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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3

수장고에서 만나는 우리 민속놀이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우리놀이터>

국립민속박물관의 개방형 수장고인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 새로운 공간이 조성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추진해 온 <우리놀이터>로 전주 한옥마을, 고양 어린이박물관, 경주 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공연장, 양주 회암사지박물관에 이어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개방형수장고 파주에 만들어진 전통놀이 체험장이다. <우리놀이터>에서 다루는 놀이 콘텐츠는 바로 전통놀이로, 다시 말해 민속놀이다. 민속의 민은 백성을 뜻하고 속은 풍속이라는 뜻이 있으니 민속놀이는 우리 선조들로부터 생활 속에서 즐겨오던 놀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전통놀이 체험장과 국립민속박물관의 만남은 환상의 콤비라 아니할 수 없겠다. 특히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수장고로서 놀이와 관련한 유물과 자료들도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또 열린수장고라는 개념으로 설계 시부터 대중의 개방과 공유를 전제로 하였으니 이런 열린 수장고의 취지를 확장하여 민속놀이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장이 마련된 것은 고무적이다. 이미 개관부터 지역민의 뜨거운 반응이 이를 반증하는 것 같기도 하다. 주말이면 삼삼오오 가족 관람객이 찾아 단란한 놀이시간을 보내는 흐뭇한 광경과 함께 디지로그로 체험하는 팽이마당은 대기라인이 생겼을 정도다. 또, 한 번 다녀가신 분들이 친구와 가족을 동반하여 재방문하는 모습도 왕왕 목격하게 되니 그간 이런 놀이 공간에 모두가 목말랐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놀이터>의 대상을 어린이로 한정하지 않고, 가족 연인 친구 등 다양한 유형의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개방형수장고’라는 장소와 ‘열린운영’이라는 프로그램이 만난 방문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어릴 때 잘 놀았던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이를 아셨을까…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우리놀이터에 마련된 놀잇감 전시 코너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생활 속에서 기지와 해학이 넘치는 이렇게나 다양한 놀이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새삼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전통놀이는 여가를 흥겹고 유쾌하게 보내는 삶의 지혜이며 나아가서 단순한 놀이 이상의 민족 정서를 반영하고 문화유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싯적 많이 해보아 익숙한 것도 있지만 이름부터 낯설고 생소한 것도 있다. 전통놀이지만 대중적 전승이 되지 않아 지금은 생경해진 탓이다. 이 지점에서 민속박물관의 역할이 빛을 발하겠다. 그렇다면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서 만날 수 있는 전통놀이1) 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산가지 놀이

산가지 놀이 | Sangaji Nori
산가지는 대나무나 나무, 뼈 등을 젓가락처럼 만들어 수를 셈할 때 쓰는 막대기라고 하는데 이것이 놀이도구로도 활용되었다. 보드게임의 젠가처럼 얼기설기 겹쳐놓고 나머지 산가지를 건드리지 않고 하나씩 떼어내는 게임을 한다던 지 가운데 산가지를 쌓아놓고 윷을 던져 나온 수만큼 산가지를 가져가서 제일 많이 차지하는가를 겨룬다던 지 성냥개비 놀이처럼 산가지로 여러 조형물을 만들고 또 이를 이동하여 새로운 조형물을 만드는 놀이가 가능하니 참으로 창의적 놀이도구이다.

고누

고누 | Gonu Nori
고누는 고려시대부터 널리 즐겨온 말놀이로 우리에게 익숙한 오목이나 바둑놀이와 비슷하다. 말을 움직여 상대의 말이 움직이지 못하게 길을 막거나 상대의 말을 먼저 따내면 이긴다. 땅바닥이나 종이 위에 말밭을 그려 놀이를 하였다하니 장소와 도구의 제약 없이도 즐긴 시대를 앞서간 친환경 놀이라 하겠다. 그러다 보니 체스나 바둑처럼 유형의 도구가 남지 않아서 현대에 전승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놀이터에 비치된 놀잇감에서는 15종의 고누 말밭이 담겨있어 다양하게 고누를 즐길 수 있다.

남승도

남승도 | Namseungdo
승람도라고도 부르는 남승도는 ‘명승지를 여행하는 도표’라는 뜻으로 마치 현대의 대표적 보드게임인 부르마블처럼 판 위에서 주사위를 던져 8도 명승지를 유람하는 게임이다. 놀이판 중앙에 ‘한양’이 있고 그 둘레로 전국 팔도의 명승지가 펼쳐진다, 한양에서 출발해 전국을 한 바퀴 돌고 한양으로 먼저 돌아오면 이기는 게임으로 시인 한량 미인 승려 농부 어부 등의 신분을 정하고 해당 말을 갖고 놀이를 시작한다. 신분에 따라 특정 칸에서 특혜를 받거나 제약을 받기도 하고 노래를 한다던 지 시조를 읊는다던 지 깨알같이 재미난 규칙들도 적용된다. 조선시대 사회, 문화상을 놀이를 통해서 즐겁게 체험하는 경험도 더불어 갖게 하는 매력이 있다.

실뜨기

실뜨기 | Siltteugi
실뜨기는 실이나 노끈의 양 끝을 묶어 두 손에 걸고 양쪽 손가락으로 실을 떠서 여러 모양을 만드는 놀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참으로 많이 했던 놀이이고 실만 있으면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놀이인데 생활환경이 변화하다 보니 요즘 어린이들도 이 실뜨기를 많이 하는지 궁금해진다. 성장기 어린이는 손의 감각발달이 소근육과 두뇌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잼잼 같은 전통 제스처가 삶의 지혜가 담긴 과학이라는 이야기를 어느 수업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와 연계해서도 이런 전통놀이는 참으로 지혜롭다 느껴진다.

공기놀이 | Gonggi Nori
작은 돌 다섯 개 또는 여섯 개를 바닥에 던져 놓고 규칙에 따라 집고 받는 놀이로 고무줄놀이와 함께 대표적인 여자아이들의 놀이다.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해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말 많이 했던 놀이였다. 옆의 돌을 건드리지 않고 공깃돌을 재빠르게 집어야 하는 놀이규칙은 섬세하고 날쎈 동작을 익히고 또 수에 대한 개념을 키우는 데도 유용하다. 단순한 놀이지만 이 안에 교육과 성장이라는 숨은 가치도 담겨있었음을 새삼 생각하고 감탄하게 한다.

화가투

화가투 | Hwagatu
화가투는 시조를 적은 놀이패를 가지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우리놀이터는 이 고전적 화가투 형식을 응용한 24절기와 세시풍속을 익힐 수 있는 ‘절기형’ 화가투를 비치하고 있다. 앞면에 절기에 대한 힌트와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겨있어 이를 보고 절기를 맞추어 보게 한다.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한 우리 선조들에게 절기는 삶의 지혜와 과학이 응축된 ‘시각화된 시간’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이런 절기를 감각적으로 만나게 하는 멋진 자료이다.

디지로그 팽이치기

디지로그 팽이치기 | Digilog Paengichigi
팽이치기는 얼음판 위에서 팽이를 채로 쳐서 돌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속놀이다. 팽이는 혼자 돌리며 놀기도 하지만 누구의 팽이가 더 오래 돌아가는지 또는 상대 팽이에 부딪히게 하여 넘어뜨리는 방법으로 겨루기를 하기도 한다. 이런 팽이치기 콘텐츠를 디지로그 팽이채와 바닥영상맵핑 기술을 접목, 디지털화하여 체험하게 한 것이 디지로그 팽이치기다. 혼자 하는 팽이치기, 팽이를 돌리면서 다양한 영상을 보는 아트팽이, 상대편 골에 내 팽이를 넣는 배틀 팽이게임 등의 프로그램이 장착된 디지로그 팽이마당은 우리놀이터의 가장 핫한 코너로 관람객을 강력하게 전통놀이 매력에 빠져들도록 입소문이 난 장소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독자분들이 산가지, 남승도, 실뜨기, 화가투, 팽이, 고누, 공기, 윷놀이 등 낯설고도 익숙한 다양한 민속놀이가 준비되어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우리놀이터>가 궁금해지실 것 같다. 그렇다면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로의 나들이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란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보다 먼저 따스함과 행복함의 충만함을 놀이로 만나보시면 어떨까. 이곳에서 만나는 민속놀이가 성인들에게는 유년 시절 놀이 기억을 회상하게 하고 어린이들에게는 낯설고도 익숙한 전통 놀잇감을 통해 우리 안에 건강한 놀이 DNA를 일깨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1) 한국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통놀이현대화콘텐츠 11종』을 참조하였음을 밝힘.


글 | 최미옥_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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