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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수장형 전시
《반짝반짝 빛나는》

국립민속박물관은 2023년 5월 19일(금)부터 2023년 8월 27일(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열린 수장고에서 ‘자개’를 주제로 한 《반짝반짝 빛나는》 전시를 개최한다. 전시 공간으로 거듭난 수장고에서 펼쳐지는 세 번째 수장형 전시로, 자개를 다루는 장인과 공예작가 8명의 작품,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나전칠기 등 140여 점이 소개된다. ‘실용과 장식-재주와 솜씨-기억의 공유’를 주제로, 조선시대부터 근대 나전칠기, 가구 등 90여 점과 함께 전통을 잇는 명장과 공예작가들의 인고의 시간이 축적되어 더욱 영롱한 빛을 발하는 작품 50여 점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조선시대의 나전칠기들이 멋지다는 것은
얼른 보면 수다스럽고 화려한 그 장식 의장 속에도
우리의 조촐한 생활감정이 어려 통일과 조화의 아름다움이 근사하게 틀 잡혀 있기 때문이다.
아롱지는 자개 빛의 변화 있는 고움….”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중에서

섬세한 손길로 피어난 반짝반짝 빛을 품은 자개

나전은螺甸者
전복의 껍데기에서 거친 껍데기를 제거하고取鮑甲 去麁皮
갈아서 가는 띠를 만들어磨作細條
칠기 위에 장식하여飾於漆器上
글이나 그림, 사물의 형상을 만드는 것인데成書畫物象
무지갯빛이 현란하다虹光眴爛
우리나라 민간에서는 이를 자개라고 일컫는다. 我東俗稱紫蓋
-이규경,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중에서

나전螺鈿은 전복이나 소라 등의 껍데기를 가공한 자개를 활용해 문양을 만들고 물건 표면에 붙이거나 박아 넣어 장식하는 칠기의 장식 기법을 말한다. 이러한 나전을 장식하는 작업을 ‘자개박이’ 혹은 ‘자개 박는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나전’과 옻칠을 한 기물인 ‘칠기’를 이르는 고려시대 대표 공예품 나전칠기螺鈿漆器는 세밀하고 깊은 아름다움으로 오랜 시간 귀하게 여겨지고 사랑받아 왔다.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로 이어지며 점차 사용계층이 왕실과 사대부에서 민간으로도 확대되고 기물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영롱한 빛을 품은 자개 장식은 물건을 담는 함이나 가구 외에도 소반과 베갯모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반짝임을 더해 온 것이다.

 

실용과 장식
‘실용과 장식’에서 소개되는 소장품은 물건을 담는 상자인, 다양한 형태의 ‘함’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조선미술품제작소1922~1936 나전부 소속 장인 김영주金榮柱,1906~1987가 본인의 혼례용으로 만든 ‘자개 장생무늬 혼수함’인데, 해와 달, 소나무, 대나무, 사슴, 학 등 장수를 바라는 문양들을 그림처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나전칠기의 본고장인 통영에서 활동한 송방웅宋芳雄,1940~2020 장인이 제작한 ‘자개 원앙무늬 보석함’, 서류나 편지를 담는 상자로 표면에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포도무늬를 장식한 ‘자개 포도무늬 서류함’ 등도 소개된다. 조선시대 함의 형태를 따라 틀을 만들고 삼각형의 색패를 상하 반전으로 장식한 석문진 작가의 ‘나전의 시작’이라는 작품은 자개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실용적 의미에서 함의 형태를 잘 보여준다. 또한 우리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었던 빗접, 베갯모, 팔걸이, 소반 등에서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동물들과 물고기, 부유하고 귀하다는 의미의 모란무늬 등 다채로운 문양이 돋보이는 소장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특산물로 인기를 끌며 나전칠기를 전문으로 만들고 판매하던 곳들인 이왕가미술품제작소1910~1922나 해시상회海市商會의 나전칠기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나전의 시작 | 석문진作
결-심현 | 김덕용作

재주와 솜씨
‘재주와 솜씨’에서는 8명의 참여 작가의 작품이 주로 소개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장 손대현 장인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1호 옻칠장의 ‘나전 건칠 달항아리’는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달처럼 전시 공간의 중심에서 마주하게 되는데, 실처럼 가늘게 자른 자개를 다듬어 붙이는 끊음질을 이용하여 보름달처럼 둥근 면까지 정교하게 자개로 장식한 작품이다. 김덕용 작가의 ‘결-심현’은 어두운 푸른빛 배경에 반짝이는 자개 선을 동심원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나뭇결을 따라 이어 붙인 자개 조각이 영롱한 빛을 발하며 별의 궤적을 보여준다. 숲의 근원인 나무와 바다에서 온 자개의 조화로움으로 한국의 미를 표현하였다. 두 작품은 반짝이는 자개가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보듯 마음의 여유와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이와 더불어 현대적 감성으로 가구부터 회화와 오브제에 자개로 빛을 새기는 류지안 작가의 ‘OBLIQUE_H01’, 2022 KCDF 공예·디자인 공모 전시 개인 작가 부분에 선정된 석문진 작가가 2차원의 폴더를 3차원의 함으로 재해석한 ‘폴더를 열다’, 1970~1980년대에 유행한 자개장을 꾸민 장식들에서 시대적인 조형성과 해학이 담긴 자개 문양을 수집해 복원·재구성한 남미혜 작가의 ‘무늬예찬’, 자개로 파도의 일렁임을 표현하여 차갑고 단단한 금속 기물에 생명력을 더한 김현주 작가의 ‘Draw a Circle Series’, 전통적인 소재인 자개에 레진을 접목해 현대적인 색감과 표현을 더한 장혜경 작가의 ‘자개트레이’, 전통악기의 울림통 원리를 이용한 목공예품에 자개를 더해 심미성을 높인 양성오 작가의 ‘올림 YN01’ 등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48점의 작품은 과거와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예 작품들로, 나전칠기의 오랜 전통과 가치를 이어 다양한 소재와 유형, 색감으로 전통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자개의 본성이나 물성 모두 빛이에요.
인공으로 만드는 빛이 아닌 자연이 만드는 빛”
“시간의 흐름을 품고 있는 자개는 과거부터 현재를
다 보여주는 소재”
-류지안

“나전칠기는 영롱한 무지갯빛을 뿜어내는 나전과 검지만 광택이 나는 칠기의 우아한 성질을 모두 지닌 것이 매력이다.”
-손대현

“나전칠기는 알게 모르게 작가들의 손에 의해 조금씩
변모해 왔고 전통은 현대와 만나야 쓰임새를 얻게 된다.”
-석문진

추억 속 자개장

그 많던 자개장은 어디로 갔을까
화려한 장식으로 반짝거리던 자개장은 이제는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종종 마주하게 되었지만 1970년대부터 1980년까지 혼수품으로 크게 유행하며 많은 이들의 안방에 자리했었다. 어릴 적 나의 외할머니댁에도 커다란 자개장롱이 하나 있었다. 할머니의 손때 묻은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던 자개장롱은 사촌 동생과 내겐 숨바꼭질을 하던 놀이터였고, 이제는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물건이 되었다. 가정집 혼수 필수품으로 많은 이들에게 꿈의 물건이었던 자개장은 점차 생활공간이 바뀌고 가구의 유행도 변화하면서 우리 곁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그때 그 시절 자개장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비슷하게, 어쩌면 새롭게,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전시장 마지막 부분에 자개장을 모아 아카이브 공간을 조성하였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숨어 어렴풋이 남아 있는 자개장에 얽힌 에피소드와 자개장 앞 추억의 사진을 보며 그때 그 시절, 추억의 한때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산시 중구 좌천동은 가구거리로 유명했다. 본인 이름을 걸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그중에 자개장 한 분을 알고 있었다. 1982년 내가 결혼을 할 때 그분에게 20평 아파트 안방에 들어갈 수 있는 자개장롱, 삼층장, 문갑, 화장대를 세트로 주문했고 그게 나의 혼수품이었다.
-김선정(서울시 마포구 60대)

나는 어릴 적 반짝반짝 영롱하게 빛나는 자개의 빛깔이 참 좋았다. 보석 같았달까? 그래서 할머니 댁에 가면 반짝이는 자개장 앞에서 한참을 놀았던 기억이 난다. 자개장에 새겨진 사슴, 거북, 소나무 같은 문양을 가지고 상상력을 뽐내며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 할머니께 들려드리면, 할머니께선 늘 재미있게 들어주시며 장롱 속에서 맛있는 사탕 같은 것을 꺼내주시곤 하셨다.
-김유선(서울시 강남구 40대)

전시장 전경

개방×공유×활용: 수장고에서 펼쳐진 <수장형 전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박물관의 지식과 정보를 개방하고 ‘어디서든’ 공유하고 ‘누구나’ 활용하는 개방형 수장고의 가치 실현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개방된 수장고는 전시 공간이 되어 ‘수장형 전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유물을 공개하고, 공간의 제약을 넘어 유물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 활용하는 가치를 구현한다. 그동안 ‘보관’이 중심이었던 수장고 공간은 수장형 전시를 통해 ‘개방’의 의미를 더욱 확장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전은 현대 공예작가들의 전통에 대한 재해석의 시각과 활용의 가치를 보여주는 수장형 전시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다양한 민속자료가 활용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전시 기간 중 작품과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전문 해설 프로그램이 매일화~일요일 4회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전시 공간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빛을 품은 전시품들을 마주하며 우리 일상을 반짝이게 했던 옛 물건에 장식된 ‘자개’의 가치를 되새기고 눈도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글 | 황경선_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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