과 절차가 문화적 전통에 따라 서로 다르지만, 두 가족의 결합 과정 속에 드러나는 보편적인 소망과 그 의미는 유사함을 찾아볼 수 있다.


글 | 장상교_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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